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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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신랑 이세돌, 1승 체면치레

이세돌 9단(백) : 박문요 4단(흑)

  • 정용진/ 바둑평론가

    입력2006-02-27 11: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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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비 신랑 이세돌, 1승 체면치레
    이창호의 아성을 처음으로 무너뜨리며 단숨에 바둑 스타로 자리한 이세돌 9단. 신세대 기사답게 당당함을 넘어 당돌하기까지 한 자신감의 표출과 튀는 언행으로 종종 ‘반상의 이천수’에 비견되기도 하는 그가 이번에는 깜짝 결혼발표로 눈길을 끌었다. 올해 만 23세. 이세돌 9단의 피앙세는 동갑내기 김현진 씨. 3월에 결혼식을 올리는 이들은 지인의 소개로 만나 지난 1년여간 교제를 해왔다고 한다. 갑자기 정선에서 결혼 발표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세돌 9단은 “어차피 할 결혼인데 질질 끄는 것보다는 빨리 해서 안정을 찾는 게 좋을 것 같았다”고 속마음을 밝혔다.

    결혼 소식도 강원랜드배 대표선수단 모임에서 통상 신인급 선수가 1장으로 나서는 관례를 깨고 주장급인 이세돌 9단이 선발 출전하겠다고 자청하면서 자연스레 알려졌고, 급하게 결혼발표 기자회견도 하게 됐다. 신혼여행과 중국 항저우에서 벌어질 강원랜드배 2차대회 일정이 겹쳤던 까닭이다. 호텔에서 양말을 다섯 켤레나 사며 1차 대회 ‘5연승 싹쓸이’로 결혼선물을 마련하려던 이세돌 9단은, 그러나 1승에 그치고 말았다.

    지난해 LG배 8강에 진출하면서 우리에게 ‘중국 유일의 조선족 기사’로 널리 알려진 박문요 4단이 중국팀 선봉으로 나섰다. 백이 어떻게 △ 한 점을 해결하느냐 하는 대목에서 무작정 중앙으로 달아나지 않고 백1·3으로 둔 수가 오른쪽 □ 두 점을 최대한 활용한 기막힌 타개의 맥. 과연 이세돌이었다. 다음 흑1 이하로 두는 것은 백6이 절대 선수라 백8로 꾹꾹 눌러 막으면 상큼하게 처리하는 모습. 해서 박문요 4단은 흑1 쪽으로 반발했으나 이 역시 백12에 이르러 난감해졌다. 고육지책으로 이어 흑A를 찌르고 백B 때 흑C에 집어넣는 패를 걸었지만 자기 진영에서 이처럼 상대에게 선패를 허용한다는 자체가 비상국면의 정도를 말해주고 있다. 144수 끝, 백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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