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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도 ‘사스’에 걸린다

애완동물 ‘감염 후 전파’ 연구 결과 충격 … 사람과 달리 뚜렷한 증상 없이 죽음 맞아

  •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고양이도 ‘사스’에 걸린다

애완동물 500만 마리 시대’가 열렸다. 액세서리와 쇼핑몰 미용실 등이 더 이상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주요 도심에 속속 들어서는 애완동물 카페는 그들이 이 땅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 카페에서는 주인이 차나 음료를 마시는 동안 함께 온 애완동물 역시 영양식을 즐기고 다른 애완동물과 만나 사교를 넓힌다(?). 주인을 잘 만난 애완동물의 삶은 인간 못지않게 호사스럽다.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기호가 다양해지다 보니 ‘물 건너서’ 한국 땅을 찾는 애완동물도 급증했다. 농림부 국정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수입된 애완용 개와 고양이만 2만9719마리에 달한다. 그렇다면 동물방역은 안심할 만한가.

최근 애완용 고양이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감염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에게 사스바이러스를 퍼뜨릴 가능성까지 있다고 한다. 사스바이러스는 날이 서늘해지는 봄과 가을에 왕성하게 증식하기 때문에 중국은 지금 한바탕 방역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리고 중국 방역당국은 이번 방역의 주안점을 애완동물에 대한 방역에 두고 있다. 이는 사스가 중국에서 식용으로 팔리는 동물에게서 전염된 것이 확실하며, 따라서 재발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때문이다.

서늘한 봄과 가을 왕성한 증식

네덜란드 바이러스연구소의 바이론 마르티나 박사, 홍콩 퀸메리병원의 말릭 페이리스 박사 등이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들이 애완용 고양이를 사스를 전염시키는 주범으로 지목하고 나선 까닭은 갯과와 고양잇과에 속하는 야생동물들이 사스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야생동물이 사스바이러스를 옮긴다면 같은 분류군에 속하는 애완동물도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한 것이다.

연구팀은 먼저 애완용 고양이와 애완동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족제빗과 동물인 페릿이 사스에 감염될 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기로 했다. 사스로 사망한 환자한테서 채취한 사스바이러스를 애완용 고양이 6마리와 페릿 6마리의 기관(공기가 폐로 들어가는 통로)에 주입했다. 그 결과 12마리 모두 사스에 감염됐고, 증세가 급속도로 나빠져 고양이와 페릿 각각 2마리씩 모두 4마리가 사스바이러스 주입 후 4일 만에 죽고 말았다.

특이한 점은 사스바이러스를 투여한 고양이의 경우 아무런 임상반응이 나타나지 않은 것. 이들은 소리 소문 없이 죽음을 맞이했다. 반면 6마리의 페릿 중 3마리는 바이러스를 접종한 후 2~4일 정도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연구팀은 애완용 고양이와 페릿 모두 사스바이러스 투여 후 2일째부터 2주 정도까지 계속 인두에서 사스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으로 미루어보아 사람처럼 호흡기가 감염된 것으로 추측했다.

연구팀은 한편으로 사스바이러스를 투여하지 않은 건강한 고양이와 페릿 각각 2마리씩을 사스에 감염된 고양이, 페릿과 함께 생활하게 했다. 그 결과 건강했던 4마리 모두 사스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확인했다. 전염된 동물들에게서 검출된 사스바이러스는 감염 후 2일경부터 점차 증가했다가 6~8일째 최고치를 보였다. 그러나 고양이의 경우는 이번에도 사스에 감염된 임상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페릿 2마리는 모두 혼수상태에 빠지고 결막염을 앓다가 결국 사스바이러스에 감염된 지 각각 16일과 21일째에 죽음을 맞이했다.

연구팀은 병리학적 실험을 통해 이들이 지방간과 쇠약증에 시달렸다고 보고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들이 사스 때문에 발생하는 폐렴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는 것. 잘 알려진 대로 사람의 경우 사스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일반적으로 허파를 비롯한 호흡기가 심하게 손상된다. 결국 이 같은 실험 결과는 애완동물은 사스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사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통해 페릿과 애완용 고양이조차 사스의 위협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리고 함께 기르는 다른 애완동물한테도 사스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아울러 밝혀냈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에 사용된 동물이 바이러스에 대항해 싸워 사스를 치료할 항(抗)바이러스 약물 또는 예방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모델로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동물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4월 사스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가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발표한 바 있다. 사람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변형된 형태가 바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SCV)’다. 아직까지 사스 환자로부터 추출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떻게 처음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조류나 돼지가 숙주가 돼 발생한 독감바이러스나 원숭이가 숙주가 돼 발생한 에이즈바이러스와 같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도 동물, 그 중에서도 야생동물을 숙주로 해 발생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홍콩국립대학 구안 박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페릿, 오소리, 사향고양이, 너구리개가 사스코로나바이러스와 매우 비슷한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 100명 이상의 주민이 사스에 걸렸던 홍콩 아모이가든 아파트에 사는 애완용 고양이도 사스에 감염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동물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반대로 사람도 동물에게 사스코로나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결국 사스는 거의 모든 동물에게 치명적인 죽음의 바이러스인 셈이다.

21세기 최초의 전 세계적 전염병인 사스가 다시 창궐한다면, 현재 급속히 확장되고 있는 애완동물 시장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집에서 키우고 있는 고양이조차도 사스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한 셈이니 지구상의 모든 동물들은 사스백신 개발만을 애타게 기다려야 할 처지다.





주간동아 2003.11.20 410호 (p74~75)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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