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6

..

GM대우 경상용차 환경 장애물에 ‘덜컹’

강화된 배출가스 기준 못 맞춰 생산 중단 위기 회사 대응 발 늦어 근로자·협력업체 피해 예상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6-12-19 15:0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GM대우 경상용차 환경 장애물에 ‘덜컹’

    GM대우차 창원공장 전경.

    ‘환경이 먼저냐, 경제가 우선이냐.’ 쉽게 결론을 내기 어려우면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계속돼온 해묵은 논란이 최근 수면 아래에서 뜨겁게 달아올랐다. 재정경제부를 비롯한 산업자원부, 노동부가 한편이 돼 ‘경제 우선’을 외쳤고, 다른 한쪽에서는 환경부가 ‘나 홀로’ 환경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환경부의 한판승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환경부가 경제부처에 밀리기만 해왔던 점에 비춰보면 의외의 결과다.

    논란 대상은 2003년 12월10일 개정 공포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76조였다. 이 조항은 LPG 사용 경상용차의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KULEV(Korea Ultra Low Emission Vehicle·한국 초저공해 자동차)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산화탄소 배출 허용량의 경우 기존의 km당 2.11g 이하에서 km당 1.06g 이하로 절반 가까이 줄이도록 한 것. 다만 2006년 이전에 제작 승인을 받은 차량은 1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2007년 1월1일부터 적용된다.

    유예 요청 경제부처는 호의, 환경부 강력반대

    이에 따라 문제가 된 것은 GM대우가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 두 차종은 1991년에 출시됐기 때문에 내년부터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이 되지만 GM대우는 KULEV 기준을 만족시키는 경상용차를 개발하지 못했다. 따라서 정부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이 조항의 적용을 유예해주지 않는 한 GM대우는 내년부터 두 차종의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

    GM대우 측은 “연말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게 회사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GM대우 측도 이미 물 건너갔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GM대우는 2003년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KULEV 기준 적용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해왔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근로자들의 고용불안, 협력업체 부도 우려 등 경상용차 생산 중단으로 인한 파장을 들어 경제부처와 환경부를 상대로 집중적인 설득 작업을 해왔다. 대체로 경제부처들은 GM대우에 우호적이었던 반면, 환경부는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다.

    GM대우가 마지막까지 기대를 걸었던 것은 경제장관 회의였다. 경제장관 회의 안건으로 상정되면 GM대우에 호의적인 경제부처들의 ‘주도’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을 의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 그러나 이는 무위로 끝났다. 환경부 이규용 차관이 경제장관 회의 안건 상정을 끝까지 반대했기 때문이다.

    GM대우 경상용차 환경 장애물에 ‘덜컹’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경상용차 라보와 다마스.

    이 차관의 ‘쇠고집’은 경제부처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이 차관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의 의지가 워낙 강해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던 것. 이 차관은 12월8일 자신의 집무실을 방문한 GM대우 노조 관계자들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환경부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제부처에선 “환경부가 국가경제의 큰 틀에서 바라보지 않아 유감”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반면 환경단체에선 “환경부가 자동차업체의 ‘로비’에 밀리지 않고 당당히 대처한 것은 평가해줄 만하다”면서 “환경부가 항상 경제논리에 밀렸는데 이번에는 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국내에서 배기가스 규제를 만족시키지 못해 생산이 중단된 사례는 GM대우의 경상용차가 처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7월 1일부터 적용된 대형 경유차의 ‘유로 3 (Euro-3)’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한 현대·기아차가 잠시 생산을 ‘중단’한 경우는 있었지만 단종까지는 가지 않았다. 당시 현대·기아차는 정부가 ‘유로 3’ 적용 시점을 전격적으로 2개월 연기해주자 다시 생산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근로자 해고 둘러싼 노사 갈등 가능성도

    GM대우의 경상용차를 두고 경제부처와 환경부의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은 올 7월 무렵.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자동차 사장이 환경부를 비롯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를 방문해 KULEV 적용 시기를 유예해달라고 ‘건의’하면서 표면화된 것. GM대우차의 창원 공장 직원과 창원시민 1만6000여 명이 연대 서명한 청원서도 국무총리실 등에 제출했다. 또 박완수 창원시장도 환경부를 방문해 GM대우차가 경상용차를 계속 생산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GM대우 노사는 말할 것도 없고 경상용차 공장이 있는 창원지역 관계자들도 GM대우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들이 이런 노력을 기울인 것은 경상용차 생산 중단으로 인한 파장을 염려했기 때문.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노사문제. GM대우 측은 창원공장의 경상용차 생산라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 770여 명의 거취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사 주변에선 이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GM대우 측은 그동안 신뢰와 상생의 노사관계를 구축한 모범적인 외국인 투자기업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과거 대우자동차 시절 정리해고자 1605명을 전원 복직시켰을 뿐 아니라, GM대우 출범 당시 인수 대상에서 제외됐던 대우인천자동차㈜를 당초 계획보다 1년 빨리 통합해 4377명의 고용도 승계했다. 그러나 경상용차 생산 중단으로 다시 노사가 심각한 갈등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GM대우 경상용차 환경 장애물에 ‘덜컹’

    2006년 새해 첫날 GM대우 닉 라일리 당시 사장(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노조 관계자가 인천 팔미도 앞바다 선상에서 합동 해맞이 행사를 갖고 노사 상생을 다짐했다.

    지역경제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GM대우 측에 따르면 경상용차 공장에 납품하는 부품업체는 148개사. 이들 업체의 전체 근로자 7만2000여 명이 우선 고용불안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GM대우 측은 “납품업체뿐 아니라 2, 3차 협력업체의 가동률도 떨어져 이들 협력업체가 있는 창원과 부산 등의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GM대우 측은 다마스와 라보가 주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구입하는 경상용차라는 점을 강조한다. GM대우 측은 “기아자동차가 2002년 11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경상용차 타우너를 단종했지만, GM대우는 경상용차 고객들이 겪게 될 어려움을 고려해 지금까지 생산을 계속해왔다”고 주장했다.

    GM대우의 이런 주장은 ‘현실적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경제부처나 인천 부평과 창원지역 일부 의원들이 GM대우 손을 들어주는 것은 이 때문이다. KULEV 기준 적용 유예를 위해 ‘열심히’ 뛰었던 권영길 의원(민주노동당·창원 을) 측은 “환경에 관한 문제여서 고민을 많이 했지만 파국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쨌든 1차적 책임은 GM대우에 있다. 환경정의시민연대 오성규 사무처장은 “2003년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 이후 차분히 준비해왔다면 충분히 KULEV 기준에 맞는 경상용차를 개발할 수 있었는데 이익이 나지 않는 차종이라는 이유로 경상용차에 대한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GM대우 측은 이런 지적에 대해 “알아서 판단하라”고 답했다. 결국 회사의 잘못 때문에 근로자와 지역주민들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