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 호텔의 밸런타인데이 기획행사 상품.
경향은 흐름이다. 흐름은 돈과 밀접하다. 사업하는 이들은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 때와 장소, 흐름 세 박자를 선점해야 ‘대박’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1년 중 이 삼박자가 일치하는 날은 그리 많지 않다. 2월14일 ‘밸런타인데이’가 그런 날 중 하나다.
초콜릿과 제과업계 등 관련 기업들은 이날 하루 장사를 위해 전력투구한다. ‘사랑하는 마음’을 초콜릿이나 사탕이라는 ‘물질’로 과대 포장해주면서 돈을 버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한술 더 뜨는 곳이 생겼다. 안면몰수에 가까운 ‘상술’을 부리는 몇몇 음식점들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자리한 S레스토랑이 그 대표적인 곳이다. 이 레스토랑은 밸런타인데이 때 1인당 5만5000원(부가세 10% 별도)짜리 코스요리 한 가지만 판매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용 시간을 1, 2부로 나눠 제한한 것. 오후 6시부터 식사를 시작한 손님은 8시30분 2부가 시작하기 10분 전까지 자리를 비워줘야 했다.
4인 가족이 이날 이곳에서 저녁식사를 했을 경우 부가세를 포함해 24만2000원의 만만치 않은 식대를 내야 했던 것. 그것도 고작 2시간 20분 만에. 평상시 단품요리 값이 평균 1~2만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폭리’를 취했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서울 시내에 체인망을 갖추고 있는 중저가 스테이크 전문점 E레스토랑도 마찬가지. 평소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이 레스토랑은 이날만큼은 ‘저렴한 가격’을 포기했다. 5만5000원짜리 2인용 커플메뉴 이외에는 다른 어떤 음식도 팔지 않은 것.
이들 레스토랑은 한 달 뒤인 3월14일 ‘화이트데이’ 때도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영업을 할 계획이라고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
이런 비양심적인 ‘상술’이 판치게 된 데는 일부 ‘개념 없는’ 고객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1인당 5만원대의 고급 단품메뉴만으로 영업을 했던 압구정동 한 레스토랑 사장이 전해준 경험담이다.
“저녁 무렵 한 커플이 들어오더군요. 다짜고짜 음식 가격을 물어봐서 말해줬더니 ‘옆 레스토랑은 10만원대만 팔던데 좀더 비싼 것은 없느냐’면서 나가더군요. 거 참, 황당해서…. 다음번에는 더 비싼 요리를 팔아야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