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에서 내려다본 태국 수상시장 풍경.
물론 수도 방콕의 톤부리에도 수상시장이 있다. 그러나 이미 그곳은 시장의 기능을 상실했을 뿐 아니라 전통적인 모습도 사라졌다. 톤부리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아쉽게도 관광객을 상대로 과일과 음료수를 파는 잡상인의 배가 전부다. 원형을 간직한 전통적인 수상시장으로는 담넌 사두악이 마지막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해서 담넌 사두악에 가면 무조건 태국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곳 또한 관광객으로 넘쳐나고 전통적 아름다움은 잡상인들의 장삿속에 가려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관광대국 태국의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지만 빠져나갈 수 있는 묘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수상시장에 가장 편하게 가는 방법은 여행사 패키지 투어나 방콕의 카오산 로드에서 출발하는 반나절 투어를 택하는 것이다. 보통 패키지 투어는 수상시장에 10시쯤 도착하는데, 그때쯤이면 수상시장에는 상인들보다 관광객이 더 많아 본래의 시장풍경을 만나기가 어렵다.
수상시장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오전 5시에서 8시 사이에 둘러보는 게 좋다. 이때 상인들의 거래가 가장 활발하고, 관광객보다 상인들의 쪽배가 더 많아 시장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일찍 수상시장을 둘러보려면 방콕에서 오전 3~4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방콕 남부터미널에서 떠나는 수상시장행 첫차가 새벽 5시50분에 있기 때문이다. 남부터미널에서 수상시장까지는 약 2시간 걸리는데, 종점에서 내리면 다시 10분 정도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야 수상시장에 닿을 수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수상택시나 보트업자들의 호객행위다. 도보로 10분 거리를 이들은 무려 1000바트(약 3만원)에 가자고 한다. 고개를 가로저으면 600바트, 계속 거절하면 400바트까지 내려간다. 수상택시나 관광용 보트는 수상시장에 얼마든지 있으므로 처음부터 배를 타고 이동할 필요는 없다.
열대과일 ·쌀국수 명성… 오전 5~8시 둘러봐야 제 맛
관광용 보트를 탄 관광객.
수상시장을 일주하는 관광용 보트는 보통 30분짜리, 1시간짜리가 있는데 시장을 둘러보는 데는 30분이면 충분하다. 보트를 타고 가는 동안 과일 실은 쪽배에서 망고스틴이나 럼부탄, 코코넛 같은 열대과일을 사먹거나 쌀국수 한 그릇을 먹어보는 것도 별미다.
쌀국수는 쪽배에서 곧바로 말아주거나 볶아준다. 쌀국수는 태국 ‘길거리 음식’의 대명사이기도 한데, 국물이 있는 국수는 맛이 시원하고 얼큰하며, 볶음국수는 감칠맛이 난다. 태국 현지인들은 쌀국수에 향이 강한 ‘팍취’를 넣어 먹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곳에서는 ‘팍취’를 넣지 않은 개량 쌀국수도 대중화돼 있다. 그래도 염려스럽다면, 쌀국수를 시킬 때 ‘메이 사이 팍취’ 하면 ‘팍취’가 들어가지 않은 국수를 맛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쪽배에서는 관광객을 상대로 꼬치류와 튀김류, 음료수와 기념품까지 팔고 있다.
수상시장은 오전 9시가 넘으면 관광객이 붐비기 시작해 10시쯤이면 완전히 그들이 장악해버린다. 이때쯤이면 물건을 거래하는 쪽배는 대부분 철수하고, 관광객에게 먹을거리와 기념품을 파는 쪽배로 넘쳐난다.
패키지 상품으로 온 여행자들이 수상시장을 보고 실망했다고 말하는 것도 이때쯤 도착해 둘러보았기 때문이다. 사실 새벽부터 수상시장에 온 현지 상인들은 이때쯤 철수한다. 어차피 정오가 되면 수상시장은 문을 닫아야 한다. 이 때문에 한꺼번에 빠져나가려는 관광객과 상인들이 북새통을 이뤄 제대로 된 관광이 어렵다.
옛 왕조 시절부터 수도로 정해진 방콕은 수로를 이용한 교통망이 발달해 ‘동양의 베니스’라 불렸다. 방콕의 차오프라야 강 지류에 수상시장이 발달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육상교통이 발달한 지금은 굳이 수로망을 통해 물류를 운반할 필요가 없어졌다. 방콕의 수상시장이 쇠퇴한 이유다.
그나마 옛날 ‘물의 도시’ 방콕의 분위기와 전통을 유지해온 곳이 담넌 사두악 수상시장이다. 최근에는 이곳이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관광용 시장으로 변해버렸지만, 여전히 태국을 대표하는 수상시장 하면 누구나 담넌 사두악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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