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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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

  • 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khmzip@donga.com

    입력2006-10-09 1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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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계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
    요즘 출판계 흐름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행복’이라고 한다. 당장 떠오르는 책이 웨인 다이어의 ‘행복한 이기주의자’(21세기북스). 올봄부터 여름까지 10만 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다. 하지만 이 책의 판권에서 1976년이라는 카피라이트를 확인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도 아닌데 3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는 ‘복고주의’에 박수를 보내야 할까?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이후 자기계발서 분야에서 베스트셀러 제조기가 된 스펜서 존슨의 ‘행복’(비즈니스북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책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내가 행복하면 온 세상이 행복해진다. 정말 그럴까?

    다시 웨인 다이어가 말하는 열 가지 자기 사랑법을 살펴보자. 먼저 자신을 사랑하라.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말라. 자신에게 붙어 있는 꼬리표를 떼라. 자책과 걱정은 버려라. 미지의 세계를 즐겨라. 의무에 끌려다니지 말라. 정의의 덫을 피하라. 결코 뒤로 미루지 말라.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말라. 화에 휩쓸리지 말라.

    문득 소노 아야코의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리수, 2005)이 떠오른다. 이 책을 처음 잡았을 때 ‘좋은 사람이기를 포기하면 삶이 훨씬 편안해진다’는 솔직한 고백이 좋았다.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은 대부분 하지 않는다’는 고집도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책 한 권 내내 같은 메시지를 반복해서 듣다 보면 나른해진다. 왜 그럴까?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사람에게나 어울릴 법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참고로 소노 아야코는 1931년생이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한기호 소장은 ‘성공에서 행복으로’라는 제목으로 최근 논픽션 시장의 변화를 분석하면서, “모자라는 것이 많아도 나만 즐거우면 그만이라는 철저한 개인주의적 차원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기획회의’ 181호). 지나친 성공지상주의도 경계해야 하지만 성장잠재력을 잃어버린 사회는 희망이 없다는 말에 100% 공감한다.



    일본의 양극화 사회에서 눈에 띄는 하류인생들, 즉 한 단계 올라갈 능력도 의지도 없는 젊은이들의 행태를 분석한 미우라 아츠시의 ‘하류사회’(씨앗을 뿌리는 사람, 2006)를 보면, 첫 페이지에 하류(下流)도를 체크해보는 12가지 질문이 나온다. 그중 몇 가지만 보자. 1. 연간수입이 연령의 100배 이하다. 2. 그날그날 편히 살고 싶다. 3. 자기답게 사는 것이 좋다. 4.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고 싶다. 5. 단정치 못하고 모든 일이 귀찮으며 외출하기 싫다. 6. 혼자 있는 것이 좋다…. 행복해지는 법과 아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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