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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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관람객들, 또 하나의 그림

  • 뉴욕=박준 자유기고가

    입력2006-11-30 17: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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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년의 관람객들, 또 하나의 그림

    뉴욕 현대미술관을 찾은 한 노부부가 피가소 그림을 감상하고 있다.

    요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는 ‘세잔에서 피카소까지’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세잔과 피카소의 아트딜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전시지만, 사실 관객이 기대하는 건 무엇보다 피카소의 그림이다. 뉴욕에서 피카소 작품 전시는 갖가지 명목으로 끊이지 않는다.

    현재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는 16세기에서 20세기까지 스페인 미술의 역사를 살피는 ‘엘 그레코에서 피카소까지’라는 특별전이, 휘트니 미술관에서는 ‘피카소와 아메리칸 아트’라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상설전에 가보아도 피카소 그림은 너무 많다. 도대체 피카소는 생전 얼마나 많은 그림을 그렸던 것일까.

    MOMA에서 피카소 그림을 보고 있을 때다. 문득 내 옆에서 같은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 한 노부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70세는 되었을 것 같은 백발의 남편과 아내의 모습이 무척 정겨워 보였다. 뉴욕에선 노년의 남녀가 팔짱을 끼고 있다는 것만으로 부부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아내는 아직도 뭐가 그리 좋은지 한 손으로 남편의 팔짱을 끼고 다른 한 손으로 남편의 팔목을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아내는 잠시 후 팔짱을 풀어 남편 어깨에 손을 얹고 미동도 하지 않고 그림을 바라봤다. 순간 피카소 그림보다 두 사람의 모습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피카소 그림에 오버랩된 이들의 뒷모습은 또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이 됐고, 뉴욕 미술관의 특별한 풍경이 됐다.

    그러고 보면 뉴욕의 미술관에는 노인들이 참 많다. 운동화에 야구 모자를 쓰고 무언가를 열심히 메모하는 할아버지, 다리를 절뚝거리는 중절모 쓴 할아버지, 머리에 쪽을 지듯 백발을 단정하게 묶고 휠체어에 몸을 실은 채 그림을 감상하는 할머니 등. 이 노인들이 모두 미대 교수이거나 미술 평론가이거나 신문이나 잡지의 문화부 기자 출신은 아닐 것이다. 도대체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림보다 사람들의 모습에 눈길이 더 가는 곳이 뉴욕의 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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