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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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살고 나도 사는 ‘윈­윈 협상법’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06-12-26 1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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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윈­윈 협상법’
    협상은 아주 특별한 일이고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처럼 거창한 사안을 두고 외교관이나 정부 대표 등이 특별한 곳에서 하는 일을 협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협상은 우리 생활 전반을 지배한다. 가족이 주말 여가를 보내는 것에서부터 직장인의 연봉 협상까지 협상은 광범위하게 벌어진다.

    10여 년간 협상 경험과 교육을 해온 저자는 일반인, 기업, 심지어 정부까지 시간과 공을 들여 한 협상의 결과라고 보기에는 너무 허탈할 정도로 “자신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훼손하는 합의를 덥석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한다. 한국인은 협상 테이블에서 쉽게 흥분하고 자기도취에 빠진다고 한다. 이 책은 협상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과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진 사람들에게 협상의 기본기와 전략 등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다.

    협상은 기본적으로 윈-윈(win-win), 즉 ‘나도 살고 너도 살기’를 지향해야 한다. 대부분 협상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직장, 국가 간에 반복적으로 벌어진다. 협상 결과가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해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그러나 대부분 협상에 돌입하면 윈-루즈(win-lose), 즉 ‘나 살고 너 죽기’로 바뀌기 쉽다. 이기려고만 덤비는 상대방과 누가 협상을 하겠는가. 혹 협상을 하더라도 상대방은 합리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다. ‘윈-윈 협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생존 전략이다.

    협상에 법칙은 없다. 그러나 후회 없는 협상을 위한 기본 요소는 있다. 실제 협상에서 서로의 요구 내용에 대해 타협을 시도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내용 뒤에 숨어 있는 인간적인 욕구가 더 중요하다. 협상의 동기(욕구)를 서로 파악한다면 결과물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 욕구를 파악했다면 서로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때론 상대방과의 브레인스토밍도 필요하다. 협상에서 정보수집을 빼놓을 수 없다. 나의 정보는 물론 상대방의 정보도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협상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반 발짝도 나서지 말라.” 치밀한 전략과 전술, 양보를 갖고 들어가도 내가 목표한 것을 얻어내기 어려운 것이 협상이다. 허술한 협상 준비는 ‘병사가 무기 없이 전쟁터로 나가는 격’이다. 또 최종 협상 권한이 없는 파트너라면 협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어렵게 합의한 일이 상급자의 허락을 받는 과정에서 바뀌는 경우도 종종 있다. 협상은 상대방이 먼저 제안하게 하여, 좋으면 받고 아니면 거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첫 제안은 일종의 ‘닻’ 효과를 가진다. 협상 결과가 첫 제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첫 제안을 먼저 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아무리 협상에 땀을 흘렸어도 종결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섣부른 종결은 금물이다. 협상은 공식적으로 끝맺는 것이 좋다. 협상 중에 노출된 갈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악수를 한다든지, 상대방의 협력과 노고에 감사를 표하며 부드럽게 마무리하는 일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나 살고 너 죽이기’를 목표로 하는 경우에 종종 술수와 거짓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술수는 자칫 상대방의 보복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결국 협상은 실패하고 관계도 크게 훼손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의 협상력 부재와 전문성 결여는 국제 협상을 할 때마다 도마에 올랐다. 그것은 인정에 바탕을 두고 따지고 드는 사람을 싫어하는 우리 사회가 협상 전문가를 키우지 못한 결과다. 이젠 개인과 국가의 협상 경쟁력이 곧 국제 경쟁력이다.

    협상은 도전하는 사람들에겐 두려운 괴물이 아니다. 누구와도 어떤 사안이든 협상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혹시 협상이 끝나고 돌아서는데 허전하고 손해봤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책상이나 머리맡에 이 책을 두어야 한다.

    박노형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 288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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