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2

2006.02.14

현역 의원 7인방 끌고 82학번 삼총사 밀고

정치적 오해 살까 측근들 ‘정중동’ … 프로의식으로 무장한 능력맨 선호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6-02-08 13: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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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지형이 선거대형으로 바뀌고 있다.
    • 열린우리당은 2월 대표 경선을 준비하는 정동영 의원과 김근태 의원을 중심으로 세력이 재편되고 있고, 한나라당은 5월 지방선거 및 7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의 당권 레이스 등과 관련, 합종연횡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1월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시장 세력으로 대변되던 인맥 지도에 이미 미묘한 균열현상이 드러났다. 이런 흐름에 발맞추듯 학자, 변호사 등 전문가 집단도 각 당의 유력 대선주자 진영에 이력서를 내밀고 있다.
    • ‘주간동아’는 꿈틀거리는 여야 대선후보들의 주변과 측근 그룹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시리즈를 준비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이명박 서울시장의 싱크탱크를 소개한다. <편집자>
    현역 의원 7인방 끌고 82학번 삼총사 밀고
    5월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 한 기초단체장 출마를 노리는 40대 중반의 K 씨. 지난해 연말까지 공천권을 가진 박근혜 대표와 측근들 사이를 오갔지만 1월12일 한나라당 원내대표 선거 직후부터 박 대표 측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대신 동향 선배를 통해 소개받은 이명박 서울시장 측근들과 ‘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성과가 별로 없는 눈치다.

    “이런저런 사람을 통해 측근들을 소개받았지만 책임 있는 말을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난감하다.”

    K 씨와 같은 하소연을 하는 사람들을 정치권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5월 지방선거를 노리고 당내 경선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이 시장 주변과 측근들을 찾는다. 교수, 변호사 등 전문가 그룹의 이력서가 이 시장 측근으로 몰린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렇지만 원하는 답을 손에 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이 시장 측은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을 극도로 꺼린다. 그 때문에 참모들은 사람을 만나는 일에 매우 신중하다. 정치적 비중에 비해 주변을 지키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이런 이 시장의 스타일과 관련이 있다.

    이 시장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92년. 이 시장의 손발 노릇을 하는 측근은 대부분 이 시기에 연을 맺었다. 이 시장은 한번 쓴 사람은 치명적 결함이 없는 한 내치지 않는다. 그 같은 스타일은 이 시장의 인맥지도에 그대로 드러난다. 여의도 시절에는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인맥지도를 그린 반면, 시장이 된 뒤에는 경제·사회·문화 등 서울시 업무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람들을 개척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시장과 가장 근접한 위치에 포진한 사람들은 시장 비서실 인사들. 비서실장을 포함 모두 11명이 종횡으로 연결돼 이 시장을 보좌한다. 시 행정국 총무과에서 근무하는 4~5명의 의전팀도 넓은 의미에서 이 시장을 돕는 그룹으로 분류된다.

    이 시장과 동지적 관계에서 능동적으로 상황을 판단, 정치적 조언을 하는 그룹은 주로 여의도에 포진하고 있다. 그 선봉에 선 사람이 친형인 이상득 의원. 스스럼없이 서로 속살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자, 이 시장을 움직이는 극소수의 사람 가운데 핵심이다. 이 의원이 이 시장을 움직인 흔적은 많다.

    현역 의원 7인방 끌고 82학번 삼총사 밀고
    2005년 10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보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상대적 호감을 더 느낀다”는 이 시장 발언이 파문을 일으켰을 때다. 상황을 지켜보던 이 의원이 몇몇 지인에게 자문을 구한 뒤 이 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가급적 빨리 사과하는 것이 좋겠다.”

    형의 전화를 받은 직후 이 시장은 이 전 총재 측에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이 의원은 의원들과 어울려 자주 식사한다. 이 의원은 대화 속에 이 시장을 잘 등장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자리가 끝날 때쯤이면 동생인 이 시장이 화제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 의원은 이 시장을 입에 올리지 않지만 의원들이 먼저 이 시장에 대해 질문하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자연스럽게 이 시장의 대리인이 되는 셈이다.

    이 의원은 신중한 성격이다. 도발적이고 적극적인 이 시장과는 판이하다. 이춘식 서울시 정책특보는 두 사람 성격을 놓고 “상호 보완적”이라고 평가한다. 이 특보의 지적처럼 이 시장은 이 의원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한다. 정치 1번지의 풍향과 기류, 전망 등을 소재로 한 두 형제의 대화는 주 3~4회 이상 전화선을 탄다.

    이춘식 특보도 이틀에 한 번꼴로 이 시장을 만나는 측근. 고향 후배로 정무부시장을 역임한 정무팀의 좌장이다. 여의도를 중심으로 정치권 흐름, 이 시장의 개인적인 심부름 등을 수행하고 보고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나면 당 중앙위 및 사무처 요원 등을 만나 미래의 ‘승부’를 위한 인맥 구축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의 역할 공간과 비슷한 곳에 ‘82학번 3총사’가 버티고 있다. 정태근 정무부시장과 조해진 정무보좌관, 강승규 홍보기획관이 주역. 역할이나 기능이 중첩된 듯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정교하게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정 부시장은 주로 시 의회와 시청 출입기자들을 상대한다. 바쁜 시장을 대신해 각종 행사에 얼굴을 내미는 것도 그의 몫.

    이 시장은 서울시청을 출입하는 사회부 기자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지만 국회를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에게도 빼놓을 수 없는 취재원이다. 정치부와 사회부 기자들은 사물이나 사건을 보는 시각이 약간 다르다. 같은 사안이라도 정치부 기자들과 사회부 기자들에게 서로 다른 관점에서 브리핑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기사를 유도하는 방법.

    사회부 기자에게 둘러싸인 이 시장의 정치적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 조해진 정무보좌관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보좌역과 당 부대변인을 지낸 그를 모르는 기자는 드물다. 조 보좌관은 시장의 일정이나 정치적 사안에 대한 입장 등을 전달하는 역을 맡고 있다.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박영준 정무 담당 국장과 윤상진 정무비서관도 이 시장의 손과 발로 활동하고 있다.

    현역 의원 7인방 끌고 82학번 삼총사 밀고

    2005년 10월1일 저녁 청계천광장에서 열린 청계천 새물맞이 식전 행사에서 이명박 시장이 준천사를 낭독하고 있다.

    당내의 경우 최대 계파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이하 발전연, 박계동 대표)를 기반으로 원희룡·남경필 의원이 이끄는 새정치수요모임(이하 수요모임, 박형준 대표) 등이 이 시장 주변에 포진하고 있다. 그 가운데 이재오 원내대표를 비롯 정두언, 홍준표, 김문수 의원 등이 대표적인 이 시장 인맥으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박성범 의원이 이 시장과 거리를 좁히고 있다.

    정두언 의원의 경우 수시로 이 시장과 통화한다. ‘시청과 여의도’의 눈높이를 조율하고 채널을 맞추는 것이 그의 역할. 2001년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던 정 의원을 찾아간 이 시장은 원외위원장이던 그와 1시간 이상 대화를 나누었고, 이에 감동한 정 의원이 이른바 ‘MB인맥’을 자청하면서 연이 시작됐다.

    이 시장과 고려대 선후배 관계이자 발전연 대표를 맡고 있는 박계동 의원도 이 시장 인맥으로 분류된다. 그는 요즘 소장파 및 수도권 출신 의원과 이 시장을 연결시키는 작업에 한창인데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시장 주변 인사들은 이 시장과 교류를 갖지만 의원들끼리 모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특징. 정두언 의원의 전하는 친(親) 이명박계 의원들의 현주소.

    “내가 이 시장과 친하고 홍준표 의원과 이재오 의원이 이 시장과 가깝다고 하지만 그들과 함께 밥을 먹은 적은 없다.”

    이런 현상은 김문수 의원도 비슷하다. 철저하게 이 시장 중심으로 스크럼을 짤 뿐 횡적 연결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필요할 경우 이 시장을 둘러싼 현역 의원 7인방의 유기적 결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강만수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과 정책자문교수단을 이끌고 있는 백용호 교수(이화여대 정책대학원)는 이 시장의 브레인 그룹을 대표하는 핵심 인사. 두 사람 모두 2001년 이 시장이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원회의 미래경쟁력분과위원장을 맡았을 때 위원으로 함께 활동했다.

    사람 관리에도 ‘선택과 집중’

    유인촌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문화계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종교계에서는 뉴라이트 전국연합 상임고문 김진홍 두레교회 목사와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스님이 이 시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김금래 동부시립여성센터소장은 여성계와 이 시장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고 있다. 김백준 도시철도공사 감사 도 이 시장 인맥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청춘을 현대그룹에서 바친 이 시장 주변에 ‘현대맨’이 거의 없다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그에 대한 이춘식 특보의 설명이다.

    “동기들이 과장일 때인 35세 때 현대건설 사장을 지냈다. 그러다 보니 동년배들과 어울릴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이 시장은 인품과 능력 위주로 사람을 평가한다. 이춘식 특보는 “이 시장은 프로의식이 있는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며 자질과 능력을 이 시장의 사람 평가 기준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정두언 의원은 “인품을 중시한다”고 말한다.

    이 시장이 싫어하는 스타일도 있다. 세에 따라, 눈앞의 이익에 따라 수시로 색깔을 달리하는 사람이다.

    이 시장은 격식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한다. 대권을 향해 정치적 행보를 해야 하는 이 시장의 이런 스타일은 측근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서울시장 취임 직후인 2002년 여름, 정치권 한 인사가 시장실을 찾았다. 수인사를 끝낸 이 시장이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묻자 이 인사는 “지나다 인사차 들렀다”고 말했다. 그가 돌아간 뒤 시장 일정을 챙기는 비서팀에 이 시장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인사하러 오는 사람을 모두 만날 정도로 내가 한가하냐”는 것이 화를 낸 이유. 이후 시장 비서실은 방문객의 용건을 미리 꼼꼼하게 체크한다.

    이 시장은 테니스로 체력을 다진다. 역시 테니스를 즐기는 고건 전 총리와 경기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질문에 “나는 전 국가대표와 게임을 한다”고 답했다.

    이 시장은 요즘 정치·경제는 물론 문화·예술 등 각 분야에 대한 학구열이 높다고 한다. CEO형 지도자로서 넓은 안목을 가지기 위해 문화와 복지에 대한 관심도 높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경부운하 등과 관련 토목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있다. 이 시장의 이런 향학열은 대권을 향한 기반 다지기이며 그에 따라 더 많은 학계 인사들이 이 시장 주변에 모여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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