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저런 사람을 통해 측근들을 소개받았지만 책임 있는 말을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난감하다.”
K 씨와 같은 하소연을 하는 사람들을 정치권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5월 지방선거를 노리고 당내 경선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이 시장 주변과 측근들을 찾는다. 교수, 변호사 등 전문가 그룹의 이력서가 이 시장 측근으로 몰린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렇지만 원하는 답을 손에 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이 시장 측은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을 극도로 꺼린다. 그 때문에 참모들은 사람을 만나는 일에 매우 신중하다. 정치적 비중에 비해 주변을 지키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이런 이 시장의 스타일과 관련이 있다.
이 시장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92년. 이 시장의 손발 노릇을 하는 측근은 대부분 이 시기에 연을 맺었다. 이 시장은 한번 쓴 사람은 치명적 결함이 없는 한 내치지 않는다. 그 같은 스타일은 이 시장의 인맥지도에 그대로 드러난다. 여의도 시절에는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인맥지도를 그린 반면, 시장이 된 뒤에는 경제·사회·문화 등 서울시 업무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람들을 개척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시장과 가장 근접한 위치에 포진한 사람들은 시장 비서실 인사들. 비서실장을 포함 모두 11명이 종횡으로 연결돼 이 시장을 보좌한다. 시 행정국 총무과에서 근무하는 4~5명의 의전팀도 넓은 의미에서 이 시장을 돕는 그룹으로 분류된다.
이 시장과 동지적 관계에서 능동적으로 상황을 판단, 정치적 조언을 하는 그룹은 주로 여의도에 포진하고 있다. 그 선봉에 선 사람이 친형인 이상득 의원. 스스럼없이 서로 속살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자, 이 시장을 움직이는 극소수의 사람 가운데 핵심이다. 이 의원이 이 시장을 움직인 흔적은 많다.

“가급적 빨리 사과하는 것이 좋겠다.”
형의 전화를 받은 직후 이 시장은 이 전 총재 측에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이 의원은 의원들과 어울려 자주 식사한다. 이 의원은 대화 속에 이 시장을 잘 등장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자리가 끝날 때쯤이면 동생인 이 시장이 화제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 의원은 이 시장을 입에 올리지 않지만 의원들이 먼저 이 시장에 대해 질문하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자연스럽게 이 시장의 대리인이 되는 셈이다.
이 의원은 신중한 성격이다. 도발적이고 적극적인 이 시장과는 판이하다. 이춘식 서울시 정책특보는 두 사람 성격을 놓고 “상호 보완적”이라고 평가한다. 이 특보의 지적처럼 이 시장은 이 의원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한다. 정치 1번지의 풍향과 기류, 전망 등을 소재로 한 두 형제의 대화는 주 3~4회 이상 전화선을 탄다.
이춘식 특보도 이틀에 한 번꼴로 이 시장을 만나는 측근. 고향 후배로 정무부시장을 역임한 정무팀의 좌장이다. 여의도를 중심으로 정치권 흐름, 이 시장의 개인적인 심부름 등을 수행하고 보고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나면 당 중앙위 및 사무처 요원 등을 만나 미래의 ‘승부’를 위한 인맥 구축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의 역할 공간과 비슷한 곳에 ‘82학번 3총사’가 버티고 있다. 정태근 정무부시장과 조해진 정무보좌관, 강승규 홍보기획관이 주역. 역할이나 기능이 중첩된 듯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정교하게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정 부시장은 주로 시 의회와 시청 출입기자들을 상대한다. 바쁜 시장을 대신해 각종 행사에 얼굴을 내미는 것도 그의 몫.
이 시장은 서울시청을 출입하는 사회부 기자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지만 국회를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에게도 빼놓을 수 없는 취재원이다. 정치부와 사회부 기자들은 사물이나 사건을 보는 시각이 약간 다르다. 같은 사안이라도 정치부 기자들과 사회부 기자들에게 서로 다른 관점에서 브리핑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기사를 유도하는 방법.
사회부 기자에게 둘러싸인 이 시장의 정치적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 조해진 정무보좌관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보좌역과 당 부대변인을 지낸 그를 모르는 기자는 드물다. 조 보좌관은 시장의 일정이나 정치적 사안에 대한 입장 등을 전달하는 역을 맡고 있다.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박영준 정무 담당 국장과 윤상진 정무비서관도 이 시장의 손과 발로 활동하고 있다.

2005년 10월1일 저녁 청계천광장에서 열린 청계천 새물맞이 식전 행사에서 이명박 시장이 준천사를 낭독하고 있다.
정두언 의원의 경우 수시로 이 시장과 통화한다. ‘시청과 여의도’의 눈높이를 조율하고 채널을 맞추는 것이 그의 역할. 2001년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던 정 의원을 찾아간 이 시장은 원외위원장이던 그와 1시간 이상 대화를 나누었고, 이에 감동한 정 의원이 이른바 ‘MB인맥’을 자청하면서 연이 시작됐다.
이 시장과 고려대 선후배 관계이자 발전연 대표를 맡고 있는 박계동 의원도 이 시장 인맥으로 분류된다. 그는 요즘 소장파 및 수도권 출신 의원과 이 시장을 연결시키는 작업에 한창인데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시장 주변 인사들은 이 시장과 교류를 갖지만 의원들끼리 모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특징. 정두언 의원의 전하는 친(親) 이명박계 의원들의 현주소.
“내가 이 시장과 친하고 홍준표 의원과 이재오 의원이 이 시장과 가깝다고 하지만 그들과 함께 밥을 먹은 적은 없다.”
이런 현상은 김문수 의원도 비슷하다. 철저하게 이 시장 중심으로 스크럼을 짤 뿐 횡적 연결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필요할 경우 이 시장을 둘러싼 현역 의원 7인방의 유기적 결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강만수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과 정책자문교수단을 이끌고 있는 백용호 교수(이화여대 정책대학원)는 이 시장의 브레인 그룹을 대표하는 핵심 인사. 두 사람 모두 2001년 이 시장이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원회의 미래경쟁력분과위원장을 맡았을 때 위원으로 함께 활동했다.
사람 관리에도 ‘선택과 집중’
유인촌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문화계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종교계에서는 뉴라이트 전국연합 상임고문 김진홍 두레교회 목사와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스님이 이 시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김금래 동부시립여성센터소장은 여성계와 이 시장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고 있다. 김백준 도시철도공사 감사 도 이 시장 인맥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청춘을 현대그룹에서 바친 이 시장 주변에 ‘현대맨’이 거의 없다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그에 대한 이춘식 특보의 설명이다.
“동기들이 과장일 때인 35세 때 현대건설 사장을 지냈다. 그러다 보니 동년배들과 어울릴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이 시장은 인품과 능력 위주로 사람을 평가한다. 이춘식 특보는 “이 시장은 프로의식이 있는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며 자질과 능력을 이 시장의 사람 평가 기준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정두언 의원은 “인품을 중시한다”고 말한다.
이 시장이 싫어하는 스타일도 있다. 세에 따라, 눈앞의 이익에 따라 수시로 색깔을 달리하는 사람이다.
이 시장은 격식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한다. 대권을 향해 정치적 행보를 해야 하는 이 시장의 이런 스타일은 측근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서울시장 취임 직후인 2002년 여름, 정치권 한 인사가 시장실을 찾았다. 수인사를 끝낸 이 시장이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묻자 이 인사는 “지나다 인사차 들렀다”고 말했다. 그가 돌아간 뒤 시장 일정을 챙기는 비서팀에 이 시장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인사하러 오는 사람을 모두 만날 정도로 내가 한가하냐”는 것이 화를 낸 이유. 이후 시장 비서실은 방문객의 용건을 미리 꼼꼼하게 체크한다.
이 시장은 테니스로 체력을 다진다. 역시 테니스를 즐기는 고건 전 총리와 경기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질문에 “나는 전 국가대표와 게임을 한다”고 답했다.
이 시장은 요즘 정치·경제는 물론 문화·예술 등 각 분야에 대한 학구열이 높다고 한다. CEO형 지도자로서 넓은 안목을 가지기 위해 문화와 복지에 대한 관심도 높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경부운하 등과 관련 토목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있다. 이 시장의 이런 향학열은 대권을 향한 기반 다지기이며 그에 따라 더 많은 학계 인사들이 이 시장 주변에 모여들 것으로 전망된다.
주간동아 522호 (p2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