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위에둥
2002년 12월 중국 시장에 뛰어든 현대차의 질주는 한마디로 매서웠다. 2003년 13위, 2004년 5위, 2005년과 2006년 각각 4위로 시장점유율 순위가 치솟았다. 중국인들은 이런 현대차에 ‘현대속도(速度)’라는 신조어를 붙여줬다. 그러나 카루올라가 중국 거리를 질주한 2007년 현대·기아차는 고전했다. 중국 시장에서 처음으로 판매량 그래프가 ‘꺾인’ 것이다. 지난해 현대차는 2006년 판매량에서 20.3% 줄어든 23만여 대를 파는 데 그쳤다.
5월19일 오후 2시28분(한국 시각 3시28분) 중국 베이징(北京) 현대차 2공장의 생산라인이 멈춰 섰다. 노동자들은 5·12 원촨(汶川) 대지진을 추모하며 고개를 숙였다. 현대차 2공장 마당에선 사망자를 애도하는 행사가 열렸다. 5월19일부터 21일까지 이어진 애도 기간의 첫날 행사 때 노동자들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현대차 2공장의 컨베이어벨트는 묵념이 끝나자마자 움직였다. 자동차를 조립하는 노동자들의 몸도 바빠졌다. 노동자들의 눈은 날카로웠고, 몸은 활기찼다.
중형차 같은 준중형 아반떼보다 큰 사이즈
그들이 만드는 차는 현대차의 중국형 신차 위에둥(悅動). 이 차는 현대차가 지난해의 고전을 만회하기 위해 4월 출시한 아반떼의 중국 모델이다. 한국에서 팔리는 아반떼보다 사이즈가 큰 이 모델은 현대차의 야심작. 위에둥은 중국 시장의 트렌드에 맞춰 차체를 높이고, 라디에이터그릴과 헤드램프를 기존보다 키웠다. 또 크롬 내장형 리어 가니쉬와 보석 느낌의 리어 콤비램프를 장착해 중형차 같은 준중형차를 구연했다.
“중국 위에둥은 한국 아반떼보다 잘 빠졌어요. 나도 구입하고 싶을 만큼 수려하죠. 럭셔리한 게 준중형차 같지 않아요. 현대차가 어깨에 힘주길 좋아하는 중국인을 정확히 읽은 듯해요.”(중국에서 일하는 삼성그룹 임원 L씨)
2006 베이징모터쇼 직후 꾸려진 태스크포스(TF)의 작품 위에둥은 베이징 2공장 준공식과 함께 열린 신차발표회를 기점으로 중국 전역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아반떼를 기반으로 제작됐지만 개발비 650억원, 연구기간 13개월이 추가로 투입된 중국 전략형 모델이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수요층이 가장 넓은 준중형급 세단 판매를 확대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 올해 전체 판매량을 38만대(점유율 6.1%)로 끌어올리고자 한다.
위에둥이 생산되는 현대차 2공장에선 날것 냄새가 났다. 중국인 노동자들은 젊었으며, 생산라인은 새것으로 가득 찼다. 현대중공업이 제작한 360대의 로봇이 분주히 움직였고, 현대로템의 장비는 부드러웠다.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주무른 철(鐵)은 차의 옷으로 바뀌고 있었다. 프레스기는 위에둥에 쓰이는 후드, 사이드패널, 도어, 트렁크를 쉴 틈 없이 찍어냈다. 프레스기의 분주함만큼 먼지를 빨아들이는 집진기의 굉음도 바빴다.
“지난해 판매 면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2002년부터 5년간의 중국 진출 1기는 베이징 2공장 준공과 함께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지난 5년이 도약을 준비하는 기간이었다면 앞으로의 5년은 중국에서 선두 메이커로 자리매김하는 시기가 될 겁니다. 2010년까지 딜러망을 600개 가까이로 늘릴 요량입니다. 딜러가 부자가 돼야 우리도 성공할 수 있으니까요. 판매망 정비에 더욱 노력할 겁니다.”(백효흠 베이징현대차 판매본부장·전무)
일러스트레이션 · 권송천 기자
앞으로 5년 선두 메이커로 자리매김 시기
베이징에서 현대차 딜러점을 운영하는 조우신하이(趙新海·46) 사장은 베이징올림픽 이후의 주식과 부동산 움직임에 관심이 많은 부자다. 그는 2002년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동료들과 함께 3400만 위안(약 50억원)을 투자해 딜러점을 열었다. 그와 동료들은 이 딜러점을 운영하고 1년 만에 투자했던 고정자산을 뽑았다고 한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직접 쓴 글씨가 걸려 있는 회의실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와 현대차는 가족입니다. 중국과 한국은 역사와 전통을 함께 합니다. 일본과 우리는 다르죠. 처음 현대차와 일하기로 결심할 땐 솔직히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현대차를 선택한 걸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습니다. 차를 원 없이 팔았거든요. 위에둥을 기점으로 현대차가 또 한 번 날아오를 것 같습니다. 회사의 목표가 조금 버거워 보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조우신하이 사장은 1988년부터 자동차를 팔아온 베테랑. 현대차는 그에게 부(富)를 안겨줬다. 폭스바겐과도 일했던 그는 현대차의 미래를 낙관했다. 그가 운영하는 딜러점은 판매뿐 아니라 차량 정비, 부품 공급, 고객 관리를 수행하는 4S(Sales·Spare parts·Service·Survey) 매장. 그의 딜러점에는 차를 사러 온 고객들로 북적였는데, 그들의 시선은 하나같이 위에둥에 꽂혀 있었다. 4월8일 출시된 위에둥은 이 딜러점에서만 5월19일까지 90대가 팔렸다.
현대차의 첫 중국 전략형 모델인 위에둥의 기세는 심상찮다. 출시 첫 달인 4월에만 1만대를 팔았으며, 5월에도 호조가 이어졌다. 현대차는 베이징 2공장에서 신차 3~4종을 추가로 생산할 계획인데, 중국형 쏘나타도 올해 말부터 이 공장에서 생산된다. 베이징 2공장은 4종 이상의 차를 한 라인에서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으며, 시간당 생산능력도 65대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한마디로 한국의 현대차 공장보다 한 수 위다. 한국에서 함께 온 80여 개 협력업체를 포함해 120여 개 회사가 이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현대차의 베이징 2공장이 가동되면서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103만대의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현대·기아차에게 중국은 한국(300만대) 다음의 생산거점이다. 자동차시장의 쌍두마차격인 미국(현대차 30만대, 기아차 30만대)과 유럽(현대차 30만대, 기아차 30만대)에 꾸려졌거나 건설 중인 생산능력보다 앞선다. 중국의 생산 및 판매 법인이 현대·기아차 글로벌 전략의 핵심 축인 것이다. “중국 시장에 미래가 달려 있다”는 게 현대·기아차 관계자들의 믿음이다.
기아차도 RIO천리마로 현지화 전략
현대차 베이징 2공장
기아차도 중국인의 취향을 고려한 현지 모델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선보인 RIO천리마(중국형 프라이드)와 11월 출시한 중국형 쎄라토가 선봉장이다. 기아차는 지난해까지 210여 개에 불과하던 딜러점을 올해 말까지 300여 개로 늘릴 계획이며, 2010년까지 중국 축구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을 후원하는 등 스포츠 마케팅도 벌이고 있다. 기아차의 마케팅 포인트 역시 현지화(localization), 즉 중국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현대·기아차는 회사 미래가 달린 13억 거대 시장에서 생산기반 구축을 마무리했다. 베이징 시내를 누비는 택시의 절반가량이 엘란트라(아반떼XD)로, 그야말로 움직이는 광고 구실을 하고 있다. 이번에 100만대가 넘는 생산능력을 확보한 중국은 현대·기아차의 생산거점(미국, 인도, 체코, 슬로바키아) 가운데 최대 규모다. 현대·기아차는 한국 300만대, 중국 100만대, 중국 이외 해외지역 200만대의 생산체제를 기반으로 또 한 번의 신화를 쓰고자 한다.
중국 자동차 그룹 합자 현황 | ||||
일기기차그룹 | 상하이기차그룹 | 둥펑기차그룹 | 베이징기차그룹 | 광저우기차그룹 |
일기VW | 상하이VW | 둥펑위에다기아 | 베이징현대 | 광저우혼다 |
(VW 30% 아우디 10%) | (VW 50%) | (기아 50%) | (HMC50%) | (혼다 50%) |
일기夏利(샤리) | 상하이GM | 신룡기차 | 베이징벤츠 | 광저우도요타 |
(톈진기차그룹 33.99%) | (GM 50%) | (둥펑집단고빈유한공사 50%) | (DC 50%) | (도요타50%) |
톈진일기도요타 | 상하이기차이베코상용차 | 둥펑유한 | 베이징복전 | 준위기차 |
(도요타투자 10%도요타 40%) | (이베코 50%) | (닛산 50%) | (DC 24%) | |
일기해마 | 쌍용자동차 | 둥펑혼다 | 베이징경형기차 | 광저우이스즈객차 |
(하이난마쯔다 50%) | (상하이기차 48.92%) | (혼다 50%) | (일본이스즈 25%이스즈(중국) 24%) | |
쓰촨도요타 | 신옥객차 | 북기투자 | ||
(도요타 45% 도요타통상 5%) | (볼보상용 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