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2일 방북한 노무현 대통령을 맞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왼쪽)의 얼굴에 병색이 역력하다.
국정원이 김 위원장의 동선을 놓친 이유는 그가 이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문제는 ‘왜 김 위원장이 이동을 멈췄는지’에 대해 국정원 측이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원 측은 김 위원장이 이동을 멈춘 이유는 사고나 지병으로 자리에 누웠거나, 아니면 그의 동선을 추적하는 한미 정보기관의 추적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추정한다.
과거 김 위원장은 겨울철마다 보름여에 걸쳐 일체 이동을 멈추곤 했다. 이동을 하지 않는 시기에 그는 보약을 먹으면서 몸을 추스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감지된 움직임은 보약을 먹으려고 쉬던 때와는 분명 다르다.
의사들도 이동 … 국정원 추적 못해 발만 동동
북한에서 김 위원장을 치료할 수 있는 의사는 극히 제한적이다. 때로는 제3국의 의사가 북한으로 들어가 진료하기도 한다. 한미 정보기관은 이러한 의사들의 이동도 추적하는데, 의사 가운데 일부의 동선도 이번에 함께 끊겼다. 국정원 측은 이런 정보를 근거로 김 위원장의 몸에 변고가 생겼으리라는 추정을 내리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저격이나 사고로 동선을 멈춘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지금까지 국정원 주변의 분석이다. 만일 저격이나 사고를 당했다면 의료진뿐 아니라 북한군 전체가 움직였을 텐데 아직 그러한 움직임은 발견되지 않고 있기 때문. 그러나 북한 군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쓰러졌다는 소문도 일부 돌고 있다고 전해져 관심을 모은다.
국정원 측은 ‘김 위원장이 지병으로 쓰러졌다’고 추정한다. 그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에도 김 위원장의 동선이 끊기자 “김 위원장이 당뇨성 망막증과 심근경색 등을 앓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나왔다. 이 소문은 김위원장이 5월3일 중국 외교부장을 만남으로써 사라졌으나, 이때 드러난 김 위원장의 모습은 눈에 띄게 수척했다.
지난해 10월2일 노무현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도 김 위원장은 여러 가지 지병을 가진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다음 날 열린 정상회담 때는 활기찬 모습을 보여 ‘하루 만에 표정이 변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 위원장의 동선이 끊기고, 평양을 방어하는 평양방어사령부에 비상이 걸렸다(전군 비상은 아니다). 과거 중병설이 돌 때마다 김 위원장의 은신처로 이동했던 의사가 평소 근무해온 곳에서 몸을 감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상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국정원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국정원이 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판단을 내릴 때쯤 북한은 1월22일과 23일 개성에서 열기로 합의했던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산하 철도협력분과위원회 회의를 내부 사정을 이유로 무기한 연기했다. 과연 김 위원장의 건강은 어떤 상태일까. 국정원 주변에 떠도는 소문처럼 정말 중병을 앓고 있는 것일까.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