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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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치기’ 주범은 황 교수?

한양대 윤현수 교수, 황 교수 거짓말 속속 입증 … “수개월 내 발각될 뻔한 일 누가 했겠나”

  • 강양구 프레시안 기자 tyio@pressian.com

    입력2006-01-04 13: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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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꿔치기’ 주범은 황 교수?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말대로 ‘바꿔치기’된 것일까, 아니면 존재하지도 않은 것을 있다고 거짓말하다 ‘도둑맞았다’고 자작극을 꾸민 것일까?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2005년 12월29일 “2005년 ‘사이언스’ 발표 논문과 관련해 환자 체세포의 DNA와 일치하는 줄기세포는 찾을 수 없었다”며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입증할 만한 과학적 데이터도 황 교수팀은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고 조사 결과를 밝혔다. 즉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최종 확인이 된 것. 하지만 논문 조작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12월23일 황 교수는 교수직 사의를 밝히면서도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대한민국의 기술”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는 반드시 이를 확인하실 겁니다”라고 주장했다.

    서울대 조사위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황 교수가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김선종 연구원에 의해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로 바꿔치기 당했다’는 그의 주장을 사실로 입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2005년 논문의 공동 저자이자 수년간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에 도움을 주었던 윤현수 한양대 교수(사진)는 전혀 상반된 시각을 내놓고 있다. 황 교수의 주장대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 수정란 줄기세포로 바꿔치기 당했다면 그 바꿔치기의 주범은 오히려 황 교수와 그의 핵심 측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한마디로 ‘줄기세포 바꿔치기’는 황 교수팀의 ‘자작극’이라는 것이다.

    윤 교수는 도대체 어떤 근거로 이런 결론에 다다르게 됐을까? 12월27일 한양대 연구실에서 기자와 만난 윤 교수는 우선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에 황 교수팀 연구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음을 강조했다. 윤 교수는 “미즈메디병원에서 확립한 15개의 줄기세포 중에서 1, 4, 6번을 제외한 12개 줄기세포의 배양이 올해 2월까지 이뤄지고 있었다”며 “이 과정에 황 교수 실험실의 대학원생들이 배양 훈련을 위해 4~5개월씩 참여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미즈메디병원과 황 교수 실험실은 협력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유롭게 왕래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황 교수팀의 일원이 늦게까지 미즈메디병원에 남아 있어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든지 미즈메디병원에서 배양 중이던 수정란 줄기세포를 황 교수팀으로 옮겨갈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

    윤 교수는 이런 정황을 감안하면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가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로 ‘둔갑’한 과정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가설’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황 교수팀이 실체가 없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대신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를 채워놓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1월 초 곰팡이에 오염돼 줄기세포 6개가 훼손됐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이런 가설은 더욱더 설득력이 높아진다.

    ‘바꿔치기’ 주범은 황 교수?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 교수 실험실.

    이 같은 윤 교수의 ‘가설’은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역설적으로 황 교수가 ‘줄기세포 바꿔치기’ 주장을 최초로 제기했다는 것 자체가 윤 교수의 가설에 힘을 실어준다. 정상적인 줄기세포 연구자들이라면 자신이 확립한 줄기세포를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일례로 미즈메디병원에서 확립한 15개 줄기세포도 6개월에 한 번씩 DNA 지문 분석을 하고 있다. 하지만 황 교수팀은 11월 ‘PD수첩’이 줄기세포에 대한 DNA 지문 분석을 요청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줄기세포에 대한 기본적인 점검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 교수는 “‘줄기세포 바꿔치기’와 같은 주장은 줄기세포 관리가 엉망인 실험실 소속 연구원이나 떠올릴 수 있는 발상”이라며 “제대로 된 줄기세포 연구자라면 수개월 안에 발각될 ‘바꿔치기’ 같은 일은 상상조차도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상적인 줄기세포 연구자라면 상상하기조차 힘든 ‘바꿔치기’를 황 교수가 언급한 것이야말로 황 교수팀이 ‘바꿔치기’를 했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진위 논란 터지자 美에 있는 연구원들 수차례 귀국 종용

    앞뒤 정황을 살펴보면 윤 교수의 주장은 더욱더 설득력이 높아진다.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2005년 12월23일 중간발표에서 황 교수팀이 처음부터 논문의 DNA 지문 분석 결과를 조작하려 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황 교수팀은 DNA 지문 분석을 위해서 환자의 체세포와 줄기세포에서 각각 추출한 DNA 샘플을 검사 의뢰한 것이 아니라 환자의 체세포에서 추출한 DNA 샘플을 2개 만들어 검사를 의뢰한 뒤 그 결과를 하나는 체세포의 결과로, 다른 하나는 줄기세포의 결과로 조작했다.

    ‘바꿔치기’ 주범은 황 교수?

    과연 줄기세포는 누가 바꿔치기 했을까? 황 교수와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오른쪽)은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DNA 지문 분석을 맡긴 시점은 ‘사이언스’에 논문을 제출한 2005년 3월15일 이전이었다. 황 교수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로 바뀐 것을 11월 중순에야 알았다고 해명해왔다. 그렇다면 왜 굳이 DNA 지문 분석 결과를 조작하려 했을까? 확립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황 교수팀에 있었다면 굳이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해 DNA 지문 분석 결과를 조작할 이유가 없다. 즉 황 교수팀이 이미 2005년 1~2월에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였음을 인지했거나 애초에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없었기 때문에, DNA 지문 분석 조작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김선종 연구원이 굳이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배양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로 바꿔치기 할 뚜렷한 동기가 보이는 않는 것도 윤 교수의 가설에 힘을 실어준다. 미즈메디병원 연구원으로서 줄기세포의 정기적인 ‘점검’ 절차를 잘 알고 있었던 김 연구원이 수개월 안에 발각될 게 뻔한 바꿔치기를 했을 리도 없거니와 설사 바꿔치기를 했더라도 그에게 돌아올 이익이 현실적으로 없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바꿔치기를 했을 때 내게 돌아오는 이익이 하나도 없는데 왜 그런 짓을 하겠느냐”고 일관되게 항변해왔다. 윤 교수는 “김 연구원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그는 자신이 배양하는 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인 줄 몰랐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육안으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와 수정란 줄기세포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윤 교수는 의미심장한 증언을 덧붙였다. 윤 교수는 11월17일 ‘PD수첩’이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의 DNA 지문 분석 결과가 환자의 체세포와 ‘불일치’하다는 통보를 접한 뒤, 황 교수 실험실에 보관 중인 줄기세포 6개에서 DNA 샘플을 추출해 전남 장성에 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부지소에 비공식적으로 검사를 의뢰했다. 이들 6개 줄기세포 모두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라는 ‘깜짝 놀랄 만한’ 결과를 접한 윤 교수는 이를 황우석, 이병천, 강성근 교수에게 즉시 전했다.

    1월 중 최종 결과 발표 … 바꿔치기 주장 계속 땐 수사 불가피

    여기서 윤 교수는 진실을 짐작할 수 있는 증언을 한다. “이병천, 강성근 교수는 아주 담담하게 이 말을 들었고, 황 교수는 놀라는 표정이었지만, …그런 표정을 지은 것뿐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다면 왜 황 교수는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를 가져와 자신이 만든 체세포 배아줄기세포와 바꿔치기 해야만 했을까? 윤 교수는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 능력에 근본적인 회의를 제기했다. “황 교수팀에 미즈메디병원에서 줄기세포 배양 훈련을 받은 연구원들도 있고 개, 돼지 줄기세포를 연구하던 이들이 있어서 기본적인 줄기세포 연구 능력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배양하는 일은 오랜 경험에서 축적된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황 교수팀이 인간 배아 연구를 시작한 게 2003년부터니까 고작 3년 정도 됐다. 2003년에 황 교수팀에서 인간 배아를 다루면서 개, 돼지, 소의 배아를 다루듯이 해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이런 윤 교수의 주장은 이미 정황상 사실로 확인됐다. 황 교수는 ‘PD수첩’에 의해 줄기세포 진위 논란이 본격적으로 제기되자 수차례 피츠버그대학에 있는 박종혁, 김선종 연구원의 귀국을 종용했다. 안규리 교수와 윤 교수가 12월 초 피츠버그를 방문한 이유 중 하나는 두 연구원의 신속한 귀국을 권유하기 위해서였다. 급하게 줄기세포의 실체를 보여주기 위해서 황 교수는 ‘외부의’ 배양 전문가인 박, 김 연구원 등의 도움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윤 교수는 “황 교수가 최근 한 달간처럼 나에게 아쉬운 소리를 한 적은 지난 수년간 없었다”며 “황 교수팀은 줄기세포를 배양할 만한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1월 초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진위 논란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황 교수가 계속해서 줄기세포 바꿔치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진다. 이미 황 교수는 2005년 12월22일 검찰에 김선종 연구원을 ‘범인’으로 지목하며 수사를 요청했다.

    그간 세계 과학계에서 있었던 대표적인 부정행위 사례를 확인하다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최고 지위에 올랐던 과학자일수록 끝까지 ‘진실’을 외면하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다는 것. 이미 어느 정도 실체가 드러난 황 교수의 ‘과학 사기극’의 끝은 어디가 될까?

    대리인 안규리 교수는?

    e메일서 제한적 역할 강조 환자 돌볼 기회 주어질까


    ‘바꿔치기’ 주범은 황 교수?
    서울대 안규리(50·사진) 교수가 이번 줄기세포 진위 논란 과정에서 어떤 구실을 했는지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간 안 교수는 논문 조작 등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안 교수가 이번 진위 논란 과정에서 황우석 교수의 대리인으로서 매우 중요한 일을 했던 정황이 밝혀지고 있다.

    당사자인 안 교수는 자신의 역할이 ‘제한적’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안 교수는 2005년 12월29일 한 언론에 보낸 e메일에서 “황우석 교수의 요청으로 ‘PD수첩’ 취재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김선종 연구원에게 확인하기 위해 피츠버그를 방문했다”며 “YTN 기자 동행, 피츠버그대학 연구원들에게 돈을 전달하는 것 등은 모두 황 교수의 지시대로 움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현수 교수는 “12월1일 공항에 나가보니 안 교수가 YTN 기자 동행을 포함한 피츠버그행과 관련한 모든 준비를 다 해놓은 상태였다”며 “안 교수는 여정 내내 모든 계획을 짜고 일행은 그 계획대로 움직였다”고 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다.

    특히 줄기세포 진위 논란 국면에서 안 교수가 국가정보원 관계자와 수시로 접촉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황 교수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안 교수가 ‘국정원 관계자와 회의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얘기를 들었다”며 “정기적으로 국정원 관계자와 대책 회의를 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안 교수 등이 피츠버그를 방문할 때 비행기 표와 돈을 전달해준 것은 국정원 직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안 교수는 이달 초 황 교수의 주치의 자리를 내놓았다. 최근에는 연구실에도 나오지 않고 모 성당에서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교수는 e메일에서 “뒤늦게 논문 조작 사실을 알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특히 난치병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 번 더 환자를 돌볼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과연 그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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