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들.
계열별로는 인문사회계열에선 천안대·이화여대·한세대·숙명여대〈표3〉가, 이학계열에선 천안대·이화여대·숙명여대·호서대〈표4〉가, 공학계열은 고려대·이화여대·호서대·경원대〈표5〉가, 의약학계열은 고려대·이화여대·성균관대·동국대〈표6〉가 상위그룹을 형성했다. 한편 전국에서 가장 많은 등록금을 받는 학과는 고려대 의예과였다.
이 같은 사실은 각 대학의 2학기 등록금 고지서 발부에 맞춰 ‘주간동아’가 전국 98개 사립 종합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계열별 등록금 현황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표7〉. 대학별, 계열별로 등록금 액수가 다른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그러나 그 액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는 명확하게 공개된 적이 없다. 각 대학이 교육인적자원부와 사학진흥재단에 구체적 액수를 보고하고 있지만 양측 모두 이의 공개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 의예과 ‘1030만6000원’ 최고
‘주간동아’는 등록금 현황 조사 대상을 전국의 98개 사립 종합대학교로 정했다(그러나 충남 금산군에 있는 중부대가 자료 공개를 거부해 실제 조사 대상은 97개 대학이 됐다). 4년제 사립대라도 신학대, 의학전문대, 예술대, 산업대, 국제대 등은 제외했다. 기준은 2005학년도 1학년 1학기(입학금 제외). 2학기 등록금을 기준 삼지 않은 것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학의 1·2학기 등록금이 동일한 데다, 2학기에는 실습비 등이 추가되면서 동일한 조건에서의 비교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각 대학별로는 인문사회, 이학, 공학, 의약학계열의 등록금을 조사했다. 같은 계열에서도 과별로 등록금 액수가 다를 경우에는 모두 기재하거나 평균치를 적시했다. 의약학계열에는 의대(예과), 한의대, 약학과, 수의예과 등을 모두 포함했다. 예·체능계열은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일부 확인해보니 체육과의 등록금은 공대와 같거나 비슷했고, 미대·음대 등은 공대와 의예과 등록금의 중간 수준이 많았다.
조사 결과 ‘1년치 등록금 1000만원 시대’가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등록금 액수는 조사된 수준이지만 이는 ‘수업료’만을 뜻할 뿐, 여기에 실습비·동문회비·교지대 등 고지서에 합산돼 나오는 기타 비용들을 더하면 실제 납입액은 수십만원 이상 는다. 여기 입학금이 더해지면 더욱 놀랄 만한 액수가 된다.
조사는 각 대학 경리과나 재무과, 예산기획과 등에 전화를 걸거나 전자우편을 보내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액수 공개를 꺼리는 대학이 많아 애를 먹었다. 몇몇 대학은 “우리 학교는 등록금 액수가 많은 만큼 시설도 좋고 장학금 혜택도 많이 준다. 등록금만 공개해 타 학교와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표3〉 〈표4〉 〈표5〉 〈표6〉의 계열별 등록금 순위를 살펴보면 수도권 대학들이 윗자리를 차지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수능점수 순위를 기준으로 한 이른바 ‘명문사학’이라 해서 전부 등록금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등록금과 세간의 대학평가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전국 대부분의 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일보 주관 ‘2004년 전국대학평가’를 기준 삼아 살펴보았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종합순위’와 ‘교육여건·재정 부문 순위’에서 모두 20위권에 든 학교 중에도 등록금 액수가 많지 않은 대학이 여럿 있다는 점이다. 연세대, 한양대, 가톨릭대, 경희대, 한림대, 울산대, 인제대 등이 그랬다. 〈표1〉 〈표2〉의 등록금 평균 상위 순위에 들어 있지 않음에도 대학평가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았다. 요컨대 등록금을 많이 받지 않고도 무난히 ‘상품성’과 경쟁력을 유지한 것이다.
남녀공학보다 여대 등록금 비싸
특히 인제대는 97개 대학 중 가장 낮은 수준의 등록금을 받고 있음에도 대학평가 종합순위에선 공동 17위, 교육여건·재정 부문 순위에서는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연세대의 경우도 수도권 평균 수준의 등록금을 받으면서 종합평가 4위, 교육여건·재정 부문 공동 5위의 좋은 성적을 냈다.
고려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서강대, 인하대, 아주대 등은 종합순위와 교육여건·재정 부문 순위 모두 20위권 안에 들면서 등록금도 비교적 많이 받는 학교다.
이들 중 상당수는 현재 교정에서 크고 작은 ‘역사(役事)’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고려대와 이화여대의 움직임이 도드라진다. 두 대학은 기부금 유치에도 열심이며 실제로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등록금 많이 받는 학교가 기부금 유치액도 크면서 재단 시설 투자에서도 성큼 앞서가고 있는 셈이다.
등록금이 비싼 대학 중에는 규모가 작은 지방대도 여럿 끼여 있다. 그들 중 한 대학 관계자는 “무엇보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라 말했다. 학생 수가 많을수록 등록금을 조금만 올려도 큰 효과를 볼 수 있고 학생 1인당 소요 비용도 줄어든다. 그런데 상당수 지방대는 학교 규모가 원래 작은 데다 요즘에 와선 학생 유치에마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등록금을 올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기업이나 독지가의 기부금 또한 몇몇 서울 지역 유력 사립대로만 몰리는 실정이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경제학)는 “우리 사회는 영민한 엘리트뿐 아니라 든든한 허리 역할을 해줄 성실한 ‘보통 인재’도 필요로 한다”며 “기부자들이 사회 기여라는 큰 틀에서 기부처를 결정하기 바란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또 다른 특징은 남녀공학에 비해 여대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 여대 관계자는 “여학생들만 다니는 학교라 청결, 안전 등에 만전을 기하다 보면 아무래도 돈이 더 많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녀공학 대학의 한 관계자는 “여학생들이 남학생보다 등록금 인상에 덜 반발하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색다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경북 포항시에 있는 한동대는 1학년의 경우 무(無)전공계열 수업을 진행하는 까닭에 등록금도 모두 동일한 322만9000원으로 책정해놓았다. 이에 한동대는 계열별 순위 산정에서 제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