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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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돈스코이호 통해 잃어버린 우리 역사 탐사”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8-01-30 18: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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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선 돈스코이호 통해 잃어버린 우리 역사 탐사”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었습니다. 우리에게도 동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보물선이 있다고 말이죠.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봤을 동화 속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오는 감동, 정말 근사하지 않나요?”

    ‘보물선 박사’로 불리는 한국해양연구원 유해수(53) 박사가 책을 냈다. 이름하여 ‘울릉도 보물선 돈스코이호’. 돈스코이호는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울릉도 인근에서 침몰한 것으로 알져진 5800t급 러시아 군함이다. 특히 당시 이 배에는 수조원대에 달하는 보물이 실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 박사는 지난 10년간 울릉도 인근 해역에 잠들어 있는 돈스코이호를 찾고 인양하는 데 모든 것을 다 바쳤다. 그는 이것을 “해양학자로서의 자존심이자 책임감”이라고 표현한다. 1998년 처음으로 울릉도 앞바다에 시추선을 내렸던 유 박사는 5년 만인 2003년 5월 드디어 꿈에 그리던 돈스코이호와 만났다. 그는 당시를 “눈앞이 먹먹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유 박사에게 돈스코이호 발견과 인양은 ‘보물선 찾기’가 아닌 우리의 ‘잃어버린 역사찾기’다.

    “보물을 찾기 위해 탐사에 나선 것은 절대 아닙니다. 100년 전 러일전쟁 쓰시마 해전에서 끝까지 고군분투한 돈스코이호에는 처절한 전쟁의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제국주의의 침탈로 고통받았던 뼈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습니다.”



    그래서일까. 책의 전체 내용은 보물선 탐사기록이라기보다 한 권의 역사책과 닮았다. 쓰시마 해전이 발발했던 당시 역사가 그림처럼 묘사돼 있고, 러시아 해군이 스스로 침몰시킨 돈스코이호의 마지막 모습과 일본의 승리로 막을 내린 러일전쟁이 영화대사처럼 서술됐다. 일제 강점기에 들어선 우리나라의 암울한 역사도 마찬가지.

    유 박사는 1997년 외환위기와 그 즈음 개봉돼 전 세계를 흥분시킨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서 돈스코이호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금화를 실은 채 침몰한 것으로 알려진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꼭 찾아내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한국의 타이타닉’이라는 즐거움을 안겨주고, 심해 침몰선 탐사를 성공시켜 발전된 한국 해양과학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는 것.

    돈스코이호가 마치 “시집 보낸 딸 같다”는 유 박사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인양에 성공한다면 그 역사적 의의를 일깨워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각종 문화산업으로 발전시켰으면 한다. 해양과학 박물관도 만들어 관광상품화했으면 좋겠다. 정부가 나서든, 기업이 추진하든 하루빨리 그날이 오길 바란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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