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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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전자소재에 미래를 걸다

LG화학,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 … 고광택 시트·ABS 등 이어 2차전지도 세계 1위 도전

  • 전병득/ 매일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jbdoc@mk.co.kr

    입력2006-02-22 18: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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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전자소재에 미래를 걸다

    ① 알루미늄 강판과 패널을 이용해 간편하게 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온돌 방식인 ‘LG 히트릭스’ 설명회(2003년 2월18일)에서 직원들이 온수가 퍼지는 모습을 컬러 잉크를 이용해 보여주고 있다. ② 2003년 10월 열린 제1회 한국국제전지산업전에 출품한 LG화학의 전기자동차. 전지를 이용해 최고 속력 시속 230km로 250km를 달릴 수 있다. ③ 미국 미시간주에 위치한 LG화학의 2차전지 연구소인 LG CPI에서 개발한 경주용 전기자동차와 여기에 탑재된 하이브리드차용 리튬폴리머전지.

    2005년 LG화학의 실적은 좋지 않았다. 매출은 전년보다 4.2% 증가한 7조4251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217억원, 4003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9.4%, 25.4%나 감소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평가는 좋았다. 주가는 상승세를 탔고 증권 전문가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LG화학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정보전자소재 부문이 지난 4분기에 흑자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정보전자소재 부문은 2004년 4분기 23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뒤 지난해 3분기까지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박대용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보전자소재 부문이 4분기 15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5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선 게 긍정적”이라며 “정보전자소재 부문의 뚜렷한 회복세로 올해 석유화학 경기 하락 추세 속에서도 오히려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2차전지’ 사업 리콜 시련 딛고 정상궤도 올라

    LG화학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정보전자소재 사업 때문에 그동안 속앓이가 심했다. 특히 2차전지 사업은 2004년 대규모 리콜로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홍역까지 치렀다. 미래 사업으로 육성하는 정보전자소재 사업이 오히려 실적 악화의 원인이 된 것이다.



    이제 2차전지의 공장 가동률은 70% 이상으로 끌어올려 정상궤도에 올랐고, 20% 내외의 높은 수익성을 내는 편광판 생산라인 증설 효과도 올해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2차전지 생산규모는 현재 월 2650만 셀로 국내 최대다.

    그러나 2차전지 사업은 자칫 큰 수렁에 빠질 뻔했다. 2004년 하반기에 애플에 납품하던 노트북용 전지가 리콜된 것. 300억원 이상의 적자는 감수한다고 해도 첨단 생산업체에서 품질로 인한 리콜은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전지사업부 전원이 충북 오창의 현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해 2분기에는 사업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전지 생산라인을 전면 중단시키면서까지 정밀조사를 했다.

    이 같은 노력에 시장 신뢰가 회복돼 지난해 6월에는 HP, 8월에는 소니에릭슨 등과 대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정상을 되찾았다. 지난 4분기 정보전자소재 부문 영업이익은 전지사업의 정상화에 힘입은 바 크다. 홍순용 전지사업본부장(부사장)은 “편광판은 15% 내외의 수익률 유지가 가능하고 2차전지도 하반기부터 흑자 전환이 예상되기 때문에 올해 정보전자소재 부문은 의미 있는 규모의 흑자를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LG화학은 올해 정보전자소재 부문에서 지난해보다 54% 정도 증가한 1조96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중 편광판을 중심으로 한 광학소재에서 1조36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편광판은 대대적 증설로 내년 말이면 일본의 니토덴토를 제치고 세계 1위 생산규모를 갖게 된다. 현재 세계시장의 14%를 점유하고 있는 효자 품목.

    삼성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정보전자소재 부문은 편광필름의 빠른 성장을 바탕으로 내년 LG화학 전체 영업이익의 40.7%를 차지, 영업이익 기여율이 가장 큰 사업 부문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이제 결실을 거두기 시작하는 셈이다.

    사람, 조직 바꾸고 새 출발

    LG화학은 고비 때마다 새로운 성장산업 창출로 58년간 흑자경영을 해왔다. 올해도 LG화학은 정보전자소재 사업 육성이라는 새로운 승부수를 던짐으로써 미래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LG화학의 이 같은 승부수는 올 초 단행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에서도 드러났다. 2차전지, 광학소재, 영상소재 등 정보전자소재 부문 아래에 있던 3개의 사업부 중 2차전지 사업부를 사업본부로 격상시키고 홍 부사장에게 전권을 일임했다. 또 효자 상품인 편광판 등을 담당하는 광학소재 사업부의 박영기 상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힘을 실었다. 편광판은 특히 세계 1등 사업군으로 키우기 위해 대표이사가 직접 관장하도록 했다.

    이 같은 인사와 조직개편은 LG화학이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음을 각인시키는 조치였다. 김반석 단일사장 체제가 출범했고, 중국 지역본부장도 나상진 상무를 부임시키는 등 국내외 수뇌부를 모두 바꿨다.

    매출 10조원 시대 연다

    LG화학의 사업 부문은 석유화학, 산업재, 정보전자소재 사업 크게 세 가지다. 이중 산업재 사업은 지금은 독립된 회사로 분리된 LG생활건강과 더불어 가장 오래된 사업 부문이고, 석유화학 사업은 70년대 말부터 시작해 80년대 이후 가장 큰 성장을 이룬 분야다. 새로운 성장동력 차원에서 시작한 생명과학사업은 2001년에 LG생명과학으로 분리시켰다. 정보전자소재 산업은 90년대 택한 미래성장 사업이다.

    조갑호 홍보담당 상무는 “LG화학이 흑자경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적절한 분산”이라고 말했다. 다른 석유화학 회사들의 사업구조와는 달리 3대 사업부가 적정하게 분산돼 있어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한 것이 58년 흑자경영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매출을 보면 석유화학 부문이 56%, 산업재 27%, 정보전자소재 17%다. 올해 정보전자소재의 정상화가 증권가에서 호평을 받는 것은 석유화학의 경우 경기 하강 사이클 진입이, 그리고 산업재는 건설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보전자소재 부문이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정보전자소재에 미래를 걸다

    중국 닝보시의 최대 공장인 LG용싱화공 근로자들이 포장 검사를 하고 있다.

    LG화학은 1월1일부로 LG대산유화와의 합병을 선언했다. 이 합병이 의미가 있는 것은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처음으로 매출액 10조원 기업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산업은 그 규모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큰 만큼 LG화학은 세계 20대 화학기업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합병을 계기로 올레핀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이번 인사에서 올레핀사업본부장으로 LG석유화학 권승혁 상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임명했다.

    대한민국 대표 화학기업

    “수요는 계속 느는데 물량이 달려 증설을 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매년 공사판이죠.”

    지난해 말에 찾은 중국 저장성 동부에 위치한 연안도시 닝보. 40만t의 유조선도 정박할 수 있다는 이 항구도시의 최대 공장은 ABS(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 수지를 생산하는 LG화학의 LG용싱화공이다. ABS는 자동차 내장재, 가전제품 외장재로 쓰이는 고부가가치 합성수지. 닝보 공장은 새해 벽두부터 플랜트 건설 장비가 부지런히 오가며 시끄러운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증설이 완료되는 올 하반기에는 50만t 생산체제가 됩니다. 공정 개선으로 생산성을 40% 올려 2008년에는 70만t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손옥동 법인장의 말이다. 50만t 체제라면 ‘본가’인 여수공장의 55만t 규모와 비슷하다. 28년 된 여수공장의 생산규모를 닝보 공장은 8년 만에 단숨에 치고 올라온 셈이다. LG화학은 중국 현지 공장 덕에 2004년부터 전 세계 ABS 시장의 15%를 휩쓸며 1위에 올라섰다.

    LG화학이 만들어낸 세계 일류제품은 ABS뿐만이 아니다. 고광택 시트, 온돌파이프용 HDPE, ASA(초내후성) 수지 등이 있다. 이중 고광택 시트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의 표면 마감재로 쓰이는 제품. 현재 LG화학과 일본의 리켄, DNP 3개사만 생산하고 있다. 온돌파이프용 HDPE의 경우도 중국에 온돌파이프 문화를 전파하는 ‘도전’을 감행하는 등 세계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편광판도 내년 말이면 증설을 통해 세계 1위 규모가 된다. 역사가 짧은 LG화학이 세계적인 ‘명품’을 갖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LG화학은 국내에서도 초창기부터 국내 최초 상품을 만들어내는 등 국내 화학산업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초창기 플라스틱 빗과 비눗갑을 생산함으로써 시작된 ‘국내 최초’ 제품 개발의 역사는 비닐장판, PVC 파이프, 온돌파이프를 비롯한 주택용·일반 건축용 제품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LG화학에 중국은 세계시장 도전을 위한 디딤돌이 되고 있다. 김여일 홍보팀장은 “LG화학의 세계 일류제품 생산과 마케팅의 한 축은 중국”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다른 기업보다 한발 먼저 95년 톈진에 PVC 생산업체인 LG 다구를 설립했고 현재는 지주회사와 10개의 생산법인, 3개의 판매법인 등 총 15개 법인을 거느리고 중국에 ‘제2 LG화학’을 꾸리고 있다.

    LG그룹 임원 인사 화제의 주역 LG생명과학 지희정 상무

    바이오 신약 프로젝트 리더로 ‘기대 한 몸에’


    정보전자소재에 미래를 걸다
    2006년 LG그룹 임원 인사에서 눈길을 끈 사람 가운데 한 명은 상무급 연구위원으로 승진, LG생명과학 여성 임원 2호가 된 지희정 박사(사진). 현재 LG그룹에는 그를 포함해 총 11명의 여성 임원이 재직하고 있다. 그룹 측은 “탁월한 성과를 달성하고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인재”라고 평가했다. 지 상무는 현재 차기 신약 후보인 서방형(徐放形·Slow release) 인간 성장호르몬(Sr-hGH) 프로젝트의 리더를 맡고 있다.

    Sr-hGH는 LG생명과학이 세계시장을 목표로 개발 중인 바이오 신약으로, 기존의 성장호르몬이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데 비해 주 1회만 주사해도 약효가 지속되는 새로운 개념의 왜소증 치료제다. 현재 1일 제형의 성장호르몬 시장은 미국·유럽·일본을 중심으로 약 20억 달러 규모이며, 서방형 제형(1주 제형)이 제품화되면 사용이 편리하고 효과가 좋아 빠르게 기존 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 상무는 지난해 9월23일 유럽·미국 공동 소아·내분비학회에서 “서방형 인간 성장호르몬(LBO3002)의 저신장증 소아 환자에 대한 유럽 임상 2상 실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LG생명과학은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유럽 파트너인 스위스 바이오파트너스사(社)와 함께 국내외에서 성장호르몬 결핍증 소아 및 성인에 대한 임상 3상 실험을 진행 중이다. 임상 3상 실험은 의약품을 공식 허가받기 직전 단계 실험이다.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대학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지 상무는 1996년 LG화학 선임연구원으로 입사하면서 LG와 인연을 맺었다. 연구소 입사 이후 주로 바이오 의약품 및 백신 연구에 전념해왔으며, 특히 LG생명과학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B형 간염 백신의 세계보건기구(WHO) 인증 및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제품 규격의 글로벌화에 주도적인 구실을 담당했다.

    부하 직원들은 지 상무를 언니나 누나 같은 리더라고 말한다. 개인적인 문제가 생겨도 언제든 상담할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하고 진솔하게 대해주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일에서만큼은 한 치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으면서 남다른 열정과 강한 추진력으로 밀어붙인다는 평. 그 자신 외국 파트너와 업무 협의를 하기 위해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전화통에 매달린 적이 있다고 밝힐 정도. 지 상무는 “Sr-hGH 프로젝트는 회사가 크게 신경을 쓰기 때문에 부담이 되긴 하지만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바이오테크 분야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하고 있다”고 밝게 웃었다.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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