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0일 소망교회의 주일예배. 이날 새로 등록한 신자는 68명이었다.
1월13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소망교회 주일예배의 말씀은 김지철 담임목사의 ‘애통하는 자의 복’이었다. 이날은 소망교회 30년 역사상 가장 기념비적인 날이었음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예배가 치러졌다. ‘기념비적인 날’이라고 한 이유는 이날 새로운 신자로 등록한 사람이 145명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평소 20~30명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가히 폭발적인 증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예배시간 내내 대규모로 새 신자가 등록한 ‘경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30년 넘게 이 교회에 출석한 한 여성 집사는 “예배시간에 새 신자들을 소개하지 않는 것이 소망교회의 전통”이라고 했다. 기업인, 관료, 학자 등 사회지도층이 많이 다니는 교회인 만큼 ‘요란함’을 지양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것이다.
1월13일 145명 등록 ‘기념비적인 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장로를 맡고 있는 소망교회가 그의 대통령 당선과 함께 ‘조용히’ 커지고 있다. ‘주간동아’가 지난해 5월6일부터 올해 1월20일까지 총 38주치 소망교회 주보를 입수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9일 대통령 선거일 전까지 소망교회의 주 단위 평균 새 신자 수는 35.8명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장로’의 대통령 당선 직후인 1월6일엔 101명, 13일엔 145명, 그리고 20일엔 68명으로 크게 늘었다(주보의 ‘새로 등록하신 분들’ 목록에는 보통 첫 예배 참석 2~3주 뒤에 이름이 올라간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소망교회로 몰리고 있는 것일까.
소망교회를 찾는 사람들은 비단 압구정동을 중심으로 한 강남 주민들만은 아닌 듯하다. 서울 전역에서는 물론, 경기도에서도 찾아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1월13일 등록한 새 신자 145명 가운데 17명이 인천 일산 하남 부평 의왕 용인 의정부 등 서울 외곽지역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이날 심지어 이 당선인의 고향인 포항 흥해읍 학천리 주민 2명도 새 신자로 등록했다.
대선기간 내내 수차례 ‘이명박 후보 지지 성명’을 발표했던 모 보수단체 상임대표 윤모 씨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소망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명박 대선 캠프에서 한반도 대운하 홍보 업무를 맡았던 이모 씨도 1월6일부터 소망교회에 출석, 1월20일 주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명박 장로의 대통령 당선 축하예배 때부터 소망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는 윤씨는 “소망교회 신도들에게서 이명박 장로가 얼마나 훌륭한 분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듣고 감명받아 그가 당선된 이후 소망교회에 나가기로 결심했다”면서 “그동안은 교회에 나가다 안 나가다를 반복했는데, 이제는 착실한 신자가 되려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왕이면 나라를 사랑하는 교회에 나가자 싶어 소망교회를 선택했다”고 했다. “나라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많은 교회일수록 애국적인 기도가 많이 나오는 법”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편 소망교회 관계자는 최근 급증한 새 신자에 대해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으므로 2~3개월 더 지켜봐야 한다”고만 말했다.
- 이 기사의 작성에는 동아일보 대학생 인턴기자 서지은(연세대 사회학과), 진병일(서강대 경제학과)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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