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2

..

프로축구 ‘당근 작전’ 경쟁에 가난한 구단 “기죽어”

  • 노주환 스포츠조선 체육부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입력2006-11-22 18:2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한 프로축구 구단 프런트가 하소연을 했다. “선수들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상대편 선수들과 전화를 하는 통에 죽겠다. 우리 팀은 승리수당으로 얼마를 베팅했는데 너희 팀은 어떠냐고 서로 묻는 것이다.”

    한국 축구는 바야흐로 수확의 계절이다. 포스트시즌인 만큼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다. 눈앞의 경기를 반드시 잡아야 우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이 젖 먹던 힘까지 낼 수 있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두둑한 돈봉투다. 구단이 경기를 앞두고 ‘이번 경기를 이기면 기존의 승리수당에 얼마를 더 주겠다’며 당근을 제시하는 것.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질 정도로 이 베팅 액수는 크다. 최고 스타급은 페넌트레이스 한 경기에서 최고 500만원에 이르는 승리수당을 받는데, 포스트시즌이 되면 구단은 승리수당을 선수당 최대 2000만원까지 대폭 끌어올린다고 한다. 교체 선수 3명까지 포함하면 2억원 넘는 가욋돈이 전달되는 셈이다.

    B구단의 한 코치는 “상대편 구단이 얼마를 베팅했다는 얘기가 우리 편에 전달되는 데는 불과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선수들끼리 베팅 액수에 대한 이야기를 전화로 주고받기 때문에 소문은 순식간에 퍼진다.



    이런 과외 베팅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구단은 마음고생이 심하다. 베팅을 적게 해 잡을 수 있는 경기를 놓쳤다는 뒷말도 나온다. 구단 살림을 위해 베팅을 하지 않았고, 그 결과가 패배로 돌아왔다는 것.

    물론 베팅이 엄청난 실력차를 극복하는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K리그 팀들은 기량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비슷한 조건의 팀이 벌이는 비중 있는 경기에선 베팅의 유무와 크기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는 데 이의를 다는 축구인은 없다.

    C구단의 고위 관계자는 이 같은 베팅 풍조에 대해 “K리그 구단들의 수익 구조를 볼 때 무리한 베팅은 제 살 깎아먹기와 같다. 물론 우승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가욋돈을 주지 않더라도 프로 선수들이라면 승리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탄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