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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달라이 라마 평전’

영적 카리스마, 70년의 발자취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영적 카리스마, 70년의 발자취

영적 카리스마, 70년의 발자취
세계의 지붕’ 티베트, 그리고 달라이 라마. 그의 도덕적 영향력과 부드럽지만 강한 특유의 카리스마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북인도 다람살라에서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끌고 있는 그는 지구촌 평화의 상징이자 영적 안식의 상징이다. 너무 잘 알려져 있지만 달라이 라마는 여전히 많은 미스터리를 갖고 있다. 그는 도대체 어떤 인물이고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달라이 라마 평전’은 1933년 13대 달라이 라마가 죽은 직후, 라모 돈돕이 14대 달라이 라마로 선정된 뒤부터 2003년까지 70년의 긴 세월을 기록하고 있다. 한 개인을 추앙하고 미화하는 전기가 아니라 티베트의 독특한 풍습과 문화, 환생으로 권력이 이양되는 체제 속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음모와 소수민족의 아픈 역사를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이는 뚫어지게 주시하다가 한 염주를 선택했다. 13대 달라이 라마의 염주였다. 이번에는 북이었다. 큰북과 작은북 중 작은북을 선택했다. 그러고는 두들기는데, 입적한 군주가 시종들을 부를 때 두들기던 방식과 똑같았다. 끝으로 두 개의 지팡이를 제시했다. 아이는 잠시 망설이더니 한 지팡이를 선택했다. 물론 13대 달라이 라마의 지팡이었다.”

1940년 2월22일. 마침내 위대한 날이 돌아왔다. 다섯 살 라모 돈돕은 14대 달라이 라마가 된다. 전 세계인에게 머지않아 텐진 가초라는 이름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그를 둘러싸고 있는 티베트의 상황은 고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를 섭정하던 레팅 린포체는 복잡한 여자문제로 구설에 오르고 귀족들의 권력투쟁은 심화되고, 그들의 화려한 생활 뒤편에서 티베트는 점점 허물어지고 있었다.

달라이 라마가 자기 자신과 백성의 운명을 떠맡게 된 1950년 11월. 그해 1월 마오쩌둥(毛澤東)은 티베트를 해방시키는 것이 인민해방군의 주요 과업들 가운데 하나라고 선언했고, 급기야 9월엔 4만명의 붉은 군대가 양쯔강을 넘어 랏싸로 진군했다.



1956년 칼은 서서히 티베트인들의 목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네팔과 중국이 협정을 체결, “네팔인들은 중국 공산당의 티베트 통치권을 인정하며, 1856년 협약에 따라 그들이 소유하고 있던 영토를 포기한다”는 것이었다.

“1959년 3월19일 새벽 1시 랏싸 사람들은 폭격과 기관총 소리에 잠을 깼다. 랏싸에 주둔하고 있던 인민해방군 병사들이 도망자를 찾고 있었다. 달라이 라마와 그 가족이 숨어 있을 만한 모든 장소를 덮쳤다. 3월20일과 23일 사이 1만5000명의 티베트인들이 수도에서 몰살됐다.”



달라이 라마와 그 가족은 3주간에 걸친 필사의 탈출로 인도 국경을 건넜다. 기나긴 망명 길의 시작이었다.

저자는 10여년에 걸쳐 달라이 라마와 그 주변 인물들을 만나고, 방대한 자료 조사와 치밀한 탐구를 했다. 그동안 티베트 안팎과 달라이 라마를 둘러싸고 제기된 수많은 의문점과 긴박하게 전개되는 세세한 정황이 그림을 보듯 펼쳐진다.

티베트는 여전히 문명세계 사람들의 마음의 안식처다. 많은 사람들이 티베트를 찾고 티베트 난민과 망명정부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소박한 사람들의 정치적 미숙함 때문에 강대국에게 짓밟힌 아픈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가난하되 비참하지 않고, 특유의 낙천적 웃음과 친절을 잃지 않은 티베트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것이 달라이 라마 평전이 던지는 질문이다.

질 반 그라스도프르 지음/ 백선희 옮김/ 아침이슬 펴냄/ 504쪽/ 1만5000원



주간동아 2005.08.30 500호 (p40~41)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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