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피부상태를 진단하고 있는 미그린한의원 임명진 원장.
그러던 중 이 씨는 피부질환을 한방적 원리에 따라 치료한다는 미그린한의원(서울 강남구 신사동)을 알게 되어 그곳을 찾아갔다. 이 한의원 임명진 원장은 그녀의 피부질환을 ‘화농성 여드름’이라고 진단한 뒤 “만성 변비가 있느냐” “생리 때는 더 심하지 않느냐” “몸이 잘 붓는 편이냐” “냉대하가 있느냐” 등 피부와는 전혀 상관 없는 부분에 대해 물었다. 그러나 그녀는 속으로 뜨끔했다. 임 원장이 묻는 증상의 대부분이 자신에게 해당되었기 때문이다.
“오장육부의 독 제거해야 근본적 치료”
임 원장은 이 씨의 여드름이 몸속 각 장기에 퍼진 독(毒)이 기(氣)의 흐름을 방해해 생긴 순환장애형 여드름이라고 했다. 얼굴에 열이 심하게 나고 수족냉증이 있는 등 그녀의 평소 증상들이 모두 이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설명이다. 임 원장은 일단 한약 처방 및 침 치료를 통해 장과 간에 있는 독과 몸 안에 뭉쳐 있는 어혈을 제거하는 치료를 시작했다. 그 후 한 달쯤 지나자 변비와
한방생약 필링으로 여드름 흉터를 치료하는 김종권 원장.
레이저치료나 박피, 필링 요법 등 양방의 피부질환 치료법에 익숙한 일반인들에게 한방에서 여드름과 기미 같은 피부질환을 치료한다고 말하면 의아해하겠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미 한방에서는 종기와 종창 등 피부질환의 치료법이 집대성되어 내려오고 있다. 지금은 여드름이라고 부르지만, 옛날에는 이를 모두 종기와 종창의 한 종류로 보고 치료를 해왔던 것. 다만 치료법에서 양방은 피부 자체에 국한하는 반면, 한방에서는 이를 전신 질환으로 보고 근본적인 치료를 꾀한다는 게 다를 뿐이다.
미그린한의원은 난치성 여드름, 진피(속 피부)형 기미와 같은 고질적 피부병의 근본원인을 ‘화병(火病)’에서 찾는다. 하지만 이때 ‘화(火)’의 개념은 우리가 알고 있는 스트레스뿐 아니라 장기에서 비롯된 열 독소, 자외선(태양광) 등을 모두 포함하는 한의학 이론상의 개념이다. 이 한의원 김종권 공동원장은 “미그린한의원을 찾은 성인성 여드름과 기미 환자 485명을 조사한 결과, 85%가량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이후 여드름과 기미가 생기기 시작했다”며 “485명 중 70% 이상에서 얼굴에는 열이 오르고, 손발은 찬 증상을 동반하는 순환장애 현상이 있었다”고 밝혔다.
여드름 치료 전(왼쪽)과 후
이렇게 해서 피부에 생성된 잉여 유분이 피부 밖으로 나오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이 여드름으로, 처음에는 좁쌀처럼 작게 시작하지만 이를 방치하면 염증성 여드름과 화농성 여드름 등 심각한 여드름으로 발전하게 된다.
유기농 재배한 토종 약초만 사용
여드름을 일으키는 근본원인이 스트레스와 독소, 순환장애인 만큼 치료법은 이런 원인인자를 제거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미그린한의원은 최근 5년간의 임상연구 끝에 몸의 독소를 제거해 종국에는 얼굴에 쌓인 피지(유분 덩어리)를 줄여주는 해독단(解毒丹)을 개발한 데 이어, 순환장애를 치료해 얼굴에 오른 열을 내리고 여드름을 진정시키는 해안탕(解顔湯)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김 원장은 “해안탕은 일종의 체질 개선제로 체질에 따라 처방이 맞춤형으로 이뤄진다는 점과 여드름 이외의 소화불량이나 생리불순 등도 함께 치료되는 게 큰 장점”이라고 소개한다.
임 원장(오른쪽)과 김 원장.
그렇다면 얼굴에 거뭇거뭇하게 남은 여드름 자국이나 기미는 어떻게 치료할까. 이 한의원에서는 기미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 진주 성분과 단삼을 이용해 진주멸반고라는 치료제를 만들었다. 진주 성분에 든 동물성 오일은 직접 피부에 작용해 기미를 제거하는 작용을 한다. 좀더 피부 깊이 자리 잡은 기미를 제거할 때는 얼굴을 하얗게 만든다는 ‘미백탕’을 함께 복용해야 한다.
한편 임 원장은 “유기농 한약재가 아니거나, 건조과정과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약효가 감소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한의원에서는 토종 약초를 유기농으로 직접 재배한 뒤 건조과정 없이 전통적인 탕전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에 약효가 다른 약재들보다 월등하다”며 유기농 한약재의 우수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