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9

..

‘다섯 개의 시선’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6-01-16 08:5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다섯 개의 시선’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

    2002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가 지원하고 있는 영화 프로젝트의 세 번째 결과물이 ‘다섯 개의 시선’이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박찬욱 등 여섯 명의 감독이 참여한 ‘여섯 개의 시선’(2003년)이었고, 두 번째는 장편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별별이야기’(2005년)였다.

    ‘다섯 개의 시선’은 다섯 명의 영화감독이,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국가인권위원회법의 19가지 ‘차별’ 사유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옴니버스로 제작한 영화다.

    첫 번째 시선의 주인공은 다운증후군에 걸린 은혜의 이야기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감독 박경희)로 실제 주인공 정은혜 씨가 출연한다. 두 번째 시선은 술만 취하면 분별력을 잃어버리는 남자들의 말로를 보여주는 류승완 감독의 ‘남자니까 아시잖아요’, 세 번째는 정지우 감독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탈북 소년의 짧은 꿈을 다룬 ‘배낭을 멘 소년’, 네 번째는 80년대의 후일담 ‘고마운 사람’이다. 다섯 번째는 2003년 길거리에서 동사한 채 발견된 중국 동포의 상황을 다큐로 재구성한 김동원 감독의 ‘종로, 서울’이다.

    이 비상업적인 단편들의 장점은 감독들의 스타일과 역량이 한눈에 드러난다는 것이다. 흥행을 위해 불필요한 에피소드를 늘어놓을 필요가 없는 데다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니가…’에서 다운증후군에 걸린 정은혜 씨가 “어떤 애가 있는데, 나쁜 애는 아니에요. 괜찮은 애거든요?”라고 말할 때처럼 감동적인-얼굴이 화끈거리는-순간도 없지만 ‘주먹이 운다’의 류승완 감독이 찍은 ‘남자니까…’와 ‘웰컴투 동막골’(극본, 제작)과 ‘박수칠 때 떠나라’의 장진 감독의 ‘고마운 사람’은 대표작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뚜렷한 스타일로 영화 보는 즐거움을 준다. 특히 ‘고마운 사람’은 운동권 학생과 고문 수사관의 비극적 상황을 ‘장진식 유머’로 풀어내 찬반 논란을 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온주완, 임순례, 정두홍 등 ‘호화 출연진’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1월13일 개봉 예정.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