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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부자동네, 권력동네

盧 측근들 강북에 ‘둥지’

종로·서대문 등 사무실 가까운 곳 거주 … 지방서 올라온 관료는 대부분 전세 구해

  •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盧 측근들 강북에 ‘둥지’

盧 측근들 강북에 ‘둥지’

노무현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 모습.

노무현 정권의 실세그룹은 크게 넷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노대통령이 대선주자가 되기 오래 전부터 동지적 관계를 맺어온 안희정 이광재씨 등 386세대와 염동연 이강철씨 등 친(親)노무현계 당료들이 제1집단이다. 두 번째 그룹은 노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노대통령을 돕다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입성한 향토 측근들이다. 대표적 인물로는 부산 출신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과 이호철 민정1비서관, 그리고 대구 출신의 윤덕홍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 장관과 이정우 청와대정책실장 등이 있다.

세 번째 그룹은 대선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을 거치면서 제1기 노정권의 정책 방향 등을 다듬고 이를 계기로 요직에 기용된 학자 및 관료들이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마지막으로 검찰개혁의 선봉장인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고영구 국가정보원장(이하 국정원장) 내정자 등을 배출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외곽에 포진해 있다.

이런 인재풀이 있기 때문에 노무현 정권 실세군단에는 얼마 전까지도 무명인사에 가까웠던 인물들이 많아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 유력 언론사의 인물정보에 인사파일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새 정부 고위 인사가 적지 않았다. 특히 부산 대구 등 지방을 근거지로 활동해왔던 인사들의 경우에는 최근에야 서울에 거처를 마련한 까닭에 언론사 인물정보에 아직도 부산시민, 대구시민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노정권을 움직이는 인물들은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청와대와 행정부, 그리고 민주당 내 노무현 측근들의 거주지역을 살펴본 결과 과거 정권처럼 서울지역의 특정 부촌지역에 권력 실세들이 모여 사는 현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종로 서대문 마포 용산구 등 전통적인 서울의 강북지역이 새로운 권력실세의 주거지로 떠오르고 있었다. 특히 노대통령의 오랜 측근 대부분이 서울의 강북지역에 둥지를 틀고 있어 ‘노정권=강북정권’으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과거처럼 특정 부촌지역 거주 찾아보기 힘들어

안희정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경기 부천에서 일산 신도시로 이사했다. 이광재 청와대상황실장은 종로구 구기동 빌라촌에 살고 있다. 노대통령도 대통령 당선 전까지 종로구 명륜동에 살았다. 야인시절 노대통령이 설립한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중심으로 세 사람이 활동할 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들이 한강 다리 너머로 건너갈 일은 없었다. 윤태영 연설담당비서관의 집은 고양시 행신동,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의 집은 일산 마두동으로 노대통령 측근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고양시민인 점도 특징이다. 이 밖에 서갑원 의전비서관이 영등포구 신길동에 살고 있다. 노대통령의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인 염동연 민주당 인사위원은 강남구 개포동에 살고 있어 보기 드문 강남파로 꼽힌다.

지방에서 올라온 노대통령의 측근들도 대부분 서울의 강북지역과 변두리에 터를 잡았다. 대부분 청와대와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승용차로 30분 이내의 거리에 전세아파트를 구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서대문구 홍제동에 25평짜리 아파트를 1억4000만원에 전세내 입주했다. 1970년대 말 대구로 내려가 줄곧 교편을 잡아온 윤부총리는 25평짜리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1억4000만원이나 요구하는 서울의 높은 물가에 적잖이 당혹스러워했다는 후문. ‘아껴 쓰기’가 좌우명인 윤부총리로서는 이래저래 속이 쓰렸을 것이다.

盧 측근들 강북에 ‘둥지’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도 장관 취임 직후 마포구 도화동에 보증금 1억7500만원짜리 25평 아파트를 전세 얻었다. 새 전세아파트로 옮기기 전 김장관은 동생 및 측근들과 함께 양천구 목동아파트에 임시거처를 정해 생활했다. 그런데 아파트 경비원마저 이 사실을 몰라 김장관 일행을 데면데면하게 대하다 언론에서 노정권 파격인사의 주인공으로 김장관이 부각된 뒤 태도가 확 달라졌다고 한다. 이후 김장관이 먼 발치에 나타나면 우렁찬 인사와 함께 거수경례를 올리는 경비원의 모습은 김장관이 도화동 새 집으로 이사하기 전까지 목동 아파트단지의 화젯거리였다.

부산 출신 허성관 해양수산부 장관도 용산구 도원동에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50만원짜리 아파트를 얻어 서울살이를 시작했고, 대구 출신 권기홍 노동부 장관도 낙성대역 근처 동작구 사당동에 24평짜리 전세아파트를 얻었다.

노대통령의 오랜 측근과 지방에서 올라온 인사들이 강북에 주로 살고 있다면 서울에 오래 거주한 사람으로 새 정권에 참여한 인사들 중 강남 부촌 출신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 인물이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그는 매매가가 20억원을 호가하는 도곡동 주상복합건물 타워팰리스의 101평짜리 집에 살고 있다.

청와대 인사들 중 라종일 대통령안보보좌관은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아파트에, 조윤제 경제보좌관은 분당신도시 야탑동에, 김희상 국방보좌관은 서초구 방배동에 거주해 청와대 내 강남파로 분류된다.

행정부 주요 장관 가운데는 김진표 경제부총리와 정세현 통일부 장관이 강남구 도곡동에서 이웃으로 살고 있다.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서초구 방배동) 강금실 법무부 장관(강남구 삼성동) 등도 강남파다. 국가정보원 개혁을 책임진 고영구 원장 내정자는 강남과 다름없는 과천시 관문동에 살고 있고 송광수 검찰총장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이용섭 국세청장은 송파구 가락동 가락프라자아파트에, 이성재 금융감독위원장은 송파구 가락동에,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서초구 잠원동 한신아파트에 각각 거주하고 있다. 그러니까 국정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금융감독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등 노정권의 사정 관련 핵심세력이 강남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셈.

청와대·세종로 승용차 30분 거리 내로 대거 이주

이것만 보아도 강남지역이 노정권에서도 권력 핵심인사들의 집단거주지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강북지역에서는 과거 종로구 평창동 구기동, 용산구 서빙고동처럼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정권의 핵심실세들이 집단 거주하는 지역이 없다는 것도 노정권의 특징이다. 과거 실세 동네였던 평창동에 사는 요직인사로는 최기문 경찰청장 정도가 눈에 띈다.

노정권 출범 이후 청와대 근무자들 중 경기지역 거주자들이 새 거주지로 청와대와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주변을 택하면서 3월 한때 이곳에 이사 바람이 일기도 했다. 최근 청와대에 입성한 한 행정관은 “아침 7시까지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경기도 집을 처분하고 서울 강북에 전셋집을 구했는데 이를 위해 수천만원의 금융기관 빚을 새로 얻어 앞으로 한 달에 수십 만원씩 이자 부담을 안게 됐다”며 “결국 내 돈을 써가며 국가에 충성하고 있는 셈”이라고 씁쓸해했다.

일선 행정관뿐 아니라 장관급으로 새 정부에 참여한 인사들도 서울시내에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을 안아야 했다. 일부 부처가 장관의 전세자금을 부처 예산으로 집행한 반면 김두관 장관의 경우 전세자금의 상당액을 본인 개인대출로 충당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장관 급여의 상당액을 당분간 은행이자로 내놓아야 한다. 지방에서 온 다른 장관들도 낯선 서울살이에 형편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래저래 노정권의 실세들에게 당분간은 “어디에 사느냐”는 질문처럼 달갑지 않은 질문도 없을 듯하다.



주간동아 380호 (p36~37)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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