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도 중국어 학습 붐이 거세다. 중국어 과목을 선택한 프랑스 중고생이 지난해보다 35% 늘었고, 중국어능력시험 응시자 수가 한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할 정도다. 영국, 독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도 중국어 교육에 발벗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지구촌의 중국어 학습 열기에 중국이 가만있을 리 없다. 중국어 교재를 개발하고 강사를 파견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공자학원’ 설치. 2004년 서울 역삼동에 처음으로 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세계 각지에 100여 개의 공자학원을 설치해 중국어 학습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2010년경 약 10억명의 인구가 중국어를 배우게 될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정작 중국 대륙에서는 숙원사업이라 할 표준어 사용 캠페인이 지지부진해 대조적이다. 2010년까지 전 국민이 표준어 ‘푸통화(普通話)’를 구사할 수 있게 하고 금세기 중반까지는 소수민족들도 표준어를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 중국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중국인 중 53%만이 표준어 구사능력이 있으나, 이들 또한 표준어 대신 지방 사투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수도 베이징에서는 혀를 말아서 발음하는 얼화윈(兒化韻)이 발달해 표준어를 학습한 외국인들이 알아듣기가 힘들다. 톈안먼(天安門)을 베이징 사람들은 ‘톈안멀’이라고 혀를 심하게 굴린다. 광저우에서 택시기사에게 표준어로 ‘얼샤다오(二沙島)’에 가자고 하면 못 알아듣는다. ‘이사도’라고 해야 한다. 베이징에서는 ‘둥따멀(東大門)’이지만 광저우에서는 한국에서처럼 ‘동대문’이다. 저장성 닝보(寧波) 지역에서는 쉐셩(學生)을 ‘학상’으로 발음한다. 그런가 하면 홍콩은 표준어로는 ‘샹강(香港)’이지만 현지인들은 광둥지역 사투리인 ‘횡꽁’으로 발음한다. 대만의 장제스(蔣介石)국제공항에 가면 ‘장카이섹’ 공항이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중국 정부는 공무원들에게 푸통화를 의무적으로 배우도록 하고, 시험을 봐서 일정 점수를 획득하지 못하면 해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초강력 대책을 내놓았지만 효과는 미비하다. 공공장소에서는 표준어를 사용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는 지역 방언을 쓰기 때문이다. 동향 간의 유대의식이 강한 중국인을 상대로 고향 사투리를 버리고 표준어를 쓰게 하는 일이 어쩌면 중국어를 국제 언어로 만드는 일보다 더 어려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