주간동아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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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의 축 ‘3세대 리더’

80년대 변혁 운동권 출신들 전면 부상 … 개성 뚜렷한 전문가 그룹 ‘이념 공유도 쉬워’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3-03-13 1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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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운동의 축 ‘3세대 리더’
    우리나라의 시민운동은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제4의 권력’으로 부상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그 역할이 커지고 있다. 노대통령이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을 요직에 기용하고, 시민단체의 여러 의제를 채택하는 등 시민운동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고 있어 그 기세가 한껏 오르고 있기 때문.

    한국의 시민운동은 1989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의 출범을 계기로 본격화됐다는 게 대다수의 견해다. 경실련 설립을 주도한 서경석 목사(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집행위원장)는 경실련의 운동 주체가 ‘민중’이 아닌 ‘시민’이라고 선언하면서 계급 지향의 기존 재야, 민중운동과 뚜렷한 선을 그었다. 그리고 ‘합법, 비폭력, 정책 대안 중심의 운동’을 표방했다. 이후 이런 정신을 이어받은 단체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면서 그 영향력이 커지기 시작했다.

    시민운동은 그동안 정치 경제 문화 환경 복지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민주화를 이끌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금융실명제(경실련), 소액주주운동(참여연대), 동강살리기운동(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연합), 가정폭력방지법(여성단체연합) 등의 정착에도 실질적인 기여를 했다.

    시민운동을 이끄는 사람들은 크게 1, 2, 3세대로 구분할 수 있다. 이는 일부 시민운동 진영의 의견을 조합해 단순히 활동가의 연령이나 세대를 구분한 것이 아니라 시민운동의 역사, 분화과정을 반영한 것이다. 초기 시민운동을 주도한 제1세대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서경석 목사, 최열 환경연합 공동대표, 이미경 민주당 의원(전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한명숙 환경부 장관(전 한국여성운동연합 대표)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과 몇 년의 시차를 두고 2세대격인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이사(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정대화 상지대 교수, 장원 전 녹색연합 사무총장, 유종성 전 경실련 사무총장, 이석연 전 경실련 사무총장 등이 등장했다.



    2세대의 등장은 참여연대(1994년)의 등장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박원순 변호사, 조희연 정대화 교수 등이 조직민주주의, 경실련의 이념적 우경화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 단체를 만들었기 때문. 이들은 1세대와 달리 민중운동 진영과 적극적인 연대를 모색했고 2000년 총선연대 ‘낙천 낙선운동’에도 주도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1세대는 최열 대표를 빼고는 모두 총선연대의 활동이 실정법 위반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창립 9년째 참여연대 회원수 1만4000여명

    시민단체의 지도자들이 1세대에서 2세대로 바뀌는 상징적인 계기가 바로 총선연대였다. 이후 2001년 2월 총선연대는 300개 시민단체의 연대기구인 ‘시민단체연대회의’로 바뀌었는데, 여기에 1세대의 대표격인 서경석 목사가 빠지게 된 것이다. 비록 서목사는 2002년 말에 다시 합류하긴 했지만 이전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시민단체의 수장은 정치권과 달리 1, 2세대의 인맥이 그대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특이한데, 이는 수장이 대개 선출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시민운동의 축은 이제 3세대로 이동했다. 2세대의 대표격인 박원순 변호사도 참여연대의 중심에서 물러났다. 3세대는 대개 80년대 학번인 변혁운동권 출신으로 1세대와 2세대 활동가들 밑에서 시민운동을 함께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구국학생연맹 사건), 박영선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숙명여대 총학생회장),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서울대 총학생회 사무국장), 이대영 경실련 사무처장,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시국사건), 하승창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삼민동맹 사건),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부평 노동운동), 서주원 환경연합 사무총장(민주주의민족통일인천연합 사무처장),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 최민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 등이 대표적이다.

    시국사건으로 1988년부터 수배생활을 하다 이듬해 붙잡혀 1년간 복역했던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은 “출소하고 보니 동구권의 몰락 등 현실 여건의 변화로 사회운동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며 “온건하고 합법적인 실사구시운동을 통해 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어 경실련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3세대는 전문성과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서로간에 이념적으로 공유하는 부분도 많다. 연대회의 발족 이후 이들은 개별 단체의 창의적 활동을 존중하면서도 결집된 힘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서로의 힘을 하나로 모아 단결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활동가들을 만나려면 먼저 종합적인 사회개혁운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단체들은 백화점식 운동을 펼치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그만큼 관심 영역이 넓고 영향력도 크다. 참여연대, 경실련, YMCA, 열린사회시민연합,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회원수 1만4000여명의 참여연대는 올해로 창립 9년째를 맞고 있다. 회비가 전체 예산의 90%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다른 단체에 비해 재정 자립도가 높은 편이다. 상근자 56명에 실행위원 등 자문단이 200여명. 자문단의 직업은 변호사 교수 회계사 전업활동가 종교인 문화인 등이다. 손혁재 박사(운영위원장), 조희연 교수(운영위원회 부위원장), 차병직 변호사(협동사무처장), 심상완 성공회대 교수(정책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이승희 기획실장, 김민영 시민감시국장, 한재각 시민권리팀장, 이재명 투명사회팀장, 박근융 경제개혁팀장 등이 사무국을 이끌고 있다.

    환경·소비자·교통·교육 관련 단체들 활동 두각

    경실련은 여러 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아직도 회원수가 3만5000명에 이른다. 경실련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이들은 신철영 사무총장과 권영준 정책협의회의장(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이며 이하 박완기 서울시민사업국장, 이강원 시민감시국장, 위정희 기획홍보팀국장, 고계현 정책실장 등 상근 실·국장들이 주요 활동을 끌어가고 있다. 이 밖에 하승창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 김기현 YMCA 전국연맹 부장, 박홍순 열린사회시민연합 사무처장 등도 사회개혁운동의 리더들이다.

    이들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요즘에는 분야별 전문단체 구성원들이 시민운동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분야별로는 환경단체, 소비자단체, 도시교통단체, 여성단체, 교육단체, 국내외 원조단체, 언론개혁단체, 청소년·종교·자원활동 단체, 정보화 관련 단체, 문화단체 등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회원 8만6000명의 아시아 최대 환경단체인 환경연합은 지난 1월 회원 직선제를 통해 새 사무총장을 뽑았다. 10년 가까이 최열씨가 환경연합을 이끌어오면서 내·외부에서 장기집권에 대한 우려가 싹튼 데다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후임에 서주원 전 인천환경연합 사무총장이 선출됐다. 서총장의 부인 남윤인순씨도 한국여성연합 사무총장을 맡아 국내 NGO 사상 처음으로 부부 사무총장이 탄생했다. 환경연합에는 장재연 아주대 교수, 이필렬 방송통신대 교수 등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는 전문가들이 많다는 게 장점. 또 박진섭 정책실장, 염형철 녹색대안국장, 황호섭 생태보전국장, 이태일 운영국장 등이 뒤를 받치고 있다.

    녹색연합에는 박영신 연세대 교수, 박경조씨, 이병철씨, 원택 스님 등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고, 김제남 사무처장, 최승국 협동사무처장이 실질적인 활동을 이끌고 있다. 김사무처장은 우리 사회에 수돗물 파동 등으로 심각한 물오염 문제가 대두됐던 1989년께 특정 계층을 뛰어넘는 생명의 문제를 고민하다가 녹색연합의 전신인 푸른한반도되찾기시민의모임을 창립했다. 이후 녹색연합은 1994년 4대강 살리기 운동, 백두대간 보존운동, 시화호 살리기, 반전 평화운동 등을 펴오고 있다.

    이 밖에 2001년 나무 위 시위를 통해 용인의 대지산을 지켜낸 환경정의시민연대는 서왕진 사무처장이, 동식물에 상을 주는 독특한 환경운동을 펴고 있는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은 최성각 사무처장이, 서울 마포 성미산 보호운동으로 널리 알려진 생태보전시민모임은 여진구 사무처장이, 환경교육 분야에 뛰어난 불교환경교육원은 유수 스님이 이끌고 있다.

    1970년 국내 최초로 전문 소비자단체로 출발한 한국소비자연맹에는 정광모 회장과 강정화 사무총장이 있다.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에는 김재옥 회장이, 녹색소비자연대에는 이덕승 사무총장이 자리잡고 있다.

    교통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단체들이 부각되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교통환경이 좋지 않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이들은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 고속도로의 버스전용차로제를 제안한 것으로 유명한 교통문화운동본부의 박용훈 대표, 서울시 보행환경 기본조례를 만드는 데 기여한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시민연대의 김은희 사무국장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가부장적 질서가 굳건한 우리 사회에 성평등을 위한 여성운동가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에는 이강실·이오경숙·정현백 대표와 남윤인순 사무총장이 주요 포스트. 신연숙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인권국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김상희·정강자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등도 여성의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교육부 장관 인선과정에서 그 힘을 과시한 교육 관련 단체들도 수없이 많다. 특히 교육현장에서 촌지 없애기 운동, 학교운영위원회 활동을 통한 학교 참여운동을 이끈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의 윤지희 대표,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의 강소연 회장,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모임의 홍세화 대표와 이철호 사무처장 등이 돋보이는 활동을 하고 있다.

    북한이나 제3세계 돕기 운동에 나서는 국내외 원조단체의 경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지구촌나눔운동(사무총장 김혜경)이 있고, 정토회 법륜 스님이 만든 좋은벗들은 탈북자들의 상태와 북한 주민들의 식량 사정을 국내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최근 몇 년간 지역을 기반으로 한 시민단체의 부상이 눈에 띄면서 스타급 지역 운동가들도 나타났다. 박재율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김제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김광식 대전환경연합 사무처장, 김경희 제주여성민우회 사무총장 등이 그들. 정찬용 광주YMCA 사무총장도 여기에 해당하지만 지금은 청와대 인사보좌관으로 옮겨앉았다.

    이 밖에 정남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사무총장, 이동연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문화사회연구소장(전 사무차장), 김해성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대표, 이김현숙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대표 등 수많은 활동가들이 밀알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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