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적 질서에 기초한 전통적 권위와 군부 권위주의의 강압적 질서에 익숙해진 우리 사회는 ‘권위적’이란 단어만 나와도 몸서리를 친다. 그러나 권위주의는 강제적인 것이지만 ‘권위’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승인으로 성립되는 것이다. 즉 권위의 상실은 신세대의 ‘존경의 철회’라고 말할 수 있다. 존경받지 못하는 권력은 더 이상 권력이 아니다.
‘한국사회 어디로 가나?’는 권위주의 이후, 사회 곳곳에서 발견되는 ‘권위의 위기’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한국 사회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돌아간다. 정치와 시장, 시민사회는 물론 일상적 삶의 영역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이 과정에서 권위주의적 질서는 빠르게 해체되고 있으나, 새로운 권위에 대한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위 몰락의 현주소를 살펴보자. 전 국민을 거리 촛불시위 현장으로 내몬 한국 최초의 대통령 탄핵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황우석 사태도 ‘지식 권위 몰락’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보화의 진전으로 정보와 지식을 얻는 것이 매우 쉬워지면서 지식 신비성의 베일이 도처에서 빠른 속도로 걷히고 있다. 교실에서도 권위는 자취를 감췄다. 공교육의 역할 실패는 사교육 성행으로 이어졌고, 교사에 대한 존경심은 찾아볼 수도 없다.
저자들은 대전환기를 맞은 한국 사회에 새롭게 형성되어야 할 권위 패러다임을 8가지로 나눈다. 정치는 물론 정보사회의 대학과 시장, 시민사회의 소통 권위 등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2005년 6월 100회를 맞은 ‘고려대학교 사회학 콜로키움’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학술회의 결과물이다. 고려대 콜로키움은 매학기 5~6회씩, 10여년간 주목받고 있는 학자들을 초청, 자유로운 토론의 장을 펼치고 있다.
조대엽·박길성 외 지음/ 굿인포메이션 펴냄/ 312쪽/ 1만5000원
절개와 강직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대나무를 쉽게 떠올린다. 울울창창한 대나무 숲은 광고 촬영지와 무술영화의 단골 배경이다.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고, 무사들이 싸움을 하면서 대를 짚어가며 허공을 가른다. 하늘로 쭉쭉 뻗은 푸른 대나무 숲은 영화 밖 현실에서는 낭만이 어우러진 최고의 피서지가 된다.
이 책은 한·중·일의 공통된 문화 코드인 대나무를 통해 동아시아 특유의 동질성과 다양성을 활용, 번영의 길을 모색한다. 동아시아 사람들은 일생을 대나무와 더불어 안정되고 평화로운 삶을 누려왔다. 대나무는 종교와 문학은 물론 생활 속에서 폭넓게 활용돼왔다. 멀게는 만파식적 설화에서부터 새 5000원권에 도안된 대나무 설화까지 대나무 이야기를 총망라했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대나무의 활용가치는 점점 높아가고 있다. 웰빙 영향으로 건강식품은 물론 신약과 산업용 신소재로 거듭나고 있다. 달빛 아래에서 은은한 그림자를 드리우지만 눈서리가 몰아쳐도 푸른빛을 잃지 않는 고결한 기품의 대나무는 위대하다.
이어령 외 지음/ 종이나라 펴냄/ 344쪽/ 3만원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자연의 패턴’
“등산가들은 산이 그곳에 있으니까 산에 오른다고 말한다. 수학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풀어야 할 방정식이 있으니까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우리에게 수학이란 입시를 위해 견뎌내야 하는 따분한 학문에 불과하다. 그러나 수학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 생활 속에 다양하게 자리 잡고 있다. 기린과 얼룩말의 무늬, 걸음을 걸을 때 발의 움직임, 조개껍데기의 나선형 등으로 나타나는 패턴 역시 광범위한 수학의 세계다.
복잡계 이론을 개척한 영국의 저명한 수학자이자 저술가인 이언 스튜어트는 이 책을 통해 수학적 아름다움을 삶의 방정식으로 하나하나 풀어내려고 시도했다. 아무렇게나 일어나는 것 같은 우연한 현상 뒤에 감춰져 있는 패턴과 질서를 알기 쉽고 흥미진진하게 설명했다. 저자는 수학의 본질이 종이에 숫자를 쓰고 복잡한 계산을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통해 숨겨진 질서를 밝혀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1996년 출간된 ‘자연의 수학적 본성’을 다듬고 보완해 재출간한 것이다.
이언 스튜어트 지음/ 김동광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268쪽/ 1만3000원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한국사회 어디로 가나?’는 권위주의 이후, 사회 곳곳에서 발견되는 ‘권위의 위기’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한국 사회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돌아간다. 정치와 시장, 시민사회는 물론 일상적 삶의 영역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이 과정에서 권위주의적 질서는 빠르게 해체되고 있으나, 새로운 권위에 대한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위 몰락의 현주소를 살펴보자. 전 국민을 거리 촛불시위 현장으로 내몬 한국 최초의 대통령 탄핵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황우석 사태도 ‘지식 권위 몰락’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보화의 진전으로 정보와 지식을 얻는 것이 매우 쉬워지면서 지식 신비성의 베일이 도처에서 빠른 속도로 걷히고 있다. 교실에서도 권위는 자취를 감췄다. 공교육의 역할 실패는 사교육 성행으로 이어졌고, 교사에 대한 존경심은 찾아볼 수도 없다.
저자들은 대전환기를 맞은 한국 사회에 새롭게 형성되어야 할 권위 패러다임을 8가지로 나눈다. 정치는 물론 정보사회의 대학과 시장, 시민사회의 소통 권위 등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2005년 6월 100회를 맞은 ‘고려대학교 사회학 콜로키움’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학술회의 결과물이다. 고려대 콜로키움은 매학기 5~6회씩, 10여년간 주목받고 있는 학자들을 초청, 자유로운 토론의 장을 펼치고 있다.
조대엽·박길성 외 지음/ 굿인포메이션 펴냄/ 312쪽/ 1만5000원
절개와 강직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대나무를 쉽게 떠올린다. 울울창창한 대나무 숲은 광고 촬영지와 무술영화의 단골 배경이다.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고, 무사들이 싸움을 하면서 대를 짚어가며 허공을 가른다. 하늘로 쭉쭉 뻗은 푸른 대나무 숲은 영화 밖 현실에서는 낭만이 어우러진 최고의 피서지가 된다.
이 책은 한·중·일의 공통된 문화 코드인 대나무를 통해 동아시아 특유의 동질성과 다양성을 활용, 번영의 길을 모색한다. 동아시아 사람들은 일생을 대나무와 더불어 안정되고 평화로운 삶을 누려왔다. 대나무는 종교와 문학은 물론 생활 속에서 폭넓게 활용돼왔다. 멀게는 만파식적 설화에서부터 새 5000원권에 도안된 대나무 설화까지 대나무 이야기를 총망라했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대나무의 활용가치는 점점 높아가고 있다. 웰빙 영향으로 건강식품은 물론 신약과 산업용 신소재로 거듭나고 있다. 달빛 아래에서 은은한 그림자를 드리우지만 눈서리가 몰아쳐도 푸른빛을 잃지 않는 고결한 기품의 대나무는 위대하다.
이어령 외 지음/ 종이나라 펴냄/ 344쪽/ 3만원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자연의 패턴’
“등산가들은 산이 그곳에 있으니까 산에 오른다고 말한다. 수학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풀어야 할 방정식이 있으니까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우리에게 수학이란 입시를 위해 견뎌내야 하는 따분한 학문에 불과하다. 그러나 수학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 생활 속에 다양하게 자리 잡고 있다. 기린과 얼룩말의 무늬, 걸음을 걸을 때 발의 움직임, 조개껍데기의 나선형 등으로 나타나는 패턴 역시 광범위한 수학의 세계다.
복잡계 이론을 개척한 영국의 저명한 수학자이자 저술가인 이언 스튜어트는 이 책을 통해 수학적 아름다움을 삶의 방정식으로 하나하나 풀어내려고 시도했다. 아무렇게나 일어나는 것 같은 우연한 현상 뒤에 감춰져 있는 패턴과 질서를 알기 쉽고 흥미진진하게 설명했다. 저자는 수학의 본질이 종이에 숫자를 쓰고 복잡한 계산을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통해 숨겨진 질서를 밝혀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1996년 출간된 ‘자연의 수학적 본성’을 다듬고 보완해 재출간한 것이다.
이언 스튜어트 지음/ 김동광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268쪽/ 1만3000원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