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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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비리 관행’ 심판대에 올려라

  • 배금자 변호사

    입력2006-08-21 11: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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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관 ‘비리 관행’ 심판대에 올려라
    조관행 전 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구속은 지금까지 사법부에서 범죄의식 없이 자행돼온 잘못된 ‘비리 관행’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데 의미가 크다. 조 씨의 항변을 보면, “그동안 법조계에서 관행처럼 굳어진 일일 뿐인데 왜 엄격한 형벌의 잣대를 들이대느냐”, “다른 법관들도 흔히 하는 일인데 왜 나만 구속하느냐”는 식이다. 만약 조 전 판사의 주장이 법관들의 보편적인 사고방식이거나 사법부에서 이를 정말 단순한 관행으로 평가한다면, 이는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법관이 청탁을 받고 다른 법관의 사건에 유리한 부탁을 하는 행위, 그에 대한 대가(답례든 어떤 명분이든)로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 등은 심각한 공무원 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형사 처벌뿐 아니라 중징계의 대상이 된다. 일반 공무원에게적용되는 법의 잣대가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되는 법관에게 똑같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법치주의는 무너지고 사법부의 정의도 실종되고 말 것이다.

    조 전 판사의 행위가 법원에 만연된 관행이라면 법관윤리강령은 무너졌다고 할 수 있다. 법관윤리강령은 ‘법관은 공평무사하고 청렴하여야 하며, 공정성과 형평을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아니한다’ ‘법관은 타인의 법적 분쟁에 관여하지 아니하며, 다른 법관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하지 아니한다’ ‘법관은 재판에 영향을 미치거나 공정을 의심받을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법률적 조언을 하거나 변호사 등 법조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아니한다’ ‘법관은 재판의 공정성에 관한 의심을 초래하거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금전대차 등 경제적 거래행위를 하지 아니하며, 증여 기타 경제적 이익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조 전 판사의 사례는 이 같은 법관윤리강령을 무시하는 관행이 법조계에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미국은 법관윤리강령이 상세하게 이루어져 있고(Code of Conduct for United States Judges), 법관은 주기적으로 윤리교육을 받으며, 법관윤리위원회(Judicial Ethics Committee)와 법관징계법원(Court of Judicial Discipline)을 상설기구로 두고 있다. 또한 법관윤리강령 위배행위나 법관의 비리, 범죄행위에 대해 일반 국민이 법관을 상대로 진정을 제기하면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조사해 징계하는 제도도 마련해두고 있다. 만일 진정이 들어오면 위원회는 즉각 조사에 들어가 혐의가 인정될 경우 법관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법관징계법의 결정은 실명으로 인터넷에 공개한다.

    엄격하게 징계하고 결과 공개해야



    이에 비해 우리는 법관의 주기적인 윤리교육이 없을 뿐 아니라 윤리강령 위배로 인한 징계가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며, 법관에 대한 진정과 징계 절차에 대한 공개적이면서도 투명한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 만일 징계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법관이 윤리강령을 위반한 경우 징계 절차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미국 법관윤리규정 서문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법원 판결에 대한 승복은 법관의 고결성과 독립에 대한 신뢰에 의존한다. 사법부의 불편부당에 대한 공공의 신뢰는 각 판사들이 윤리규정의 책임을 다할 때 유지된다. 반대로 윤리규정 위반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감소시키고, 법치주의에 대한 손상을 초래한다. 사법부에 대한 공공의 신뢰는 판사들에 의한 무책임하고 부적당한 행동에 의해 침식당한다.’

    법관의 비리가 사법부의 신뢰도에 얼마나 큰 손상을 입히는지를 깨닫는다면, 지금까지 우리 사법부가 윤리강령을 위배하는 법관의 행위를 ‘관행’이라며 방치한 일이 얼마나 심각한 것이었는지를 인식할 수 있다. 윤리규정의 엄격한 준수, 비리 법관에 대한 형사처벌 및 징계가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은 당연하며, 동시에 징계 절차 및 결과를 공개하는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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