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장 어민들이 전복 먹이로 다시마를 주고 있다.
그 후 또다시 진도에 와 낙조가 아름다운 세방리를 지나다 전복을 만나게 됐다. 이번에는 살아 있는 전복까지 본 것이다. 돌이켜보니 그동안 내가 전복을 본 것이라곤 전복죽에 들어 있는 콩알만한 전복 살과 횟집에서 별미 반찬으로 나오는 아주 얇게 썰어진 전복회, 그리고 수족관 속의 전복 뒷모습이 전부였다.
전복의 도톰한 살집은 마치 입술처럼 오므렸다 폈다 하는데, 그 생김새가 기묘하다. 전복 양식을 하는 허신무 씨는 “전복이라는 것이 저 앞바다에도 있지만, 여자 몸에도 하나씩 있지요”라고 했다. 그러더니 전복의 내장은 여자가 먹어서는 안 된다며 날름 삼켜버린다. 그 형상에서 유래된 것인지, 영양분 때문인지 전복이 정력에 좋다는 얘기가 있다.
지방질 적고 단백질은 ‘듬뿍’
입술처럼 움직이는 전복.
전복은 패류의 황제라고 불린다. 전복 살은 지방질이 적고 단백질이 많아 환자나 노인의 건강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 전복에는 비타민, 칼슘, 인 따위의 미네랄이 풍부해서 산모가 껍데기째 고아 먹으면 모유가 잘 나온다고 한다. 전복이 제 몸을 보호하는 단단한 껍데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는 말이 쉽게 수긍이 된다. 그밖의 전복의 효능에 대해 열거하면 간장보호·피로회복·시력보호·심근경색 예방 등 거의 만병통치약에 가까운 수사가 곁들여진다. 오죽했으면 진시황이 불로장생하기 위해 찾았다는 품목에까지 올랐을까.
양식판에 달라붙어 있는 전복들.
9월 3, 4일 참전복 축제 처음 열려
적조가 오면 양식장 어민들은 집단 폐사의 광풍이 몰아칠까 봐 전전긍긍한다. 전복 양식을 많이 하는 완도나 해남 쪽까지도 적조가 미치는데, 진도는 예외라고 한다. 물살이 세고, 수온이 낮고, 오염원이 없어서 진도 앞바다에서는 적조가 생긴 적이 없다는 것이다.
양식 전복은 다시마와 미역을 먹고산다. 일주일에 30~40kg의 다시마가 양식장 한 칸(가로 2.4m, 세로 2.4m)마다에 투입된다. 그렇게 3년 동안 150여 차례나 다시마나 미역이 투입된 뒤에야 상품성 있는 전복으로 키워진다. 참전복 자율공동체 위원장인 박동교 씨는 “3년 동안 자식처럼 키웠어요. 지금까지 전복에게 줬던 다시마와 미역 값만 쳐도 전복값보다 더 나갈 겁니다”고 했다.
그동안 진도군은 100억원가량을 투자해 냉동창고·중간 육성장·선착장을 만들고, 진입로까지 닦았다. 전복 양식업자들의 편의를 위해서기도 하지만, 전복 양식을 관광자원화하려는 목적에서였다. 9월3일과 4일, 이틀 동안 진도 홍주 한 병을 무료로 나눠주는 제1회 진도 참전복 축제가 열린다.
서울에서 진도대교까지는 452km다. 진도대교에서 다시 보전리 바닷가까지는 28km다. 하지만 그 바닷가에 다다르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다도해의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중앙기상대가 한반도 최남단 제일의 낙조 전망지로 꼽은 세방낙조 전망대가 있고, 다도해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달리는 해안도로가 있어 ‘별천지가 바로 여기로구나’ 하고 탄성을 자아내게 된다. 축제 기간엔 참전복 잡기, 전복 가두리 양식장 체험하기, 선상 관광, 전복 시식회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 6만5000원에서 7만원이면 3년생 전복 1kg(약 10마리)을 살 수 있다.
9월 첫 번째 주말에 진도에 가면 통통한 참전복에 몸을 위무받고, 황홀한 노을에 마음까지 위안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