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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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서약서 없어도 양심수 사면?

  • 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입력2003-03-13 13: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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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27일부터 양심수 석방을 요구하며 시작한 부산교도소 재소자 박경순씨(47)의 단식농성이 3월7일 중단됐다. 6일 강금실 법무부 장관에 이어 7일 문재인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으로부터 양심수 사면에 대한 긍정적 검토를 약속받은 가족들의 권유로 단식을 중단한 것. 이로써 노무현 정부가 박씨에 대한 조건 없는 사면을 단행, 김대중 정부와 차별화된 인권정책을 펼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씨는 김대중 정부가 의무화한 `’준법서약서’ 제출을 거부해 사면에서 제외돼왔다.

    박씨의 부인 김이경 통일연대 사무총장은 “정부의 조건 없는 양심수 사면이 정부의 개혁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조처가 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이하 민가협) 총무 채은아씨에 따르면 조순덕 민가협 회장은 강장관과의 면담에서 “준법서약서 요구로 양심수 사면의 취지가 훼손되어서는 안 될 것”임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장관은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병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등 당시 배석자들은 “강장관의 구체적인 언급이 검찰 내부의 반발을 가져올 수도 있어 확답하지 않았으나 준법서약서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확신을 보였다. 채총무는 “문수석도 민가협과의 면담에서 준법서약서가 양심수 사면의 걸림돌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박씨는 당초 “개혁과 통합을 내세우는 노무현 정부가 정작 양심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발표도 하지 않는다”면서 단식에 돌입했다. 문수석은 “사면이 대통령 권한인 만큼 인수위가 아닌 청와대가 검토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 출범 이후 적절한 검토 단계를 거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으나 일부에서는 김대중 정부의 연말 사면 이후 `‘사면 남용’이라는 여론의 비판 때문에 양심수 사면에 대한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강장관은 변호사 시절 직접 수의를 입고 모형감방에 갇히는 ‘투옥 체험’을 하며 양심수 석방 캠페인에 나섰을 만큼 양심수 문제에 적극적이었고, 문수석은 직접 박씨의 변호를 맡았던 인연이 있어 양심수 가족은 그들의 약속을 굳게 믿고 있다. 일단 박경순씨 단식을 계기로 청와대와 법무부가 양심수 사면에 대한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한 이상 김대중 정부와 차별화된 인권정책의 시금석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1998년 7월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는 정당 건설을 꾀했다는 소위 ‘영남위원회’ 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된 박씨는 이적단체 구성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돼 징역 7년을 선고받고, 5년째 복역중이다. 그러나 당시 수사 초기부터 사건이 조작됐다는 주장과 함께 인권침해 시비가 끊이지 않아 국제사면위원회와 참여연대 등 국내외 인권·사회단체에서는 줄곧 구속자 석방을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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