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젊은이가 날마다 밤을 새워 글을 읽으면 옆집 처녀는 공연히 마음이 설렌다. 도대체 어떤 젊은이일까? 옆집 청년의 글 읽는 소리에 마음을 빼앗긴 처녀가 담을 뛰어넘는다. 실제 성삼문, 신숙주 등과 훈민정음 창제에 기여했던 정인지의 글 읽는 소리에 반한 옆집 처녀가 담 사이로 그를 보고 상사병에 걸려 죽었다. 조광조는 그의 낭랑한 독서성(讀書聲)에 반한 처녀가 담을 넘자 회초리로 종아리를 쳐서 돌려보냈다고 한다(정민 ‘책 읽는 소리’, 마음산책).
요즘은 이웃집 총각의 책 읽는 소리 대신 기업마다 ‘책 읽는 열기’가 뜨겁다. 우림건설에서는 매주 월요일 오전 8시에 부장급 이상이 참석하는 간부회의에서 직원 한 명은 시 낭송을, 다른 한 명은 독후감을 발표한다. 시와 책은 발표자 본인이 고르고 정해진 순번대로 한다. 또 회사는 월례회의에서 정한 필독서를 단체로 구매해 직원들 손에 쥐어준다. 대신 직원들은 직접 손으로 쓴 독후감을 제출해야 한다.
우림건설이 이처럼 독서경영에 심혈을 기울이는 목적은 ‘소통’에 있다. 19세기 미국 철학자 에머슨의 말을 빌리면 “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끈을 가졌다는 것”이다. 우림건설에서 독서와 독후감 쓰기는 CEO와 직원, 직원과 직원, 본사와 현장 간의 공동 가치를 형성하고 정보와 아이디어를 전달해주는 다리 구실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우림건설 심영섭 부회장이 지인들에게 10~100권의 책을 선물하던 책 나눔 행사가 2003년부터 정례화되자 최근에는 매달 구입하는 책이 5000권을 넘는다고 한다. 초판 2000~3000부도 소화하기 힘든 시대에 우림건설 같은 기업의 추천도서로 선정되면 출판사는 손익계산 안 하고도 책을 펴낼 수 있다.
나름의 독특한 방식으로 책 읽기 운동을 하고 있는 30개 기업들을 소개한 책 ‘독서경영’(박희준 외 지음, 위즈덤하우스)을 읽다 보면 출판쟁이는 신이 난다. 세상에 이런 기업들만 있다면 출판이 왜 사양산업이 되겠는가. 비슷한 시기에 성공하는 CEO들의 책 읽기 방식과 각자가 추천한 도서들을 소개한 ‘CEO, 책에서 길을 찾다’(진희정 지음, 비즈니스북스)도 나왔다. ‘독서경영’에 비하면 개인적인 체험과 책에 대한 안목에 국한되어 단편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슬쩍 남의 서재를 훔쳐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90년대 초 ‘행복한 책읽기’라는 제목으로 나온 김현의 독서일기 이후 자신의 독후감을 공개하는 것은 주로 문인이나 평론가, 칼럼니스트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블로그’라는 신천지 덕분에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독후감을 세상에 공개하고 불특정 다수와 책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독서경영’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아도 책이 나와 세상을 이어주는 끈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세월이 지나도 ‘독서가 취미’라는 말이 촌스럽지 않은 모양이다.
요즘은 이웃집 총각의 책 읽는 소리 대신 기업마다 ‘책 읽는 열기’가 뜨겁다. 우림건설에서는 매주 월요일 오전 8시에 부장급 이상이 참석하는 간부회의에서 직원 한 명은 시 낭송을, 다른 한 명은 독후감을 발표한다. 시와 책은 발표자 본인이 고르고 정해진 순번대로 한다. 또 회사는 월례회의에서 정한 필독서를 단체로 구매해 직원들 손에 쥐어준다. 대신 직원들은 직접 손으로 쓴 독후감을 제출해야 한다.
우림건설이 이처럼 독서경영에 심혈을 기울이는 목적은 ‘소통’에 있다. 19세기 미국 철학자 에머슨의 말을 빌리면 “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끈을 가졌다는 것”이다. 우림건설에서 독서와 독후감 쓰기는 CEO와 직원, 직원과 직원, 본사와 현장 간의 공동 가치를 형성하고 정보와 아이디어를 전달해주는 다리 구실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우림건설 심영섭 부회장이 지인들에게 10~100권의 책을 선물하던 책 나눔 행사가 2003년부터 정례화되자 최근에는 매달 구입하는 책이 5000권을 넘는다고 한다. 초판 2000~3000부도 소화하기 힘든 시대에 우림건설 같은 기업의 추천도서로 선정되면 출판사는 손익계산 안 하고도 책을 펴낼 수 있다.
나름의 독특한 방식으로 책 읽기 운동을 하고 있는 30개 기업들을 소개한 책 ‘독서경영’(박희준 외 지음, 위즈덤하우스)을 읽다 보면 출판쟁이는 신이 난다. 세상에 이런 기업들만 있다면 출판이 왜 사양산업이 되겠는가. 비슷한 시기에 성공하는 CEO들의 책 읽기 방식과 각자가 추천한 도서들을 소개한 ‘CEO, 책에서 길을 찾다’(진희정 지음, 비즈니스북스)도 나왔다. ‘독서경영’에 비하면 개인적인 체험과 책에 대한 안목에 국한되어 단편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슬쩍 남의 서재를 훔쳐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90년대 초 ‘행복한 책읽기’라는 제목으로 나온 김현의 독서일기 이후 자신의 독후감을 공개하는 것은 주로 문인이나 평론가, 칼럼니스트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블로그’라는 신천지 덕분에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독후감을 세상에 공개하고 불특정 다수와 책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독서경영’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아도 책이 나와 세상을 이어주는 끈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세월이 지나도 ‘독서가 취미’라는 말이 촌스럽지 않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