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2

2006.11.28

아나운서, 프리랜서 선언의 명암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socio94@cbs.co.kr유재석(왼쪽), 김병찬.

    입력2006-11-22 17: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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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나운서, 프리랜서 선언의 명암

    유재석(왼쪽), 김병찬

    공중파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선언이 늘고 있다. 결혼으로 은퇴한 노현정 아나운서보다 먼저 스타 반열에 올랐던 KBS 강수정 아나운서와 김병찬 아나운서가 최근 ‘프리’를 선언했다. 그리고 몇 명의 스타급 아나운서들도 이들의 뒤를 이을 준비를 하고 있다.

    아나운서들의 ‘프리 선언’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와는 양상이 분명 다르다. 통상 10년 이상 경력의 차장급, 혹은 경력 7~8년차 여성 아나운서들의 전유물이던 프리 선언의 연령 및 경력대가 대폭 낮아진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이들의 관심은 ‘좀더 자유롭게, 다양한 방송활동을 제값 받고 하고 싶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스타급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받고 있음에도 이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 야근과 조근, 밤샘 등 온갖 궂은(?) 잡무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는 아쉬움이 가장 큰 이유. KBS의 경우 전국 지방계열사와의 근무형평상 순환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원치 않는 시점에 지방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도 이들의 ‘결심’을 굳히는 계기로 작용한다.

    얼마 전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서도 이들의 고민은 드러났다. 자료에 따르면, 개그맨이자 특A급 MC인 유재석의 경우 60분물 프로그램 출연에 회당 900만원을 받는 것으로 돼 있다. 반면 공동진행자인 방송사 소속 아나운서들은 불과 2만~3만원의 방송사 직원 내규에 따른 출연료를 지급받았다. 스타급 아나운서들의 불만이 터져나올 만도 한 상황인 것. 신분상 방송사 직원인 이들에게 더 이상의 보상이나 특별대우를 해줄 수 없는 방송사들의 고민도 깊어가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교양과 예능 프로그램으로 진출해 연예인 못지않은 활동을 벌이고 있는 아나운서들의 프리 선언 이후의 모습은 어떨까. 먼저 이들은 프리 선언 직후부터 두둑해진 주머니를 경험하게 된다. 수많은 프로그램을 일주일 내내 맡아도 월급밖에 못 받던(물론 그것도 상당한 수준이지만) 상황에서 한 프로그램만 고정으로 맡아도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니 이들에게는 또 다른 경험인 셈. 여기에 직원일 때는 할 수 없었던 CF를 통해서도 역시 상당한 돈을 챙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로또’가 따로 없다. 아나운서들 사이에서는 ‘프리 선언 2년 안에 10억 벌지 못할 거라면 나갈 생각 마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감수해야 할 희생도 따른다. 방송사들의 개편 때마다 노심초사해야 한다거나 친정 같은 방송사에 들어가도 마땅히 앉아 있을 곳이 없다는 점은 곤욕이 아닐 수 없다. 또 아나운서 선후배들의 경계와 눈치를 봐가며 이 방송국 저 방송국으로 보따리 장사의 생활을 해야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최근 강수정, 김병찬 아나운서가 프리를 선언한 이후 KBS 아나운서국이 “프로그램 제작진은 이들 프리 선언 아나운서를 일정 기간 쓰지 않는 유예기간을 둘 것을 거듭 요청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낸 것도 이들에게는 참기 힘든 고통일 것이 틀림없다.

    아나운서는 분명 방송에서 시청자와 프로그램을 이어주는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얼굴’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연예인화돼가는 모습에서 달라진 환경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선배 아나운서들과 고참 프리랜서들은 이렇게 충고한다. “중심은 스스로 잡아가야 한다. 지금의 인기가 온전히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것인지, 아니면 방송의 속성이 보여주는 종합적인 프로그램 성공의 부산물인지…. 그리고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천직으로 삼으며 일할 것인지 아닌지를 고민해야 한다. 아나운서란 직업이 선택을 받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시청자는 냉정하고 무서운 사람들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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