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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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로비에 인수위 말려들었다”

“박물관 위상·역할 약화하는 것은 세계 추세에도 역행”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8-01-30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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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재청 로비에 인수위 말려들었다”
    1월1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국립박물관을 문화재청으로 이관하는 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개편 골자는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홍남)을 포함한 전국 12개 국립박물관을 문화관광부 소속에서 문화재청 소속으로 이관하고,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차관급에서 1급으로 내린다는 것. 개편안이 나오자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21일에는 박물관장 명의로 “박물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저해하는 시대착오적 조치”라는 성명도 냈다. 전직 국립중앙박물관장들도 이에 동참했다. “(인수위 개편안은) 박물관을 육성하고, 그 콘텐츠 파워를 키우는 세계적 추세에 맞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위기에 빠진 ‘동양 최대 박물관’의 수장(首長), 김홍남 국립중앙박물관장(사진)의 견해를 들어봤다.

    - 인수위 개편안에 왜 반대하나.

    “자칫 밥그릇 챙기기로 비칠까 조심스럽다. 하지만 ‘한 국가의 대표 박물관을 정부의 말단 행정기구로 보지 말아달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 박물관은 단순한 매장문화재 전시기관이 아니라 종합 문화기관인 동시에, 전시 기획과 해외 전시를 통해 우리 문화의 예술성을 널리 알리는 국제적 교육기관이다. 박물관 전체 기능 가운데 문화재청과 중복되는 매장문화재 관련 기능은 10분의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박물관의 위상과 역할을 약화하려는 인수위 개편안은 세계 추세에도 역행한다.”

    - 인수위는 문화재청과 박물관이 분리된 사례가 외국에는 없다고 주장한다.



    “인수위가 그릇된 정보를 가지고 판단한 것 같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국립박물관의 독립성과 존엄성을 보장한다. 문화재 행정부서(기관)와 분리해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화재청 같은 행정부서가 박물관을 운영하거나 전시 기능을 총괄하는 예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박물관 문화가 상대적으로 일천한 중국에서조차 국가박물관은 차관급 독립기관이다.”

    - 인수위 측은 ‘대운하사업 추진의 뒷받침’을 개편 이유의 하나로 제시하는데….

    “문화재청 역시 차기 정부의 대운하사업에 따른 문화재 발굴인력 수요를 들어 박물관의 흡수통합 필요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 대운하사업 추진 시 박물관에서 투입할 수 있는 발굴인력은 50명에 불과하다. 이 정도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혀 성격이 다른 두 기관을 통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박물관을 문화재청 산하에 둔다는 계획이 이전에는 없었나.

    “이미 문화재청은 2000년경 문화재보호법 개정을 시도하면서 이 같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장기적으로는 박물관을 문화재청 소속으로 해 문화유산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박물관은 줄곧 이 계획에 반대했다. 문화재청의 로비에 인수위가 말려들었다고 판단한다.”

    - 발전적인 박물관의 역할이란?

    “과거 박물관은 유물의 무덤이요, 진열장에 불과했다. 그러나 점점 더 종합 문화기관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박물관이 한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기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의 박물관은 유물을 단순히 진열, 보관하는 쇼케이스나 창고가 아니다. 소장품에 대한 역사문화적 해석과 활용을 통해 대중 교육에 이바지하고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문화서비스 기관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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