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개봉을 앞둔 ‘딥 스로트’ 다큐멘터리와 촬영 장면(아래).
영화의 줄거리는 성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던 여주인공이 의사의 진찰 결과 클리토리스가 목구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래서 많은 남자들과 구강성교를 하면서 진정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1972년에 개봉된 ‘딥 스로트’는 같은 해에 개봉된 ‘초록문 너머(Behind the Green Door)’라는 영화와 함께 미국 사회에 포르노 붐을 일으키면서 영화 제목이 대중문화의 한 키워드가 됐다.
그러나 국내에는 개봉되지도 않은 이 영화의 제목을 익숙하게 해준 것은 그 같은 영화 자체, 혹은 대중문화의 키워드로서가 아니었다. 이 영화를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준 것은 닉슨 대통령의 하야를 불러온 ‘워터케이트’ 사건 때문이었다. 이 사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내부 제보자가 이 영화 제목을 딴 별명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는 지하 주차장에서 만난 제보자를 통해 그야말로 ‘깊숙한’ 내부 정보를 알게 되는데, 이 제보자의 이름을 사건 당시는 물론이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밝히지 않고 대신 ‘딥 스로트’라고 불러왔다.
그때부터 ‘딥 스로트’는 `‘은밀한 제보자’의 대명사로 통해왔다. 포르노물의 제목치고는 엉뚱한 데서 새로운 언어적 생명을 얻는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이다. 워터게이트의 `‘딥 스로트’는 2004년에 전 FBI 부국장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30여년 만에 그 익명이 벗겨져 다시 한번 화제가 됐다. ‘딥 스로트’ 같은 내부 고발자를 영어에서는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휘슬 블로어)’이라고 한다. 조직 내부의 부정과 비리를 호루라기를 불어 바깥에 알린다는 뜻일 텐데, 그러나 이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의 잘못을 외부에 알린다는 것은 공익의 관점에서 보자면 분명 정의로운 일이지만 한편으로 조직의 배신자, 고자질쟁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자답지 못하다’ ‘비겁하다’는 시선도 감수해야 한다. 조직 내부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에서도 내부 제보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이다. 자신이 일했던 거대 담배회사의 비리를 방송국에 제보한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인사이더(Insider)’를 보면 휘슬 블로어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잘 알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생명의 위협도 받지만 특히 그가 힘들어한 것은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의 잘못을 세상에 알린 것에 대해 받는 공격으로 인한 번민과 갈등이었다. 동료들도 모두 그를 외면한다. 혼자 휘슬을 분다는 것, 정말 대단한 각오 없이는 하기 힘든 일이다.
최근에는 내부신고 제도를 긍정적으로 운영하는 회사들도 있다고 한다. 조직 문제의 사전 예방과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회사들도 엄밀히 말하자면 내부 고발을 장려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부 제보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다. 제보가 ‘밖’으로 나가기 전에 ‘안’에서 해결하려는 것이다. 황우석 교수의 의혹도 시발은 황 교수팀 연구원 출신의 제보였다.
이제 대부분의 사실이 확인됐지만 이 연구원의 내부 제보에 쏟아진 눈길에는 내부 제보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도 겹쳐 있었던 듯하다. 때마침 ‘목구멍 깊숙이’에 관한 다큐 영화가 국내에 곧 개봉된다는 소식이다. ‘목구멍 깊숙이’의 촬영 스태프와 배우들을 직접 인터뷰해 이 영화, 그리고 당시 미국 사회의 이면을 조명한 것이다. 이 다큐를 보면서 또 다른 관점에서 황우석 사태에 대해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