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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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화된 식습관이 질병 부른다

육류 섭취 증가 따라 대장암·유방암 등 발병률 높아져 … 복부비만은 성인병 주요 원인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3-09-18 15: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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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구화된 식습관이 질병 부른다

    서구화된 식습관이 복부비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요즘은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먹느냐에 더 관심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쌀을 비롯한 곡류와 채소, 콩류, 어패류 등을 많이 먹었으나 사람들의 입맛이 서구화하면서 쌀 소비는 줄어드는 대신 육류, 유제품류, 과일류, 설탕류의 소비가 늘고 있다. 문제는 식생활의 변화에 따른 영양 불균형 상태가 질병 발생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발간된 ‘2001년 한국중앙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대장암이 전체 발병률 4위, 유방암이 여성 암 발생률 1위를 차지해 서구형 암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대표적 선진국형 암인 대장암과 유방암이 많아진 이유로는 식생활 변화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유방암은 △13세 이전의 빠른 초경 △55세 이후의 늦은 폐경 △30세 이후의 늦은 첫출산 △독신 △무(無)수유 △무(無)출산 △ 고지방·고단백 식사 △폐경 후 비만, 유방암 가족력 △술과 흡연 등이 원인이 되기 쉬운데 모두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섬유질 음식’ 대장암 예방에 효과

    서구화된 식습관이 질병 부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에서 든 경우 대부분이 영양 상태가 좋아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요즘 여성들은 식생활이 서구화해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으면서 영양 상태가 좋아져, 초경 연령이 점차 빨라지고 폐경 연령은 늦어졌다. 게다가 일을 위해 결혼 적령기와 첫출산 연령을 늦추고 출산 횟수도 줄이는 추세다. 또 출산 후에도 수유를 하지 않거나 짧은 기간 동안만 하고, 사회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흡연이나 음주 빈도는 점차 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영양이 풍부한 식사는 폐경 이후에 비만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아 각종 성인병과 함께 유방암이 늘어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엠디클리닉 이상달 원장은 “특히 성장기인 청소년기에 고단백·고지방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유방암 발병의 주요 원인이 된다”며 “식생활의 서구화가 필연적이라면 정기검진을 통해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장암은 우리나라에서 위암, 폐암, 간암 다음으로 많이 발병하는 질병이다. 식생활이 변화하면서 위암은 감소하는 추세지만 대장암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대장암은 식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육류와 동물성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서구식 식생활은 채식 위주의 식생활에 비해 대장암 발병률을 크게 증가시킨다.

    육류를 섭취하면 우리 몸에서 단백질을 분해하느라 암모니아가 만들어지는데 이는 대장세포에 직접 해를 줄 수 있다. 특히 붉은색을 띤 고기에 함유된 ‘헴(heme)’이라는 성분은 대장 속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균에 의해 또 다른 발암물질로 변한다.

    서구화된 식습관이 질병 부른다
    동물성 지방을 섭취하면 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우리 몸에서는 담즙산이 분비된다. 담즙산은 소장 속에 있을 때는 해롭지 않지만 지방 섭취량이 많아져 너무 많이 분비되면 일부가 대장으로 흘러 들어가 대장 세균에 의해 ‘디옥시콜린산’ 같은, 암을 유발할 수 있는 해로운 담즙산으로 바뀐다. 그뿐만 아니라 고기를 구울 때 석쇠에 묻는 불완전 연소된 기름 속에서는 기준치의 500배 이상의 발암물질이 검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대장암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이다.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면 음식물이 대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빨라져 장내 발암물질이 장벽에 접촉하는 시간이 줄어들 뿐 아니라, 섬유질은 해로운 담즙산을 중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섬유질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으로는 현미, 밀기울, 시금치, 양상추, 당근, 오이, 고구마, 감자, 토란 등이 있다. 야채류와 과일류에는 섬유질뿐 아니라 항산화물질(antioxidant)도 풍부하다. 이 물질은 항암작용과 함께 세포의 노화를 방지해주는 이로운 작용을 한다. 녹차에도 대장암을 예방하는 성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솔병원 대장암복강경수술센터 김선한 소장은 “최근 발표된 유럽 10개국 암 관련 단체들의 합동연구 결과에 따르면 섬유질 섭취량을 두 배로 늘리면 대장암에 걸릴 위험성이 40%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섬유질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단, 섬유질만 섭취하면 변비가 생길 수 있으므로 물을 하루 8잔 이상 충분히 마셔주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만이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것은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와 관련이 있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비만이 만성질환인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생활습관병’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

    외국사람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비만은 크게 심각하지 않지만 습관성 질환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가 흔히 ‘뱃살’이라고 부르는 것은 복부에 지방 분포가 두드러진 복부비만인 경우를 가리킨다.

    감량 성공해도 5년 내에 다시 늘어

    요즘 젊은이들은 날씬해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20대에서 40대 후반까지 매년 평균 0.5~0.8kg씩 체중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중년 이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게 뱃살이 붙으며 생활습관병에 노출되는 것이다.

    일단 뱃살이 붙으면 우리 몸의 에너지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들은 증가된 지방의 양을 유지하기 위해 인체로 하여금 더 많이 먹게 한다. 식사 조절로 체중을 줄인다 하더라도 우리 몸의 에너지 균형에 관여하는 호르몬의 조절 기능이 높은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감량에 성공한 사람의 95%가 5년 이내에 다시 체중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체중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상적인 감량 목표(일주일에 0.4~0.5kg씩)를 세우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먹고 △근육량을 늘리는 운동을 일주일에 3회 이상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양대병원 내분비내과 최웅환 교수는 “체중을 줄이는 것보다 감량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며 “이를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을 생활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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