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4월 이후 일본 총리이자 자민당 총재로 집권해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는 중의원(하원에 해당)을 해산, 총선거를 실시하기로 함으로써 정치 생명을 건 도박에 나섰다. 9월11일 중의원 480명(직접 300명, 비례대표 180명)을 뽑는 총선에 일본 국내는 물론, 한국·중국·미국 등 인접 국가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정권 교체는 비단 일본 국내 정치뿐 아니라 한-일, 중-일, 미-일 관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강행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일본의 대(對)아시아 외교에 돌파구를 여는 길이 될 수 있고, 미국의 비호 아래 추진하는 군사력 강화 전략에도 다소 변화가 예상된다.
고이즈미 총리는 현재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과 연합해 총선에서 과반의석(241석)을 확보하면, 당초 2006년 9월로 끝나게 돼 있는 자민당 총재 및 총리로서의 임기가 연장돼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내년 9월까지만 총리로 재임해도 일본 역대 3위의 장수 총리가 되는데, 예상과 달리 그는 중의원 해산을 단행했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온 좌충우돌, 예측불허, 비상식의 정치 행태에 크게 어긋나지는 않지만, 이번 일에 대해서 일본 정계는 물론 유권자들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고이즈미 재집권 가능성 커
고이즈미 총리의 예상과 반대로 선거에서 자민-공명당 연합세력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하면 제1야당인 민주당으로 정권이 넘어가게 된다. 일본 정치계에 큰 변혁이 예상되는 것이다.
2001년 4월 당내 소수파임에도 “자민당을 깨부수겠다”는 자극적인 말로 개혁 의지를 과시하며 총리직에 올랐을 때만 해도 고이즈미 총리가 집권 5년 이상의 장수 총리가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는 무책임 외교, 말뿐인 경제개혁, 구체적인 실적이 전무한 상황에서도 자민당 내에 내세울 만한 마땅한 총릿감이 없는 당내 구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에게도 무기는 있다. 대중의 감성에 직접 호소해 여론의 지지를 업고 당을 장악하는 포퓰리스트적 정치 스타일이 그것이다. 지식인 사회는 대부분 반(反)고이즈미 정서를 갖고 있으나 대중을 동원한 그의 정치 행보에는 속수무책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아무 생각이 없는’ 오늘날 일본 사회의 분위기를 감안해볼 때 포퓰리스트로서의 기질이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참의원에서 자민당 내 반란으로 우정민영화 법안이 부결되자, 화풀이라도 하듯 중의원을 해산해버린 고이즈미 총리의 독단적 정치 행태가 그런 예다. 당에 의존하지 않고 유권자에게 직접 심판을 내려달라고 호소하는 원교근공(遠交近攻)식 전략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당내 반대 세력, 특히 우정민영화 법안을 중의원에서 표결할 때 반대표를 던졌던 37명의 ‘완전 박멸’을 선언했다. 당 후보로 공천해주지 않은 것은 물론, 이들이 중의원 해산시 적을 둔 지역구에 ‘저격수’를 배치하기로 했다. 반역자의 싹을 자르는 것과 동시에 유권자들로 하여금 이번 선거판을 자민당 내 개혁과 보수 대결로 인상 지워 정권교체를 호소하는 민주당 목소리를 압도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출범 이후 줄곧 당내 소수파였던 처지에서 벗어나 완전히 주류로 나서려 한다. 중의원 해산 직후 시행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계산이 맞아떨어질 확률이 큰 것 같다. 중의원 해산 찬성, 우정민영화 법안 지지, 자민당 지지 의사를 밝힌 유권자가 각각 해산반대, 민영화법 반대, 민주당 지지 의사를 밝힌 이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1955년 이후 한 차례 빼곤 줄곧 집권
부쩍 강화된 일본 사회의 국수주의화 경향, 정치 무관심층 증가, 선거시 적극 결집되는 보수 기득권층 표 성향 등으로 미뤄 고이즈미 총리의 재집권은 유력해 보인다. 물론 지난해 참의원 선거에서나 올해 도쿄도 의회선거에서는 야당인 민주당이 크게 약진해 정권 교체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정권을 직접 다투는 중의원 선거가 되면 일본 유권자의 보수 지향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물론 경우에 따라 ‘탈(脫)고이즈미’ 자민 정권의 탄생 가능성도 있다. 자민당은 1955년 보수 정당의 연합체로 출범한 이래 1993년 단 한 차례, 비(非)자민 연합세력이 집권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줄곧 여당이었다. 94년 사회당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수가 총리에 오를 때도 자민당은 총리직은 넘겼지만 야당은 아니었다. 자민-사회-사키가케 3당 연립정권이었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중심의 자민당, 즉 우정민영화 찬성파로 채워진 자민당은 현재로서는 독자적인 과반의석 확보는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식 양당제화 추세 속에 제1야당 민주당이 건재한 데다 중간세력으로 공명·공산·사민당이 나름대로 기반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민당은 연립정권을 구성하는 수밖에 없다. 공명당은 총선 후에도 연립 파트너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공명당과의 연립은 필연적이다. 자민-공명 의석을 합해도 과반의석이 안 될 경우 자민당은 정권을 내놓기보다 반(反)고이즈미파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반고이즈미파는 자민당 복귀 조건으로 고이즈미가 아닌 다른 총리의 옹립을 조건으로 내걸 가능성이 크다. 반고이즈미파 전직 의원들은 대부분 이번 총선에 신당을 결성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는데, 이는 총선 후 자민당 복귀를 염두에 둔 것이다. 어쨌든 자민-공명 연합으로도 과반의석이 안 될 경우 자민당은 당연히 고이즈미 카드를 버릴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일본 정치의 주역 자리를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자민당 내분 상태에서 치르게 되는 이번 총선을 집권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천재일우로 보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 단독 혹은 야당 연합 형태로 ‘오카다 가쓰야 정권’이 등장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오카다 대표가 정치지도자로서의 카리스마가 약한 데다 일본 유권자들이 정권 교체를 통한 변혁보다 현상 유지를 통해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정권 교체는 비단 일본 국내 정치뿐 아니라 한-일, 중-일, 미-일 관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강행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일본의 대(對)아시아 외교에 돌파구를 여는 길이 될 수 있고, 미국의 비호 아래 추진하는 군사력 강화 전략에도 다소 변화가 예상된다.
고이즈미 총리는 현재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과 연합해 총선에서 과반의석(241석)을 확보하면, 당초 2006년 9월로 끝나게 돼 있는 자민당 총재 및 총리로서의 임기가 연장돼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내년 9월까지만 총리로 재임해도 일본 역대 3위의 장수 총리가 되는데, 예상과 달리 그는 중의원 해산을 단행했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온 좌충우돌, 예측불허, 비상식의 정치 행태에 크게 어긋나지는 않지만, 이번 일에 대해서 일본 정계는 물론 유권자들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고이즈미 재집권 가능성 커
고이즈미 총리의 예상과 반대로 선거에서 자민-공명당 연합세력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하면 제1야당인 민주당으로 정권이 넘어가게 된다. 일본 정치계에 큰 변혁이 예상되는 것이다.
2001년 4월 당내 소수파임에도 “자민당을 깨부수겠다”는 자극적인 말로 개혁 의지를 과시하며 총리직에 올랐을 때만 해도 고이즈미 총리가 집권 5년 이상의 장수 총리가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는 무책임 외교, 말뿐인 경제개혁, 구체적인 실적이 전무한 상황에서도 자민당 내에 내세울 만한 마땅한 총릿감이 없는 당내 구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에게도 무기는 있다. 대중의 감성에 직접 호소해 여론의 지지를 업고 당을 장악하는 포퓰리스트적 정치 스타일이 그것이다. 지식인 사회는 대부분 반(反)고이즈미 정서를 갖고 있으나 대중을 동원한 그의 정치 행보에는 속수무책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아무 생각이 없는’ 오늘날 일본 사회의 분위기를 감안해볼 때 포퓰리스트로서의 기질이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참의원에서 자민당 내 반란으로 우정민영화 법안이 부결되자, 화풀이라도 하듯 중의원을 해산해버린 고이즈미 총리의 독단적 정치 행태가 그런 예다. 당에 의존하지 않고 유권자에게 직접 심판을 내려달라고 호소하는 원교근공(遠交近攻)식 전략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당내 반대 세력, 특히 우정민영화 법안을 중의원에서 표결할 때 반대표를 던졌던 37명의 ‘완전 박멸’을 선언했다. 당 후보로 공천해주지 않은 것은 물론, 이들이 중의원 해산시 적을 둔 지역구에 ‘저격수’를 배치하기로 했다. 반역자의 싹을 자르는 것과 동시에 유권자들로 하여금 이번 선거판을 자민당 내 개혁과 보수 대결로 인상 지워 정권교체를 호소하는 민주당 목소리를 압도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출범 이후 줄곧 당내 소수파였던 처지에서 벗어나 완전히 주류로 나서려 한다. 중의원 해산 직후 시행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계산이 맞아떨어질 확률이 큰 것 같다. 중의원 해산 찬성, 우정민영화 법안 지지, 자민당 지지 의사를 밝힌 유권자가 각각 해산반대, 민영화법 반대, 민주당 지지 의사를 밝힌 이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1955년 이후 한 차례 빼곤 줄곧 집권
부쩍 강화된 일본 사회의 국수주의화 경향, 정치 무관심층 증가, 선거시 적극 결집되는 보수 기득권층 표 성향 등으로 미뤄 고이즈미 총리의 재집권은 유력해 보인다. 물론 지난해 참의원 선거에서나 올해 도쿄도 의회선거에서는 야당인 민주당이 크게 약진해 정권 교체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정권을 직접 다투는 중의원 선거가 되면 일본 유권자의 보수 지향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물론 경우에 따라 ‘탈(脫)고이즈미’ 자민 정권의 탄생 가능성도 있다. 자민당은 1955년 보수 정당의 연합체로 출범한 이래 1993년 단 한 차례, 비(非)자민 연합세력이 집권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줄곧 여당이었다. 94년 사회당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수가 총리에 오를 때도 자민당은 총리직은 넘겼지만 야당은 아니었다. 자민-사회-사키가케 3당 연립정권이었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중심의 자민당, 즉 우정민영화 찬성파로 채워진 자민당은 현재로서는 독자적인 과반의석 확보는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식 양당제화 추세 속에 제1야당 민주당이 건재한 데다 중간세력으로 공명·공산·사민당이 나름대로 기반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민당은 연립정권을 구성하는 수밖에 없다. 공명당은 총선 후에도 연립 파트너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공명당과의 연립은 필연적이다. 자민-공명 의석을 합해도 과반의석이 안 될 경우 자민당은 정권을 내놓기보다 반(反)고이즈미파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반고이즈미파는 자민당 복귀 조건으로 고이즈미가 아닌 다른 총리의 옹립을 조건으로 내걸 가능성이 크다. 반고이즈미파 전직 의원들은 대부분 이번 총선에 신당을 결성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는데, 이는 총선 후 자민당 복귀를 염두에 둔 것이다. 어쨌든 자민-공명 연합으로도 과반의석이 안 될 경우 자민당은 당연히 고이즈미 카드를 버릴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일본 정치의 주역 자리를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자민당 내분 상태에서 치르게 되는 이번 총선을 집권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천재일우로 보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 단독 혹은 야당 연합 형태로 ‘오카다 가쓰야 정권’이 등장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오카다 대표가 정치지도자로서의 카리스마가 약한 데다 일본 유권자들이 정권 교체를 통한 변혁보다 현상 유지를 통해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