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한의원은 한의학적 관점에서 불임을 치료한다. 김양진 원장.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는 유교 문화로 인해 불임 부부, 특히 불임 여성의 스트레스는 아직도 상당하다. 하지만 현대 의학의 발달로 다양한 불임검사가 시행되면서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불임 원인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서울 논현동 신명한의원(02-523-1690)의 김양진 원장은 “한의학에서는 임신을 밭에 곡식이 자라는 것에 비유한다. 씨가 좋지 않아도 밭이 비옥하면 싹을 틔울 수 있고, 반대로 밭이 메말라 있어도 생명력이 강한 씨는 그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난다. 불임도 부부 중 어느 한쪽의 문제로 간주하기보다는 부부 공동의 문제로 보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원장에 따르면 한방에서는 남성 불임을 ‘남성불육(男性不育)’이라고 하는데, 이는 불임의 원인이 전적으로 남성에게 있는 경우를 뜻한다.
구조적 이상 아니면 치료 가능
만일 불임의 원인이 뇌하수체 손상이나 기능 감퇴, 갑상샘(선)기능항진증, 무고환증, 고환 종양, 전립샘염, 요도염 등 전신의 내분비계 이상에 있다면 이들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급선무다. 또한 부고환이나 정관이 폐쇄돼 고환에서 만들어진 정액에 정자가 없는 경우라면 정자 자체를 다시 만들어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럴 때는 한방 치료보다는 정자은행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김 원장은 설명한다. 하지만 이 같은 경우가 아니라 정자의 힘이 부족하다든가 개체 수가 부족한 경우라면 한의학 치료로 불임을 고칠 수 있다는 것.
남성 불임의 대부분은 정자를 운반하는 정액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정액은 정낭과 전립샘(선)에서 만들어지는데, 이들 기관에 이상이 있거나 정액의 통로인 요도에 문제가 생기면 불임이 된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경우 체내의 기혈 부족이 원인이라고 분석하는데 양기를 보충함으로써 치료할 수 있다고 본다. 정자 수가 부족하거나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질 때도 임신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때는 정자를 관장하는 신(腎) 기능을 보하면 임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것도 좋은데, 정자 생성에 도움을 주는 식품으로는 달걀·명태알·명란젓 같은 알류와 구기자·오미자·땅콩·호두·콩 등의 씨앗류가 있다.
조루 역시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김 원장은 “한의학에서는 조루의 원인이 심장에 있다고 하여 ‘심허증’이라고 하는데, 이는 마음이 급하거나 신경질적이고 겁이 많으며 내성적인 상태를 이른다. 이때는 청심연자음 계통의 처방으로 조급증을 완화시키면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 “기허가 불임의 원인이라면 가미보중익기탕을 처방해 발기부족과 성교 불능을 예방하고, 선천적으로 허약하여 사정량이 부족하다면 육미지황원·오자연종환·음양쌍보탕 등의 처방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인다. 조루의 경우 심리적 영향도 크게 작용하므로 마음을 편히 가지려는 스스로의 노력과 배우자의 도움이 절대적이라고 한다.
불임 환자를 진맥하고 있는 모습.
“양방 병원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는다고 찾아오는 여성들을 진맥해보면 대개 아랫배가 차다. 이들은 생리주기가 불규칙하고 생리량도 적은 경우가 많은데, 아랫배가 차면 자궁이 냉해져서 정자의 활동이 힘들어진다. 결국 수정이 잘 안 되고 수정란의 착상도 어려워진다. 따라서 냉한 기운을 풀어 자궁을 따뜻하게 해주면 생리가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임신 확률이 높아진다. 반대로 자궁에 열이 많은 경우엔 열기를 빼주는 처방으로 자궁의 균형을 되찾는 치료를 한다.”
자궁의 온도 못지않게 임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혈이다. 만약 아랫배에 어혈이 뭉쳐 있으면 혈액순환에 이상이 나타나고, 생리불순이나 배란 및 착상의 어려움이 생기게 된다. 특히 잦은 유산이나 인공중절은 자궁에 심한 자극을 주기 때문에 이때 생긴 어혈은 저절로 없어지기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 한방 치료로 어혈을 제거해주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김 원장은 “유산도 출산과 마찬가지로 모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때그때 충분한 산후조리를 해서 어혈을 풀어줘야 하는데 대개 이를 방치한 채 지내기 때문에 어혈이 쌓이게 된다”고 밝힌다.
결혼한 지 5년이 지나도 아기가 생기지 않은 김남수(37)·이명옥(32) 씨 부부는 검사에서 남편 김 씨의 정자 수가 부족해서 불임이 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 후 병원을 다니며 호르몬 치료를 받았지만 정자 수는 좀처럼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신명한의원을 알게 돼 예약을 하려 하자 김 원장은 반드시 아내와 동행할 것을 요청했다. 김 씨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데 왜 아내까지 와야 하는지 의아해했지만 “불임 치료는 새 생명을 얻기 위한 시술이므로 부부 모두 건강한 생식기관을 갖게 되면 임신 확률이 높아지고 태아도 건강할 수 있다”는 김 원장의 설명을 듣고 아내와 함께 내원했다.
진맥 결과 김 씨는 신 기능이 떨어져 양기를 만들어내는 기능이 부족한 ‘신기허손(腎氣虛損)’상태이며, 이 씨는 자궁이 냉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임신이 되지 않은 결정적 이유는 남편에게 있었지만 아내 역시 건강한 임신을 하기엔 무리가 있었던 것. 결국 부부는 함께 탕약을 먹기로 결정했다. 복용기간은 6개월로 신명한의원을 찾은 지 8개월 만에 임신에 성공했다고 한다.
김 원장은 “몸의 균형을 지키는 것도 건강한 임신을 위한 비결”이라고 강조한다. 생명이 자라나기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양분은 물론이고 자궁의 온도·습도 등 조건도 맞아야 하는데 이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게 되면 태아는 물론 모체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또한 모체가 너무 마르지도, 비대하지도 않아야 한다고 한다. 김 원장은 “불임 환자는 대부분 스트레스가 많다 보니 식사가 불규칙해지고 그 양도 늘어나 체중이 느는 경향을 보인다. 과체중이 되면 자궁에 담음이 정체돼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너무 마른 경우도 진액이 부족해 임신이 잘 되지 않는다. 항상 적정 체중을 유지하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에다 임신에 도움이 되는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들이면 아기를 맞이할 준비는 끝난다. 한방에서는 정액의 성분이 오곡에서 비롯된다고 보기 때문에 갖은 곡식을 함께 먹을 수 있도록 현미와 잡곡을 섞어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호두, 땅콩 등 씨앗류는 여성과 남성의 내분비 및 정력 증강에 도움이 되므로 간식으로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괜찮다는 것. 또한 여성의 경우 아랫배를 따뜻하게 하는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김 원장은 “찬 곳에 오래 앉아 있는 일, 찬 음식, 배를 드러내는 옷 등은 냉증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