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운 여름날엔 아무래도 시원한 곳이 그립다.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도 좋지만 역시 시원한 물에 발 담그며 더위를 씻어내는 계곡이 그만이다. 그러나 이름난 계곡은 사람들로 붐벼 호젓하게 즐기기가 여의치 않다. 한꺼번에 밀려드는 인파를 피하기 위해, 혹은 시간적 여유가 없어 아직까지 휴가를 떠나지 못했다면 계곡을 품고 있는 고요한 산사를 찾는 것도 여름 여행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산과 연못이 어우러진 백양사 풍경.
백양사는 사찰이라기보다 공원 같은 느낌을 준다. 계곡을 따라 100m 정도 들어서면 돌로 층층이 쌓은 계단이 쌍을 이룬 쌍계루가 나타난다. 돌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폭포수처럼 시원하게 들려온다. 쌍계루 위에 고인 연못가에는 수령 700년의 이팝나무가 있다. 이팝나무 그늘 아래 색깔 고운 잉어가 유유히 떠다니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연못가에 앉아 잉어밥을 풀어놓으면 떼 지어 몰려온 잉어들이 옴짝거리는 모습도 재미있다.
쌍계루를 지나면 대웅전과 극락보전, 부도. 스님들의 사리와 유골을 모신 부도 밭 주변에는 5000여 그루의 비자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이곳은 천연기념물 제153호인 비자나무의 북방한계선으로 사시사철 푸른 빛깔을 곱게 유지하는 비자나무가 내뿜는 진한 나무향이 백양사의 공기를 한층 더 맑게 해준다.
또한 약사암과 운문암, 천진암 등 암자도 많다. 절 어귀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약사암에 오르면 첩첩 산으로 둘러싸인 백양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약사암 근처에 있는 영천암도 들러볼 만하다. 영천굴이라 불리는 천연 바위 굴 속에 자리 잡고 있는데, 가뭄이나 장마에 상관없이 그 양이 늘 똑같다는 이곳의 물맛은 좋기로 유명하다.
비구니 스님의 불모지였던 호남에서 유일한 비구니원으로 자리 매김한 천진암을 오르는 길도 그만이다. 대웅전에서 천진암까지는 500m. 길 오른편에는 계곡물이 흐르고 왼편에는 미끈하게 뻗어 올라간 대나무 밭이 죽 늘어서 있는데, 바람이 불면 사각사각 댓잎 스치는 소리와 계곡의 물소리가 어우러져 시원함을 더해준다.
찾아가는 길호남고속도로 백양사 IC를 빠져나와 1번 국도를 타고 담양 방면으로 8km 정도 간 다음 738번 지방도로를 타고 백양관광호텔 앞에서 우회전해 2km 정도 가면 백양사가 나온다.
◇ 강원 평창 상원사
상원사 경내 모습.
월정사에서 계곡을 끼고 상원사로 가는 길은 양양까지 이어지는 446번 지방도로. 비포장도로인 데다, 월정사를 통과하는 차도 입장료를 내야 하는 탓에 다른 지방도로보다 차가 뜸해 걷기에 아주 좋다. 호젓한 도로와 계곡 사이에 나무가 유난히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모습도 이색적이다.
고즈넉한 정취의 상원사 길.
상원사로 올라가는 어귀에 큼지막한 돌을 층층이 쌓아 만든 돌계단도 이색적이다. 상원사 안에는 전통차를 파는 찻집인 ‘솔바람 차향기’도 있다. 찻집 앞에 만들어놓은 우물처럼 생긴 생수 터에서는 산에서 내려온 물이 분수처럼 퐁퐁 솟아오른다. 상원사에서 비로봉 정상까지는 3.3km. 오르는 데 2시간은 족히 걸리지만 힘들인 만큼 오대산의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보답이 주어진다.
반면 찻집 뒤편으로 나 있는 돌계단을 올라 좁은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고즈넉한 분위기의 적멸보궁이 있다. 적멸보궁은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한 곳으로, 모든 바깥 경계에 마음의 흔들림이 없고 번뇌가 없는 보배스런 궁전이라는 뜻이다. 욕심과 성냄, 어리석음이 없으니 괴로울 것이 없는 부처님의 경지를 나타내는 곳으로, 한 번쯤 찾아볼 만하다.
찾아가는 길영동고속도로 진부 IC를 빠져나와 59번 국도를 타고 오대산 방면으로 가면 오대산국립공원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