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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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테마株 말짱 황

줄기세포, 매연저감장치, 냉각캔 등 허실 … 주가 띄우기 미확인 정보 믿다간 ‘쪽박’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6-01-04 14: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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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묻지마 테마株 말짱 황

    2005년 12월29일 2005년도 증권시장이 폐장되었다. 증권거래소 직원들이 올해 증시 활황을 축하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배합사료 제조업체인 유가증권 상장기업 ㈜에스씨에프(옛 신촌사료)는 2005년 1월31일 ㈜JB줄기세포연구소에 30억원을 출자, 이 연구소 지분 30%를 취득했다. 당시 회사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 공동 연구개발 및 관련된 부대사업 일체를 위해 지분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마침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가 2004년 ‘사이언스’지에 줄기세포 논문을 발표해 황 교수가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황우석 효과’ 때문이었을까. 이후 에스씨에프 주가는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2005년 초에는 12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하기도 했을 정도. 이에 따라 2004년 말 2000원대에 머물던 이 회사 주가는 2005년 2월 한때 2만5000원까지 폭등, 10배 이상 올랐다. 당시 온 국민이 줄기세포에 눈먼 상황에서 이 회사가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고 하니 대박의 꿈에 부푼 투자자들로서는 이 회사 주식을 입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것이 함정이었음을 아는 일반 투자자들은 거의 없었다. 한번 탄력을 받은 주가는 끝없이 오르기만 할 줄 알았을 것이다. 주가가 폭등하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재빨리 지분을 처분하고 떠난 사람이 있었고, 뒤늦게 대박 환상을 좇은 부나방들은 손해를 보고 주식을 팔려고 해도 매수세 실종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황우석 효과’ 12일 연속 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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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12월29일 서울대 본관에서 열린 줄기세포 서울대 조사위 기자간담회에서 노정혜 연구처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 회사 주식의 주가 폭등은 주가 조작 세력의 ‘작품’이었다. 증권감독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회사가 2005년 1월 30억원을 출자한 ㈜JB줄기세포연구소는 이 회사 임원 K 씨와 시세조종 전력이 있는 박모 씨가 한 지방대 의과대학 송모 교수를 내세워 만든 서류상의 회사였다. 이들은 또 이 연구소가 시각장애 치료법을 개발했다는 허위 사실을 퍼뜨려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줄기세포 테마주 열풍을 이용한 전형적인 불공정 주식거래였던 셈이다.



    줄기세포 테마주에 투자했다가 ‘황우석 쇼크’로 주가가 폭락하자 피해를 본 개인 투자자들은 에스씨에프 투자자들뿐만이 아니다. 줄기세포 테마주 가운데 대장 격인 산성피앤씨의 경우 12월29일 종가는 9800원이었다. 연중 최고가인 4만9500원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주가 조작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물증은 없는 상태다.

    묻지마 테마株 말짱 황

    한 생명공학연구소 연구원들이 제대혈에서 분리한 세포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2005년은 거래소나 코스닥 시장에서 바이오 주가 각광을 받았다. 말할 것도 없이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황 교수의 2004년 및 2005년 ‘사이언스’ 논문 때문이었다. 그러나 바이오 주는 황 교수의 연구 성과에 대한 진위 논란이 불거지면서 꺾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12월29일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는 없다”는 서울대 노정혜 연구처장의 발표로 바이오 주에 대해서는 옥석이 구분될 것으로 예상된다.

    설사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가 있다고 해도 현재로선 검증되지 않은 원천기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도 2005년 12월21일 성명을 통해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주가 비교적 쉽게 확립된다고 할지라도 이 배아줄기세포를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매우 많다”면서 “이 세포주의 적용 대상이 극히 제한적이며 연구의 응용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도 많은 시일이 필요하다는 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점에서 줄기세포 관련 주가 테마주로 부상한 것은 ‘비이성적인’ 시장 흐름이라고 할 만하다. 2005년 5월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직접 관련된 종목은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던 대신증권 정명진 연구원은 “당시 투자자들은 주가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다면서 항의 전화를 많이 했는데, 당시 보고서의 목적은 시장이 합리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신기술이 상업화돼 해당 회사의 매출로 이어지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가로놓여 있다. 냉장고에 넣지 않아도 늘 차게 보관할 수 있는 음료 캔, 인터넷 국제전화 사업 등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들은 한때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구면서 해당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아직까지 상업화에 성공하지 못하거나 아예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신기술 상업화까지 ‘산 넘어 산’

    98년부터 플라스마를 이용한 매연저감장치 개발에 뛰어든 주방가구 제조업체 에넥스의 경우를 보자. 에넥스는 2005년 3분기 사업보고서에서 ‘기체 레이저와 전자빔을 이용한 유해가스 정화장치(LEGR)의 일본 시장 진입을 위해 일본 닛산디젤기술연구소에서 공인시험을 실시한 결과 45.5%의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으며, 현재 도쿄도에서 지정을 위한 심의 중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LEGR는 플라스마를 이용한 디젤차의 매연 후처리 장치. 세계 각국이 디젤 차량의 매연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 상품화가 이뤄진다면 그야말로 대박이 예상된 장치다. 이런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에넥스 주가는 LEGR 개발 계획 발표 당시 폭등했지만 아직까지도 계속 개발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당연히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기술로 투자자들을 우롱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에넥스 관계자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한때 주가가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나중에는 이것 때문에 주가가 오히려 발목 잡힌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야말로 신규 사업 진출 차원에서 LEGR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비관련 사업이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당분간 상용화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에넥스 주가가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일부이긴 하지만 줄기세포 테마주 사례는 아직도 주식 시장의 체질 개선이 요원하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특히 코스닥 시장은 주가를 띄우기 위한 미확인 정보가 횡행하고, 이런 루머를 이용해 차익을 챙기려는 ‘부나방’족들이 여전히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중견 공인중개사는 “인터넷 버블로 폭등했던 2000~2001년의 경우처럼 검증되지 않는 기술이나 재료로 장난을 칠 수 있는 환경을 방치한 감독기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해서 ‘묻지마 투자’를 한 투자자들의 책임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 회사가 무엇을 만드는지도 모르면서 그저 “증권사 창구에서 권하니까” “며칠째 상한가를 치고 있으니까” 하고 주식을 산 결과가 어떤지를 처절하게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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