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간 것일까. 돌풍의 영향권은 일단 여기까지였다. 직후 왕위전 2, 3국을 잃어 역전을 허용한 것을 포함해 국내 각종 기전에서 5연속 패배를 당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제4회 농심신라면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중견기사 김동엽 7단에게 덜미를 잡힌 판은 나름대로 적잖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국가대항전인 농심신라면배에서 한국은 우승을 독식해 왔던 터라 국가대표 5명에 선발된다는 것은 곧 우승상금 1억5000만원을 예약한 것이나 다름없고, 이를 다섯 등분 하면 적어도 국내 타이틀전 하나 정도는 너끈히 우승하는 가치를 지닌다. 그런 대국을 딱 반 집 차로 날렸으니….

그런데 실전은 백2로 끌어 백 전체를 살리려다 흑17까지 백대마를 한껏 키워 죽이고 말았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 우를 범하고 말았으니 젊은이의 패기를 탓해야 할까, 아니면 승부사의 욕심을 탓해야 할까. 293수 끝, 흑 반집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