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烹 당한 김윤규 “아! 옛날이여”

현정은 회장 대북사업서 낙마 시켜 … 북한 측 협상 파트너 교체에 불편한 심기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烹 당한 김윤규 “아! 옛날이여”

烹 당한 김윤규 “아! 옛날이여”
당신이 회장님 모실 때 저희 자식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웠습니다. 명예회장님께서 원했던 대로 모든 대북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랍니다. 당신, 너무 자주 하는 윙크 버릇 고치세요.”(정몽헌 회장의 유서 가운데)

자살한 정몽헌 회장이 “누구보다 진실한 명예회장의 자식”이라고 표현한 김윤규(61·사진) 현대아산 대표이사 겸 부회장이 대북사업에서 배제됐다. 정 회장의 뒤를 이은 현정은 회장과의 파워게임에서 밀렸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현대그룹 대북사업의 최일선에서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을 보좌하며 북한과의 특별한 인연을 쌓아온 김 부회장의 일선 후퇴가 오히려 현대그룹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피력하고 있다.

8월19일 오후 3시, 서울 적선동 현대빌딩에서는 아주 특별한 이사회가 열렸다. 8월 초부터 출근하지 않았던 김 부회장은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사직서 한 장만이 이사회에 전달됐다. 이사회는 단 20분 만에 끝났다. 이사회는 “올 3월부터 대내외 업무를 나누어 공동대표제를 유지해왔으나 업무 추진 과정에서 비효율성이 발생됐다”며 “일관된 회사 정책 수립과 이원화된 업무의 혼선을 막기 위해 윤만준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재편한다”고 회의 결과를 전달했다. 김 부회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더라도 그간 현대그룹과 남북경협 사업에 기여한 공로를 감안해 부회장직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현정은-김윤규 갈등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7월 초 이뤄진 현대아산 내부 감사가 8월 초 언론에 공개되면서다. 현대그룹은 정기감사라고 밝혔지만 첫 감사 대상을 현대상선 등 주력 계열사가 아닌 현대아산으로 잡은 점이 현-김 간의 파워게임의 징표라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김 부회장의 비리는 리베이트를 받았다거나 공금을 횡령하는 등의 비리가 아닌, 금강산 온정각 시설분양에 개인 자격으로 관여하는 일부 절차상의 문제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치명적인 개인 비리가 절대 아니라는 것.

“경협 공로 부회장직 유지”



그럼에도 현대아산 이사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기업경영인으로서 갖지 말아야 할 바르지 못한 처신을 함으로써 기업이 수행하고 있는 사업의 도덕성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김 부회장의 비리를 낙마의 중요 이유로 부각시켰다.

현 회장은 정몽헌 회장 사망 이후 2003년 10월에 그룹 대권을 넘겨받아 나름대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집안 어른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을 성공적으로 방어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현대그룹 사업 방향이 대북사업으로 정리된 이상 칼은 내부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현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북사업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김 부회장을 넘어서지 않고는 현정은 체제 구축이 불가능했다는 것.

현 회장 취임 직후 그룹 내부에서 양 세력 간의 알력이 본격화된 데는 김 부회장의 독단적인 운영방식도 한몫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관계자는 이를 두고 “정 명예회장의 가신 출신답게 강한 추진력의 배경에는 비밀주의와 독단주의가 없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같은 위상은 7월 말 현 회장이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하면서부터 역전되기 시작한다. 현 회장은 김 부회장 없이도 대북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

현-김 갈등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물론, 정부 그리고 북쪽의 대북사업 파트너인 아태평화위원회(아태위)까지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아태위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대북사업에서 배제된다는 소식이 들리자 불편한 심기를 현대 쪽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 아태위는 김 부회장과 금강산 사업 등 7~8년간의 협력을 통해 돈독한 신뢰를 쌓았는데 갑자기 협상 파트너를 교체되는 것에 대해 당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오너 집안을 대표하는 현 회장의 결심인 만큼 이번 결정은 바뀔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백두산 관광 사업으로 제2의 북한 관광 붐을 일으키겠다는 현대아산이 과연 김 부회장의 그림자를 걷고 성공적으로 현 회장 체제로 자리 매김할 수 있을지, 아니면 현 회장의 독선으로 난항을 겪을지는 향후 북한과의 협력사업으로 검증될 수밖에 없다.



주간동아 2005.08.30 500호 (p26~26)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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