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헤이헤이2
하지만 입소문은 제대로 탔다. 프로그램 말미에 소개된 ‘룸메이트’ 때문이다. 신동엽과 이종수의 ‘조금 특별한 사랑’을 담고 있는 ‘룸메이트’의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홈페이지 게시판에 “(룸메이트가) 공중파와 맞지 않는다”와 “다루기 힘든 내용을 코믹하면서도 애틋하게 포장해 좋았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갑론을박을 벌였다. 16일 2회가 방송되면서 게시판의 대세는 “감동적이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이는 더 이상 동성애가 방송의 금기 소재가 아니라는 증거로 보인다. 오락 프로그램이 그저 ‘웃자고’ 만든 콩트를 두고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방송에서 동성애를 인정하는 징후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에서 권오중과 이창훈, 드라마 ‘대장금’에서 장금과 연생의 관계는 ‘심증’만 있을 뿐 확실한 ‘물증’은 없던 단계였다. 좀더 발전한 사례가 2005년 방송된 ‘안녕, 프란체스카’였는데, 이 작품은 “다정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켠의 이야기를 통해 ‘동성애’를 수면 위로 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2006년, 이안 감독의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이 세상을 울린 덕분인지 혹은 ‘천하장사 마돈나’가 웃긴 까닭인지, TV와 대중이 변했다. 동성애 이야기가 지상파 드라마들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더 이상 따갑지 않다. ‘미스터 굿바이’에서는 아예 동성결혼 에피소드를 삽입했고, ‘발칙한 여자들’은 게이 남편을 등장시키기까지 했다.
‘룸메이트’를 비롯해 tvN ‘하이에나’의 가장 큰 진보는 동성애를 암울하게 묘사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후배 이종수를 사랑하게 된 ‘룸메이트’의 신동엽을 보라. 종수가 마셨던 컵에 입을 대며 간접키스를 하고, 어떻게 하면 좀더 스킨십을 해볼까 궁리하는 그는 사랑에 빠진 사람의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이에나’의 석진과 정은 커플의 경우도 그렇다. 정은이 석진을 떠나려 했던 이유는 그가 게이라서가 아니라, 그가 현재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두 작품이 어떤 결말을 내놓을지는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동성을 사랑해서 특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사랑해서 특별하다고 말하는 프로그램은 그저 반가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