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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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특별한 SK의 ‘인재 경영’

SK 가치 공유, 한발 앞서 미래 준비 … 신입사원부터 임원까지 맞춤형 교육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6-01-11 14: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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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특별한 SK의 ‘인재 경영’

    1월3일 SK아카데미에 들어간 SK 신입사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다른 일도 많은데, 왜 경영자가 되셨습니까?”

    지난해 신입사원 연수를 받던 SK 한 직원이 최태원 SK 회장에게 최고경영자(CEO)가 된 까닭을 물었다. 최 회장은 “숙명이다. 만약 다른 일을 했다면 사진작가가 되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SK의 연수원 SK아카데미(경기 용인시 원삼면)에서 이루어지는 신입사원들과 CEO의 대화는 스스럼이 없다. ‘괘씸하게’ 들릴 법한 질문에도 최 회장은 표정을 찌푸리지 않는다. 이런 최 회장이 새내기들에게 빼놓지 않는 말이 있다.

    “회사를 삶의 터전, 꿈을 이루는 곳으로 여기고 애정을 갖기 바란다. 그리고 패기를 가지고 ‘SK-manship’을 지속적으로 키워달라.”

    SK 인재 경영의 화두는 SK-manship이다. 직원들에게 SK의 가치를 공유케 함으로써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임직원들이 SK라는 이름 아래 가치를 공유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는다.



    뭔가 특별한 SK의 ‘인재 경영’

    이노종 SK아카데미 원장.

    사람 중심 경영은 고 최종현 회장 때부터 이어져왔다. SK가 1980~90년대를 거치면서 한 손에 꼽히는 굵직한 기업으로 큰 데는, 유공과 한국이동통신에 대한 인수·합병(M&A)이 큰 힘이 됐지만 그 뒷배엔 다른 기업보다 한발 앞선 ‘인재 교육’이 있었다.

    故 최종현 회장 때부터 이어진 사람 중심 경영

    “기업이 일류가 되려면 구성원 수준이 최고가 돼야 합니다. SK의 독특한 교육 시스템이 오늘의 SK를 만들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1970년대 우리보다 덩치가 컸던 기업들이 설비 경쟁에 나설 때 우리는 사람을 키웠습니다.”(이노종 SK아카데미 원장)

    SK아카데미는 75년 3월 첫 강의를 시작했다. 자체 교육시설을 가진 기업을 찾아볼 수 없었던 시절로 SK그룹은 인재 경영의 중요성을 다른 기업보다 먼저 파악한 셈이다.

    “최고의 인재를 뽑아 최고로 가르쳐 최고의 회사를 만든다.”

    SK아카데미의 목표는 다른 기업과 크게 다를 바 없으나 SK의 사내 교육 시스템은 삼성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듣는다. 신입사원부터 임원까지 맞춤형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 특히 ‘느슨한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SK의 관계사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SK 밸류(가치)’ 교육은 다른 기업들의 벤치마크(bench mark)가 되고 있다.

    세뇌교육 SKMS? 다른 기업들 벤치마킹

    SK아카데미는 30년 동안 SK의 기업관, 경영관인 SKMS를 직원들에게 심어왔다. SKMS는 ‘순혈주의’가 존재하지 않는 SK 문화에서 임직원을 하나로 묶어온 틀이자 경영 솔루션이다. SK텔레콤의 한 중견 간부는 “세뇌 교육이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SKMS로 두뇌를 씻어야 비로소 SK맨이 된다”며 웃었다.

    뭔가 특별한 SK의 ‘인재 경영’

    SK아카데미 전경.

    1월5일 오전 9시 SK아카데미 캔미팅룸. SK텔레콤, SKC&C, SKC 등 SK 관계사 신입사원들이 뒤섞여 수업을 듣고 있다. 20여명의 연수생들은 5개조로 나뉘어 노트북을 펼쳐놓고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하는데, 오늘의 주제 역시 SKMS. 강사는 그룹 내 ‘SKMS 전문가’로 꼽히는 SKC 이지삼 부장이다.

    갓 입사해 바짝 긴장해 있는 신입사원들이지만 벌써부터 회사에 대한 신뢰가 쌓인 듯하다. SKMS를 앞 다투어 설명하는 연수생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SK텔레콤 신입사원인 박현우(26) 씨는 “촘촘히 짜인 커리큘럼에 입이 벌어질 정도”라면서 “회사가 커가는 만큼 개인도 클 수 있는 곳이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SK의 신입사원 육성 시스템은 톡톡 튀는 현장 교육으로 이뤄진다. 현장-체험-토론으로 짜여진 각 커리큘럼은 ‘지식 너머의 경험’을 가르친다. 신입사원 연수의 백미인 ‘산악 패기 훈련’이 대표적. 산악 패기 훈련은 등산과 경영을 접목한 것으로, 기획·조직·구매·생산·마케팅 등 경영학 이론을 가지고 게임을 벌이는 것이다.

    “SK아카데미 뒷산에 다수의 포스트를 설치하고, 이 포스트들마다 과제를 숨겨놓습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지식을 활용해 상황에 맞춰 재료를 구입하거나 제품을 팔아 돈을 버는 겁니다. 물론 남보다 먼저 포스트에 도착하는 것도 중요하지요.”(장종태 SK아카데미 핵심역량교육팀장)

    SK아카데미는 현재 SK 밸류 공유를 위한 교육, 글로벌리더십 교육, 경영역량 교육을 3대 축으로 56개 과정을 운영한다. 재무회계, 마케팅 등 기본과정에서부터 갈등관리, 국제협상, 리더십 개발 등 심화과정까지 다양한 커리큘럼이 존재한다. SK텔레콤 송지희(27) 씨는 “실무에 꼭 필요한 지식은 물론, 따로 배우고 싶은 것들까지 회사 내에서 학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중간 간부들은 온·오프라인 연수원을 밥 먹듯 드나든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글로벌 역량을 가진 임원 육성을 위해 마련한 미국 선더버드 국제경영대학원 연수 프로그램은 이들의 ‘꿈’이다. 임원에 오르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매년 임원급 15명 정도와 부·차장급 25명가량이 이 프로그램을 이수한다.

    인터뷰 뇌성마비 장애우 정훈기 대리

    “SK는 나에게 행복터”


    뭔가 특별한 SK의 ‘인재 경영’
    “최고의 대학을 나왔지만, 취직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시스템 통합 업체인 SKC&C에서 IT 엔지니어로 일하는 정훈기(사진) 대리는 탯줄을 자를 때 산소공급이 제대로 안 돼 뇌성마비 장애우가 됐다.

    1998년 서울대 임산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동안 방황해야 했다. IMF 외환위기의 후폭풍은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대기업 입사를 포기하고 벤처기업에 들어갔으나 6개월 수습기간이 끝났음에도 정식 채용되지 못했다.

    “일본어 번역 등으로 소일하면서도 큰 회사에서 일하겠다는 꿈을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2003년 그는 재도전에 나섰다. 지원하는 회사에 “입사 전형과정에 장애우에 대한 편의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요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SK는 달랐다. 답안 표시에 도움을 주고 별도 고사장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그는 60대 1의 경쟁을 뚫고 2003년 초 SK그룹 공채에 당당히 합격했다. 그는 “SK야말로 내겐 ‘행복터’”라며 “요즘엔 SKC&C의 중국 사업에 대비해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뭔가 특별한 SK의 ‘인재 경영’

    1월5일 프레젠테이션 준비에 여념이 없는 연수생들.

    SK는 임원들을 상대로 한 리더십 교육을 특히 강조한다. 임원 교육은 회사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여 CEO급 리더로 키우는 것이 목표. 직위가 높아질수록 직무 능력보다는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재무통은 홍보를 모르고, 영업에서 성장한 임원은 관리를 모르는 게 한국 기업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회사 전반을 이해하는 CEO 풀을 확대하기 위해 SK는 94년부터 임원 육성제도(EMD)를 도입해 시행해왔는데, EMD는 SK 관계사들의 경영을 담당할 CEO급 리더를 조기 발굴해 계획적으로 키우기 위한 제도다. 임원이 되려면 다른 부서와 부하 직원들한테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임원 후보들은 멘토링 시스템을 통해 직속상사 이외의 다른 상사를 통해서도 교육을 받는다.

    SK건설의 사업 포트폴리오에는 임업(林業)이 한 자리를 차지한다. 나무를 키워 파는 사업은 ‘대기업용’이라기엔 다소 옹색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SK가 나무를 기르는 건,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제1 명제를 되새기고 실천하기 위해서다. 임업으로 번 돈은 한국고등교육재단을 통해 청소년 장학금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충북 청주시의 ‘인재의 숲’ 산행은 신임 임원 교육의 필수항목이기도 하다. 기업의 힘이 인재에서 나온다는 점을 가슴 깊이 새기라는 뜻이다.

    72년 첫 묘목을 심은 임업 파트는 아직까지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목재로 쓸 만큼 나무가 자라지 않은 까닭이다. 임업은 초기 투자에서 첫 회수까지 40년 넘게 걸린다고 한다. 기업에서 사람을 키우는 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기업이 사람을 다루는 방법을 보면 경영자와 그 회사의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했다. SK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교육의 심장 ‘SK아카데미’

    최 회장 직원들과 대화 열심 … 오너십 키워


    뭔가 특별한 SK의 ‘인재 경영’

    신입사원과의 대화는 故 최종현(가운데) 회장 때부터 이어져왔다.

    SK아카데미는 전체 관계사를 통틀어 지난해 최태원 회장이 가장 많이 찾은 ‘현장’이다. 직원들과의 직접 대화는 최 회장이 고 최종현 선대 회장에게서 물려받은 전통이다. 최 회장은 직원들에게 냉철한 지성과 함께 뜨거운 감성을 가지라고 강조한다. “열정과 애정을 갖고 일해야 행복해진다”는 최 회장의 ‘행복론’은 SK의 대표 경영이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최 회장은 직원들과의 대화에 열심일까. SK는 SK 가치를 공유하는 관계사들이 ‘따로 또 같이 가는’ 시스템이다. SK의 가치를 공유할 뿐 CEO들이 알아서 판단하고 협력하자는 뜻이다. SK에선 총수 혼자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시스템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 지분상으로는 전체 회사를 지배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오너 경영’이 가능한 건 SK 관계사 모두가 ‘SK 가치’를 공유하며 가꿔가고 있기 때문이다. ‘SK 가치’의 정점엔 최 회장이 있고, 가치 교육은 그의 오너십을 더욱 탄탄하게 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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