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소식도 강원랜드배 대표선수단 모임에서 통상 신인급 선수가 1장으로 나서는 관례를 깨고 주장급인 이세돌 9단이 선발 출전하겠다고 자청하면서 자연스레 알려졌고, 급하게 결혼발표 기자회견도 하게 됐다. 신혼여행과 중국 항저우에서 벌어질 강원랜드배 2차대회 일정이 겹쳤던 까닭이다. 호텔에서 양말을 다섯 켤레나 사며 1차 대회 ‘5연승 싹쓸이’로 결혼선물을 마련하려던 이세돌 9단은, 그러나 1승에 그치고 말았다.
지난해 LG배 8강에 진출하면서 우리에게 ‘중국 유일의 조선족 기사’로 널리 알려진 박문요 4단이 중국팀 선봉으로 나섰다. 백이 어떻게 △ 한 점을 해결하느냐 하는 대목에서 무작정 중앙으로 달아나지 않고 백1·3으로 둔 수가 오른쪽 □ 두 점을 최대한 활용한 기막힌 타개의 맥. 과연 이세돌이었다. 다음 흑1 이하로 두는 것은 백6이 절대 선수라 백8로 꾹꾹 눌러 막으면 상큼하게 처리하는 모습. 해서 박문요 4단은 흑1 쪽으로 반발했으나 이 역시 백12에 이르러 난감해졌다. 고육지책으로 이어 흑A를 찌르고 백B 때 흑C에 집어넣는 패를 걸었지만 자기 진영에서 이처럼 상대에게 선패를 허용한다는 자체가 비상국면의 정도를 말해주고 있다. 144수 끝, 백 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