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스페셜’팀과 에티오피아를 찾은 차인표. 그는 모두 30명의 빈곤국 어린이, 청소년과 후원 결연을 맺고 매달 후원금을 보낸다.
배우 차인표의 아프리카 봉사활동이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5월24일 MBC는 에티오피아를 찾아 봉사활동을 펼친 차인표의 모습을 ‘MBC 스페셜’을 통해 방송했다.
차인표의 에티오피아행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에는 MBC 한학수 PD의 제안을 받아들여 ‘MBC 스페셜’ 제작진과 동행했다. 평소 자신의 봉사활동 알리기를 꺼리던 그였지만, 방송을 통해 현지의 처참한 상황을 알리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동행에 응했다.
차인표가 에티오피아까지 가서 한 봉사활동은 우리 사회 지도층에게 요구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좋은 사례다. 차인표가 현재 국제 어린이 양육기구 컴패션을 통해 결연을 맺은 어린이는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 빈곤 국가에 사는 30명. 이중 9명이 대학생이다. 차인표는 매달 어린이 21명에게는 3만5000원씩, 대학생 9명에게는 35만원씩을 기부한다. 일반인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차인표 신애라 부부는 이를 거르지 않고 있다.
국제 어린이 양육기구 컴패션 통해 결연 맺고 정기적 후원
차인표는 “지난해 말 아내와 함께 모 자동차 광고에 출연해 받은 금액 중 1억원으로 필리핀 등지의 대학생 9명을 선택해 졸업할 때까지 등록금을 지원한다”며 “매달 35만원에 달하는 액수가 적지 않지만 다행히 광고주가 도움을 준 셈이다”라고 밝혔다. 다수의 연예인이 광고 출연료를 짭짤한 부수익으로 챙기지만, 차인표 신애라 부부는 이를 궁핍한 환경의 어린이를 위해 내놓은 것이다.
차인표는 2006년부터 컴패션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2년 동안 인도 아프리카 등지를 찾아다니며 후원 어린이들을 만났다. 처음 10여 명이던 어린이 수는 빈곤국을 다닐 때마다 1, 2명씩 늘어나 이제 30명에 이르렀다. 결연 아동이 30명까지 늘어난 데는 봉사활동 때 만난 아이들을 ‘특별한 인연의 운명’으로 받아들인 차인표의 신념이 크게 작용했다.
차인표는 이번 에티오피아 봉사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 만났을 때 후원을 약속하지 못해 1년 내내 마음에 걸렸던 소녀를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 한가운데서 기적처럼 다시 만난 것이다.
“결연을 맺으려면 가족 동의가 필요해 소녀의 집을 찾아갔다. 빈민가에 있는 집에서 만난 소녀의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딸이 컴패션의 후원을 받는 게 자신의 소원이었다고 말하더라.”
물론 일부에서는 국내에도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데 굳이 해외 어린이를 돕는 그의 활동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기도 한다. 이런 지적에 대해 차인표는 이렇게 답했다. “컴패션은 6·25전쟁 고아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우리는 41년 동안 수혜국이었다가 2003년부터 후원국으로 바뀌었다. 수혜국에서 후원국이 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도움을 받는 사람들은 미국보다 한국을 더 따뜻하게 받아들인다. 그들에게 한국은 언젠가 자신들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살아 움직이는 희망의 증거다. 돕지 않을 수가 없다.”
차인표는 “타국의 어린이를 오랫동안 양육하는 일은 열매를 맺을 나무가 자라도록 씨앗을 뿌리는 일과 같다”고 했다. “한 번의 포옹이나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 어린이의 마음속에 남아 성장을 돕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도 했다.
진심이 통해서일까. 차인표의 봉사활동을 담은 ‘MBC 스페셜’이 방송된 후 컴패션에는 아동 결연을 요청한 신청자가 폭주했다고 한다. 하루 평균 20여 명이던 신청자는 방송 후 이틀 동안 1000여 명에 육박했다. 컴패션 관계자는 “한국 컴패션 설립 후 가장 많은 신청자가 몰렸다”며 혀를 내둘렀다.
차인표 신애라 부부의 따뜻한 마음은 봉사활동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들 부부에게는 배 아파 낳은 아들 정민(10) 군과 가슴으로 낳은 두 명의 딸이 있다. 두 사람은 2005년 예은(2) 양을 입양한 데 이어 올 초 생후 100일 된 예진이를 입양했다. 차인표 신애라 부부는 예은이 입양 당시에도 큰 화제를 모았지만 예진이도 공개 입양하면서 아이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실천하는 모범을 보였다.
두 딸의 입양은 신애라가 봉사활동을 하는 입양·위탁보호시설 대한사회복지회를 통해 이뤄졌다. 신애라는 이 단체에서 아이들을 돌보다가 예은이와 예진이를 만나 어머니로서 인연을 맺게 됐다. 입양 당시 차인표 신애라 부부는 “아이들을 택한 게 아니라 아이들이 우리를 선택해준 것”이라고 말해 잔잔한 감동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