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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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의지 순수”

하필 왜 지금 ‘삐딱한 시선’ … 검찰 내부 “차기 보장 없는 정권 보호할 이유 없어”

  •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4-10-07 13: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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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수사의지 순수”
    ”소처럼 뚝심 있게 다지는 수사를 하고 있다.” 연예기획사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 수사팀의 한 관계자가 ‘우답불파’(牛踏不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면서 한 말이다. 검찰의 연예계 비리 수사가 특수부 검사와 계좌추적반까지 투입돼 전례 없는 고강도로 진행되고 있다. 출국금지 조치와 함께 수사 대상에 오른 관련자만 30여명에 이른다.

    검찰이 연예계 비리에 ‘매스’를 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른바 ‘PD사건’이라고 해서 4~5년 주기로 연예계 비리가 불거져 나와 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곤 했다. 과거 연예비리 관련 수사는 요란하게 시작했지만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사정이 이런 탓에 검찰이 현 상황에서 다시 연예계 비리 수사에 나선 의도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검찰 주변에선 “검찰이 또 국면 전환용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 연예계 비리를 터뜨려 각종 게이트와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에 쏠린 여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했다는 것이다. 또 “검찰이 대선 국면을 앞두고 방송 길들이기를 시작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역대 정권의 전례에 비춰볼 때 방송사와 관련된 비리를 들춰내는 것은 선거용 노림수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금·계좌추적 법인재산 조사

    김대중 대통령 차남 홍업씨가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 기소된 때가 7월10일, 검찰이 연예계 비리에 대한 ‘공개수사’ 방침을 밝힌 것이 7월11일이다. 연예계 비리 속보는 공교롭게도 11일 석간 1면을 시작으로 언론 지면을 ‘도배’해 왔다. 자연스럽게 홍업씨 관련 기사는 빠르게 지면에서 사라졌다. 오이밭에서 갓끈 매지 말라고 했던가. 수사 초기 “검찰의 의도가 불순하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시점과 진행 과정을 볼 때 이런 ‘삐딱한 시선’은 ‘사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검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변호사는 “검찰이 차기가 보장돼 있지 않은 정권에 기댈 이유도 필요도 없다”며 “검찰의 수사 의지가 어느 때보다도 강하고 순수하다”고 전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은 올해 1월. 문화개혁시민연대가 연예계의 고질적 PR비(앨범 홍보비) 비리를 고발하는 제보를 서울지검에 접수했는데, A4용지 한 장 분량의 제보에는 기획사에서 돈을 받은 방송사 PD와 스포츠지 기자 8명의 명단이 꼼꼼히 적혀 있었다. 검찰은 문화개혁시민연대의 비리 리스트를 바탕으로 수사에 착수, 5개월간의 내사 과정을 거쳐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철퇴를 가한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구속·지명수배된 PD들의 상당수가 제보에 이름이 오른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첫 구속자인 엠넷 김종진씨를 사법처리한 시점이 홍업씨 기소 시점과 일치한 것은 우연일 따름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연예계 비리 수사가 프로듀서 등의 개별적인 금품수수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수사는 구조적인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기획사들의 자금 및 계좌 추적은 물론이고, 법인재산 등을 상세히 조사하고 있다는 데 차이점이 있다. 검찰 관계자도 “개개인의 비리를 밝히는 데 수사의 목적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가수 탤런트 등 연예인-기획사 홍보매니저-방송 케이블TV 신문사의 담당 PD 제작자 기자로 이어지는 먹이사슬 구조를 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수사는 시원치 않다는 지적도 많다. 현재까지 구속된 사람들은 돈을 받은 ‘공범’들이 대부분이다. 비리의혹의 덩어리를 뽑아내려면 이수만씨 등을 검거해야 하는데, 이들이 수사를 눈치채고 외국으로 도피하는 바람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고 말았다는 것. 코스닥 등록과정에서의 정·관계 주식상납에 대한 의혹도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여론과 언론의 지원과 압박을 동시에 받으며 계속되고 있는 검찰 수사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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