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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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끝, 그리고 시작

  • 류한승 미술평론가

    입력2008-06-02 16: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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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의 끝, 그리고 시작

    전소정 ‘The finale of a story #7’

    미술에서 내러티브는 어떻게 나타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내러티브는 사건, 체험 등을 담고 있는 이야기 혹은 담화를 뜻한다. 또한 내러티브는 사건들의 연속으로 이뤄지며, 그 사건들은 시간적 선후관계나 논리적 인과관계를 가져야 한다. 보통 우리는 문학·영화·애니메이션에서 이야기 구조를 논하는데, 그렇다면 미술에서는?

    신진작가 전소정은 기억이나 꿈, 회상 같은 개인적 경험을 소재로 연극무대를 만들고, 그 무대를 배경으로 하나의 내러티브를 생성한다. 지난해 핀란드에서 한동안 거주했던 작가는 핀란드 숲에서 겪은 독특한 경험을 시각화해 ‘이야기의 피날레(the finale of a story)’를 제작했다.

    무대 퍼포먼스 과정 비디오와 사진에 담아

    핀란드에서 전소정은 한 번 만났던 친구를 길에서 우연히 다시 마주쳤고, 그 친구가 굉장히 좋은 곳을 안내하겠다고 해서 따라간 곳이 바로 핀란드 숲이었다(영문도 모르고 간 곳이라 작가는 이 숲의 정확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숲을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들어가다가 작은 마을에 이르렀고, 옛날에 한 무용수가 그 마을을 지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친구에게 무용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앞에 펼쳐진 마을을 보는 순간, 작가는 본 적 없는 무용수에 대한 이야기를 구상했다. 이후 한국에 돌아온 전소정은 그 기억을 토대로 각본을 쓰고 연극무대를 만들었다. 더불어 그 무용수를 대체할 한국 무용수를 찾아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벌였고, 그 과정을 비디오와 사진에 담았다.

    연극은 총 7개의 장면으로 구성돼 있다. 연극에 나오는 무용수는 여러 명의 인격을 가진다. 그는 핀란드의 무용수이며, 친구가 상상하는 무용수이고, 작가 자신이기도 하다. 연극의 스토리는 무용수가 숲을 헤매고 거기서 기억을 더듬어내는 내용이다. 그 길을 알려주고 기억을 찾게 도와주는 매개체로 토끼, 고슴도치, 시계탑의 요정 등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환기시켜준다.



    전소정은 이렇게 촬영한 영상을 전시장에서 상영하고, 영상의 배경이 됐던 연극무대를 갤러리에 직접 설치한다. 이어 관객에게 비디오를 보여준 뒤 그 무대로 관객을 끌어오며, 관객이 자신의 경험과 마주하는 부분을 통해 나머지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피날레지만 다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며, 결국 작업은 열린 텍스트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물론 내러티브의 진행에서는 작가가 더 이상 독점적 주도권을 행사할 순 없지만. 6월22일까지, 서울 종로구 공근혜 갤러리, 문의 02-738-7776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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