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26일 잠적 38일 만에 검거된 주수도 제이유그룹 회장이 취재진에게 둘러싸인 채 검찰로 호송되고 있다.
주 회장은 불법 다단계 판매영업을 통해 2조1000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이고 회사 돈 284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2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앞으로 특별사면이나 보석, 구속 집행정지 등의 조치가 검토되지 않는 이상 그는 자유의 몸이 되기 어렵다. 주 회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봐서는 청와대나 법원 재판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그를 배려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사실상 인생 말년을 옥중에서 보내야 할 처지다.
주 회장은 검찰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결백을 끈질기게 주장해왔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피해는 인력으로 막을 수 없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징역 12년 확정판결 복역 중
재판부는 주 회장의 논리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송광수 전 검찰총장까지 나서 변호를 맡는 등 대규모 변호인단이 힘을 보탰고, 여러 경로를 통해 주 회장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가 재판부에 날아들었지만 감형은 이뤄지지 않았다.
보통 형사사건이 상고심 심리까지 오면 수형생활 등 여러 참작요소가 반영돼 1심과 항소심보다 형량이 낮게 선고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법원은 원심과 항소심의 양형(量刑)을 그대로 인용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 회장은 현재 배임 혐의로 검찰로부터 추가 기소돼 또다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재순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가족에게 과도한 수당을 지급하는 등의 특혜를 준 혐의다.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형량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대법원 판결과 검찰의 추가 기소로 주 회장의 회생 가능성은 사실상 차단됐다. 그러나 주 회장의 기세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 확정판결을 받고도 다시 문제의 제이유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 제이유그룹 계열 법인들의 등기부등본 등과 주 회장이 지난해 12월 제이유 사건 피해자들에게 보낸 내용증명 서신에 따르면, 주 회장이 부활을 위한 ‘옥중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주수도 회장이 옥중에서 제이유 사건 피해자들에게 보낸 내용증명 서신. 주 회장이 직접 옥중 경영에 나서고 있다는 정황이 서신 내용에 잘 드러난다.
그간 주 회장은 이 법인 대표이사와 이사 명단에는 빠져 있었다. 결국 이제는 측근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아닌, 본인이 직접 영향력을 행사해 다단계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출한 셈이다.
주 회장이 대표이사 직책을 맡아 옥중 경영에 나선 이후 제이유그룹 계열 법인 중 두 법인을 통해 여러 다단계 마케팅 사업에 손대고 있다.
실제 두 법인은 최근 기존 유통판매 사업 외에 새로운 업종을 등기상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생활용품의 제조 및 판매유통 업종 등으로 출발한 MUK는 올해 1월3일자로 국내외 중고자동차 유통판매 업종까지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또한 주 회장이 지난해 7월 MUK와는 완전 독립된 법인으로 설립한 RESD는 식품 및 농수산물 도소매 등의 업종 외에도 최근 통신판매업과 케이블TV 홈쇼핑업, 홍삼제품의 제조 판매업에까지 영역을 넓혔다.
특히 주 회장은 마케팅 수법도 바꿨다. 올해부터 RESD의 영업보상 방식을 기존 ‘바이너리(binary)’에서 ‘브레이크 어웨이(break away)’ 방식으로 전환한 것. 주 회장은 옥중에서 보낸 내용증명 서신에서 “고등법원 항소심 재판장과 수사 검사도 미국 암웨이와 같은 보상 방식은 괜찮다고 말했다”며 새로운 보상 시스템 도입 이유를 밝혔다.
이원체(二元體) 이상의 그룹 판매실적이 수당 책정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는 ‘바이너리’ 방식과 달리 ‘브레이크 어웨이’는 개인과 그룹 매출액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암웨이 외에도 다른 국내 대다수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가 이 보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주 회장은 남아 있는 제이유그룹 회원들에게 구체적으로 월 1회가 아닌 2회 마감, 수당 지급 등의 방법을 시도하겠다고 앞에 언급한 서신에서 밝혔다. 결국 매출을 2배 이상 올려 소득을 2배 늘려보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이렇듯 주 회장은 지난 연말부터 본격적인 재기 움직임을 보이지만 기존 피해자들의 보상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기존 피해자 보상 문제는 언급 회피
주 회장이 그간 보상 재원으로 내세운 것은 세 가지다. 제주도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과 강화도 온천 개발사업, 중국 투자 건이다.
그러나 모두 여의치 않다. 18홀 규모의 골프장과 500객실을 갖춘 콘도미니엄, 150객실의 호텔 건설이 계획된 오라관광단지 사업은 2005년 제이유계열 법인으로 설립된 제이유알바트로스가 사업시행권을 넘겨받았으나 주 회장이 구속되면서 공사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골프장 조성사업 공정이 35% 정도 진척된 게 전부다. 다른 사업시행권자를 찾아야 하지만 공사대금, 부채 비용 등이 1000억원 이상을 넘어 사업 재개 자체가 무리다.
강화도 삼동암리에서 발견된 온천수를 활용해 레저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골자로 한 강화도 개발사업도 사실상 붕괴 직전이다. 제이유그룹 계열사인 강화덕정리조트가 여러 차례 사업설명회까지 열었지만 아무런 투자 유치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중국 투자 건도 마찬가지. 주 회장이 서신을 통해 “항소심이 끝난 뒤 사업이 더욱 악화됐으며, 중국 정부의 압박까지 심하다”고 밝힐 정도로 사업이 거의 무산된 상태다. ‘주간동아’는 더 자세한 내막을 듣기 위해 주 회장의 변호인 김모 변호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그는 응하지 않았다.
진퇴양난의 상황, 계열 업체들이 극심한 적자에 허덕이거나 부도 직전 상태에 놓여 대다수 사업의 실현 가능성이 없는 시점에서, 더욱이 12년 동안 영어의 몸일 수밖에 없는 그가 무슨 생각으로 ‘옥중 경영’이라는 히든카드를 들고 나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