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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칼럼

광복 60주년과 텔레비전 채널

  • 권명아 문학평론가

광복 60주년과 텔레비전 채널

광복 60주년과 텔레비전 채널
텔레비전마다 광복 60주년을 맞이한 특집 프로그램들을 연일 방송하는 중이다. 특히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은 어느 때보다 심도 깊은 역사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이루고 있어 광복 6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다. 요 몇 년간 한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역사적, 정치적 관심은 폭증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비해 한국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관심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오늘, 이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역사란 그저 역사 다큐멘터리의 정보로 대체될 뿐이다. 내 삶과 역사는 텔레비전 채널을 통해서만 관계를 맺을 뿐이다. 문화 산업의 추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최근 몇 년간 역사 관련 문화 산업이 가장 호황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역사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은 높아지지만 역사와 삶, 역사와 현재를 이어주는 채널은 많은 부분 시장의 논리에 좌우된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높지만, 실제로 한국의 역사 교육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역사 교육이 국가의 철저한 관리 감독 아래 놓여 있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한국 성인 남녀들은 국가가 부과한 역사의식을 철저하게 내면화하고 살아왔다. 다양한 역사의식과 역사 해석, 역사와 삶을 연결하는 채널을 모색하는 일은 아직 시도도 되지 못하고 있다.

실상 역사를 나의 삶과 연결해서, 현재적이고 당대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고민은 단지 한 개인의 탁월한 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삶과 역사를 연결시킬 수 있는 역사관을 어떻게 체득하느냐 하는 문제와 관련된다. 특히 이는 역사 교육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다.

근대 이후 대부분의 국가들은 역사 교육을 국시로 삼고, 역사 교육을 통해 건전한 국민, 국가가 요구하는 국민정신을 함양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동시에 국가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역사의식을 각인함으로써 국가 간 대립과 민족적, 인종적 분열의 토대가 되었다. 이러한 역사 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역사의식, 역사 해석, 역사 교육의 다양성에 대한 모색이 시작되었다. 또한 제도적인 역사 교육과 역사 연구와는 다른 대안적인 교육과 연구의 장도 모색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단지 손쉬운 전환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역사관을 둘러싼 격렬하고 치열한 대립과 논쟁과 갈등을 통해서 획득되었다. 일례로 일본의 경우만 해도 역사관을 둘러싼 민족주의, 실증주의, 탈민족주의와 대안적 역사 해석 사이의 치열한 논쟁이 지속되었고, 현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또한 독일의 경우도 나치즘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일은 이처럼 역사관과 역사 해석을 둘러싼 치열한 갈등과 대립과 논쟁의 과정이었다.



평범한 사람들 역사란 ‘다큐멘터리 정보’

그러나 매우 아쉽게도 한국의 경우 이러한 역사관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몇몇 논쟁이 제기되었지만, 그 성격은 역사관에 관한 것이라기보다 매우 협소한 논점에 국한된 것이다.

역사에 대한 의식이 변화하는 것은 역사 연구, 교육, 그리고 무엇보다도 역사의식에 대한 도전적 문제제기를 통해서 가능하다. 삶과 역사를 연결하는 새로운 채널은 제도적인 역사 연구의 변화를 통해서 새로운 역사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오랜 시간에 걸쳐서 사람들의 역사의식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질 것이다. 동시에 이는 역사의식에 대한 도전적인 문제제기와 실험을 통해서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장을 개척하고, 역사를 삶과 연결하는 새로운 채널을 개척해나감으로써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새로운 실험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둘러싼 강고한 제도의 벽이 무너져야 할 것이다. 이 제도의 벽을 무너뜨리는 것은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주간동아 2005.08.30 500호 (p100~100)

권명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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