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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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8세 3부작 vs 영·정조 2부작

  • 이명재 자유기고가

    입력2008-01-30 16: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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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헨리 8세 3부작 vs 영·정조 2부작

    ‘천일의 앤’의 한 장면.

    모범생보다는 탕자의 이야기가 재미있는 법이다. 영국왕 헨리 8세가 어느 왕보다 많은 영화 소재가 된 것은 그가 희대의 스캔들 메이커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자신의 삶 자체가 연극이었다. 주연으로서 그의 연기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수많은 관객이 그 연극을 지켜봤다. 그는 자신뿐 아니라 많은 조연도 배출했다.

    그중 가장 극적인 조연은 두 명의 희생자였다. 한 사람은 총 여섯 번의 결혼 중 첫 번째 이혼과정에서 등장한다. 헨리 8세가 이혼을 인정하지 않는 로마 교황청과 충돌하고, 그 때문에 영국 국교회가 떨어져 나온다는 것은 역사책을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와 더불어 이 싸움은 당대 대학자의 목숨과도 관련돼 있었다. 전천후 인문학자인 토머스 모어는 헨리 8세의 절친한 친구였으나 왕과의 우정이나 안위보다는 자신의 신앙을 위해 죽음의 길을 택한다. 영화 ‘4계절의 사나이’는 토머스 모어의 순교기다.

    두 번째 희생자는 헨리 8세로 하여금 캐서린과 이혼할 마음을 먹게 한 여자, 미모의 앤 불린이다. 헨리 8세의 두 번째 왕비가 된 앤 역시 아들을 낳지 못한다. 앤은 누명을 쓰고 쫓겨나는데 대가는 가혹했다. 캐서린과 같은 막강한 배경이 없었던 앤은 참수형에 처해진다. 리처드 버튼이 헨리 8세 역을 맡았던 영화 ‘천일의 앤’이 바로 이 얘기를 다루고 있다. 천일은 앤이 왕비로 있었던 기간을 말한다.

    헨리 8세는 38년간이나 왕위에 있다가 죽지만 사후에도 속편을 낳았다. 캐서린과의 사이에서 난 큰딸 메리가 왕권을 이어받는데, 그는 영국을 다시 가톨릭 국가로 되돌리려 하는 과정에서 잔혹극을 연출한다. ‘피의 메리’는 바로 그를 가리키는 별명이다.

    그리고 언니 메리에 이어 왕이 된 앤의 딸 엘리자베스. 그가 바로 엘리자베스 1세이니, 이렇게 해서 마침내 3부작이 완성된다. 세 부녀에 의해 100년 가까운 가족의 3부작이자 왕조의 3부작이며, 영국사의 가장 극적인 3부작이 씌어진 것이다.



    요즘 우리 안방의 사극 바람, 정조에 대한 조명은 새로운 현상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할아버지 영조 때부터 아버지 사도세자 얘기까지 더한다면 3부작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헨리 8세 3부작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는데 이 점이 마음을 착잡하게 한다. 헨리 8세 3부작이 폭풍우가 지난 뒤 결국 300년간의 영광으로 이어지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반면, 영·정조의 그것은 몰락해가는 국운 가운데 ‘불꽃’과도 같은 허망한 에피소드로 그친다는 것이다.



    영화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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