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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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취재·물타기 방송 이유 있었네

YTN과 황우석 친밀 이상의 관계 … 사이버 난자 기증 운동 주도 윤모 씨는 前 YTN 기획조정실장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6-01-04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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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부취재·물타기 방송 이유 있었네
    “미국에 있던 김선종 연구원에 대한 취재과정과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분석 취재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한 점이 드러났습니다. …실체적 진실 규명과 비판적 접근이 미흡했던 점,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 말씀을 드립니다.”

    MBC PD수첩의 취재윤리 위반 문제를 보도해 MBC의 대국민 사과와 PD수첩의 방영 연기를 이끌어냈던 YTN이 2005년 12월29일 저녁 대국민 사과문 성격의 ‘황우석 교수 논문 관련 보도에 대한 YTN의 입장’을 전격 발표했다. 하지만 YTN은 정작 이날 입장 발표에서 무엇이 잘못됐다는 ‘문제점’은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고, ‘노사 공동의 공정방송위원회를 가동해 잘못이 드러나면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그렇다면 YTN이 말한 ‘취재과정의 부적절한 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는 MBC 뉴스데스크를 비롯한 각 언론들이 제기한 일련의 의혹을 살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우선 눈에 띄는 대목은 PD수첩의 취재윤리 위반을 고발한 YTN의 2005년 12월4일 김선종 연구원에 대한 인터뷰 보도가 황 교수 측에 의해 완벽하게 준비된 ‘청부취재’의 결과물이었다는 것이다.

    MBC 비난 이상으로 비윤리적 행태

    각 언론은 그 근거로 김선종 연구원을 만나러 간 YTN 사회부 K모 기자(기상캐스터 출신)의 비행기 삯(비즈니스석, 600만원 상당)과 숙박비 등 체류 비용을 모두 황 교수 측이 냈고, 12월1일 K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취재를 의뢰한 쪽도 황 교수 측 인사였으며, 인터뷰를 하러 갈 때 동행한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의 방미 목적 중엔 김선종 연구원이 PD수첩에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확인하고 PD수첩의 취재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를 확인하라는 부분이 포함돼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각 사안별로 분산되어 터져나왔던 의혹들은 12월29일 YTN의 노조 간부가 인터넷 언론인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행기 삯을 황 교수 측이 냈으며, K 기자가 취재원에 의해 선택된 경우였음을 인정함으로써 기정사실화됐다. 안 교수도 12월29일 평화방송에 보낸 장문의 편지에서 “황 교수 측으로부터 김선종 연구원이 PD수첩에 무슨 말을 했고, 취재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알아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YTN 기자의 비행기 티켓은 황 교수 측 사무담당자가 직접 전달했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또 “YTN에 동행 제의를 한 이는 황 교수 측의 교수였다”고 못 박았다. 이로써 “K 기자가 집에 있는 돈을 가지고 가 공항에서 안 교수에게 비행기 삯을 반납했다”, “황 교수 측에 동행 취재를 의뢰한 것은 YTN이었다”는 등 그간 YTN이 언론에 내놓았던 해명은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결국 PD수첩의 취재윤리 관련 보도로 창사 이래 처음 시청률 4%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YTN은 취재과정에서 MBC를 향했던 비난 이상으로 비윤리적 행태를 보인 꼴이 되었다.

    청부취재·물타기 방송 이유 있었네

    2005년 12월2일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MBC PD수첩팀.

    또 하나의 의혹은 YTN이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의 진위 논란에서 사실을 알면서도 보도를 누락하거나 묵살해버려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회피하려 했다는 대목이다. YTN의 K 기자는 11월14일 황 교수 측으로부터 배아줄기세포 6개와 환자 체세포를 받아 고려대 법의학팀에 그 일치 여부를 확인했다. 며칠 후 고려대 법의학팀은 배아줄기세포와 환자 체세포가 전혀 일치하지 않아 배아줄기세포가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가 맞는지 판독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YTN 내부 친황파 vs 반황파 알력 극심

    YTN은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에 대한 보도를 지금껏 하지 않았다. 이 사실만으로도 황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과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의 진위 여부에 대해 의혹을 제기할 수 있었던 YTN은 ‘대특종’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꼴이 됐다. 이에 대해 YTN 측은 “당시에는 황 교수 측의 시료가 잘못되었거나 검사가 잘못돼 이런 일이 벌어졌는 줄 알았지, 배아줄기세포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황 교수 측이 YTN 측에 배아줄기세포를 전달한 시점이 PD수첩에 배아줄기세포를 넘긴 시점과 거의 같은 데다 황 교수 측이 기자회견에서 “제3의 언론이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혀, YTN의 해명을 궁색하게 하고 있다. 또 과학전문 기자인 YTN의 K 기자가 이미 황 교수의 줄기세포가 가짜라는 PD수첩의 취재내용이 외부로 알려진 상황에서 이를 확인취재 없이 그냥 넘겼다는 것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YTN은 또 12월4일 김선종 연구원의 인터뷰 기사를 내보내면서 “‘김 연구원이 줄기세포 2, 3번 라인 사진을 11개로 부풀렸다’는 내용(중대 발언)을 PD수첩에 한 적이 없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정작 김 연구원은 YTN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사실이 없으며, 오히려 “사진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줄기세포 2, 3번을 여러 개 찍어 황 교수에게 보낸 것은 사실이며 이는 관행이다”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김 연구원의 인터뷰가 PD수첩 취재의 ‘물타기용’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MBC와 YTN의 보도 공방 파문을 지켜본 사람들에게 가장 크게 남는 의문은 황 교수 측이 자신들의 의견을 대변할 파트너로 그 많은 언론 중에 왜 YTN을 지목했는가 하는 점이다. 배아줄기세포의 검사를 YTN에 맡긴 점이나 김 연구원 인터뷰에 유독 YTN 기자 한 사람만을 선택한 점을 미뤄볼 때 황 교수 측은 이미 오랜 기간 YTN이나 그 담당기자와 취재원과 언론사 이상의 관계를 유지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황 교수는 YTN의 시청자 위원으로 꾸준히 활동해왔다. YTN의 한 관계자는 “황 교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청자 위원회에 빠진 적이 없다”고 확인했다. 김 연구원을 인터뷰했던 K 기자도 기자들 사이에선 황 교수의 일거수일투족과 동정에 대해서 가장 빠른 핫라인을 가지고 있는 기자로 유명했다.

    여기에 더해 황 교수와 YTN의 관계를 언급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인물이 있다. 황 교수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며 황 교수의 대언론 노출이 있을 때마다 늘 모습을 비췄던 윤모 씨가 바로 그다. 인터넷 카페 ‘아이러브 황우석’의 운영자이기도 한 윤 씨는 사이버 난자 기증 운동을 전개했으며, MBC 최문순 사장 사퇴 및 PD수첩 폐지 서명 운동에도 앞장서는 등 황 교수팀의 온·오프라인 여론몰이 및 대응을 이끌어온 주인공이었다.

    그런 그가 바로 YTN의 기획조정실장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YTN은 또 구설에 올랐다. 성균관대 총학생회장과 88년 한국민주청년단체협의회 조직국장, 91년 고 김귀정 씨 사망대책위원회 부대변인 등을 하면서 운동권에서의 입지를 다진 그는 93년 내일신문 홍보실장을 지낸 후 내일신문 장명국 사장이 YTN 사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 함께 옮겼다. 운동권 전력 때문에 송영길(열린우리당), 김영춘(열린우리당), 원희룡 의원(한나라당)과 이성헌 전 의원(한나라당) 등 386 정치인들과 친분을 다져온 그가 황 교수의 팬클럽 회장을 맡고 있는 사실이 밝혀지자 언론계 내부에서는 윤 씨가 YTN과 황 교수 사이의 다리 역할뿐만 아니라 황 교수와 정치권 사이의 창구 구실을 담당하지 않았겠느냐는 설이 강력하게 제기됐다.

    하지만 YTN 내부에서 이런 ‘친(親)황우석’ 보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자사의 김 연구원에 대한 보도가 잘못됐을 가능성, 즉 황 교수의 논문 사진이 조작됐을 가능성을 지적하는 보도도 있긴 했다. 하지만 12월10일 김 연구원이 파견된 미국 피츠버그 의대 이형기 교수의 e메일을 인용해 나간 이 보도는 ‘보도국장의 허락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 1회 방송 이후 삭제됐고, 인터넷 포털로의 릴리스도 금지됐다. 그리고 이 기사의 보도를 주도했던 담당부서의 부서장은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한직인 비보도 부서로 발령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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