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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근 특파원의 파리 산책

불친절·무질서에 허걱! 일본인의 ‘파리 신드롬’

불친절·무질서에 허걱! 일본인의 ‘파리 신드롬’

올해도 11월 셋째 주 자정을 기해 보졸레 누보가 전 세계 시장에 깔렸다.

한국에선 거품이 심했던 보졸레 누보의 인기가 이제 좀 시들해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런데 대한항공이 올해 사상 최다량의 보졸레 누보를 수송했다는 소식이 눈에 띄었다. 무슨 소린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봤다. 올해 대한항공이 실어 나른 물량은 모두 1420t 규모. 그 가운데 한국에는 50t만 내려놓고 나머지는 모두 일본으로 간다고 했다.

일본에선 보졸레 누보의 인기가 아직 식지 않았다는 얘기다. 와인을 즐기는 문화는 일본이 한국보다 훨씬 앞섰다. 그런 일본인들이 맛이 떨어지는 보졸레 누보를 비싼 돈 내고 마시는 이유는 뭘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요즘 부쩍 회자되고 있는 ‘파리 신드롬’이 떠올랐다. 파리를 방문한 일본인, 특히 젊은 여성들이 기대했던 것과 다른 파리의 모습을 보고 괴로워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정신과 의사들에게 상담을 받는 일본인도 적지 않다.

의사들이 전하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일본인들은 파리 사람들이 모두 우아하고 친절할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직접 다녀와본 뒤에는 그다지 친절하지도 않고 심지어 외국인을 얕보는 듯한 프랑스인의 태도에 충격을 받는다.” 파리에 머무는 외국인이라면 기대와 현실 사이의 차이를 누구나 경험한다. 그런데 ‘파리 신드롬’이라는 용어까지 생길 정도로 유독 일본인들이 심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얼마 전 파리에 놀러 온 대학 선배도 파리 사람들의 무질서한 모습에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배는 이렇게 해석했다. “무질서하다는 것은 개인주의가 발달했다는 증거다. 프랑스 사람들의 개인주의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신의 자유를 무한정 누리는’ 개인주의로 보인다.” 그 덕분에 사상과 문학, 예술이 다양한 층위로 발달한 것 같다는 게 선배가 내린 결론이었다. 똑같은 현실에서 예술이 발달한 이유를 찾아내는 사람도 있고 충격을 받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파리에 살거나 파리를 방문한 한국인들 가운데서 ‘파리 신드롬’을 겪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외국 문화와 관습을 받아들이는 데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좀더 마음이 열려 있다는 증거일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다행한 일이다.



주간동아 2006.11.28 562호 (p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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