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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말부록|파워&포인트 논술②

시험 유형 확 바뀐다고? 그럴 리가!

논술 고정관념 뒤집기 ②

  •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학술적 글쓰기 전담)

시험 유형 확 바뀐다고? 그럴 리가!

시험 유형 확 바뀐다고? 그럴 리가!
박정하
·서울대 철학과 졸업, 서울대 철학박사
·전 호서대 겸임교수, 세종대 초빙교수,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선임연구원
·현 EBS 논술연구소 부소장, 철학아카데미 공동대표, 한국 철학올림피아드 집행위원
·저서 : ‘대학인을 위한 논술’(공저), ‘인문교육의 근본 : 글쓰기 교육의 이론과 실제’(논문) 외 다수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논술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문제 유형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큰 것 같다. 또 이런 걱정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학원들도 일부 있는 것 같다. 마치 논술 교사가 점쟁이이기라도 한 듯 ‘적중’을 외치며 사람들을 현혹한다.

그러나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있겠는가? 논술 시험의 유형도 완전히 새로워지기란 어려운 일이다. 변화되는 논술 시험도 여전히 비판적인 읽기 능력,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 논리적인 서술 능력 등을 평가하는 것이고, 제한된 시간에 제한된 분량의 글을 한 편 쓰게 해서 평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지금까지의 논술 시험과 본질상 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쓸데없는 불안에 떨지 말고 기초 실력을 차근차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전혀 변화가 없을 것인가? 그건 아니다. 대학 입장에서는 문제의 성격이 갑자기 크게 바뀌면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을 것이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들은 그동안 논술의 본질적 요소를 강화하면서도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따라서 최근 흐름으로 미뤄볼 때 다음과 같은 변화가 예측된다.

답안 분량 늘리거나 문제 수준 높이는 정도의 변화는 있을 듯



첫째, 답안 분량을 늘리는 쪽으로 갈 수 있다. 답안 분량이 늘어나면 당연히 시험 시간도 늘어난다. 이것은 서울대가 논술을 부활시키면서 택했던 방법이다.

현재처럼 두 시간 정도에 1800자 미만의 글을 쓰는 방식에 대해서는, 수능 이후 단기간 편법에 의한 대비로도 어느 정도 접근이 가능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분량이 늘어나면 사정은 달라진다. 분량이 늘어나면 하나의 논점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연관된 논점들을 복합적으로 다루게 되고, 결국 평소의 훈련 정도를 다면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하게 된다. 물론 어려운 점도 있다. 답안 분량을 늘리면 대학으로서는 채점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일반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둘째, 분량은 그대로 두고 문제 수준을 높이는 방향이다. 수준을 높인다는 말은 현재 연세대 논술 문제처럼 제시문 독해만으로는 답안을 구성하기가 어렵고, 평소 나름의 견해와 배경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 유리한 문제를 출제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지적 배경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폭이 커지기 때문에 주제에 대한 식견이 있는 학생이 우수한 답안을 쓸 수 있다. 결국 다양한 독서와 경험을 통해 높은 지적 수준을 갖춘 학생에게 유리한 방향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향은 자칫하면 고교 교과과정을 뛰어넘는 문제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학 측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제시문에 다양한 자료들을 동원해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도표나 통계자료를 적극 이용하고, 사진이나 그림 같은 이미지 자료는 물론 동영상까지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결과로서 완성된 글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는 과정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과정을 평가하려면 지금처럼 한 편의 완성된 글을 쓰는 문항만 주는 것이 아니라 문항이 여러 개로 나뉘게 된다. 서울대 통합교과형 논술은 이 방향을 택하고 있다. 여러 제시문을 주고서 각 제시문의 공통 주제를 찾고, 제시문 사이의 관계를 밝힌 다음 자기 견해를 쓰게 하는 현재의 고려대 문제 유형도 글이 나오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구성해 논술 문제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방향으로 간 셈이다.

이런 방향이 강화되면 마지막에는 한 편의 글을 쓰게 하면서, 중간 과정으로서 분석적·비판적 독해 능력을 측정하는 문항과 글을 구상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서술형 문항들이 추가될 것이다. 결국 머릿속에서 배경 지식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실제 글을 읽고 구성해내는 능력이 관건이 된다.

앞으로 논술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그리고 어떤 요소들이 복합될 것인지에 대해 큰 그림은 이미 나와 있다. 자세한 모양까지 찾고자 쓸데없이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지 말고 기초 능력을 기르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하길 바란다.



주간동아 529호 (p100~100)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학술적 글쓰기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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